산촌일기

山村의 日常과 사랑을 전하는 풀잎편지

2022/05 24

세상 참 별 꼴이다 ....

​ ​ ​ 세상 참 별 꼴이다. 타들어 가는 작물들을 보고만 있을 수 없어서 밭고랑에 호스로 물 공급을 하고 있는데 .... ​ 어느 고랑에는 물을 대 주니 고랑 끝까지 안 가고 중간에서 땅속으로 흘러 농장 아랫길을 흥건하게 만들고 어느 고랑은 끝까지 잘 적셔주며 번져 나간다. ​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물 주는 고랑에 또 주고 또 주고 하다 보니 저렇게 파 뿌리가 드러나고 양대 뿌리가 뽑혀 나가기 시작한다. ​ 내가 지금 밭농사를 짓는 건지 논농사를 짓는 건지 며칠째 물 대주는 데만 신경을 쓰고 있으니 .... ​ 하느님도 80 넘었나? 왜 이리 가문지 모르겠다.

山村日記 2022.05.26

수줍을 나이는 지났건만 ....

​ ​ 한 번씩 다녀오곤 했든 부산의 아파트가 재 건축한다고 비워 달라기에 살림살이 전부를 농장으로 옮겨와야 하는데 .... ​ 기존에 있던 농장의 살림살이 거의 90%를 비워야 부산 살림살이가 들어올 판이라 이 더운 날씨에 하나 둘 들어내고 옮기고 버리기 위한 준비가 장난 아니다. ​ 전자제품 수가 일에 맞춰 줘야 하고 폐 가구 수거를 위해 면사무소에 사전 신고해서 스티커 받고 .... ​ 이삿날까지 비워야 부산 짐을 가져와 채울 수 있으니 밭은 자연의 가뭄으로 작물이 말라 들어가고 집 안은 체력의 가뭄으로 점점 지쳐만 간다. ​ 그나마 농장 입구의 저 "작약" 꽃들이 만발해 있으니 지칠 때마다 한 번씩 쳐다보며 위안을 얻는다. 꽃말처럼 수줍을 나이는 지났지만 ....

山村日記 2022.05.24

지성이면 감천이라 ....

​ ​ 천하일색(天下一色)이라는 양귀비를 닮았다는 "개양귀비" 꽃이 피어나기 시작인데 꽃이 피기 전 엔 꽃 몽우리들이 전부 고개를 숙이고 있다. ​ 내 스스로 완성되기 전에는 "고개를 숙여 겸손의 예를 가져야 한다"라는 뜻 같아서 뒤늦게 한 수 배운다. ​ 지난가을 여름에 받아 둔 "개양귀비" 꽃씨를 화단 이곳저곳과 빈터 곳곳에 뿌려 두었건만 워낙 날씨가 가물다 보니 생각보다 싹이 적게 올라왔다. ​ 혹시 늦게라도 올라와 줄까? 싶어 화단 네 곳에 열심히 물 주기를 계속했는데 효과가 좀 있을지는 하늘의 뜻이다. "지성이면 감천"이라 했거늘 .... ​

山村日記 2022.05.23

농자천하지대본 ....

​ ​ 호스로 밭고랑에 하루 종일 물을 대어 놓았는데 이상하게 물이 밭고랑에 번지는 기색이 없어 보았더니 지구가 그 물을 다 받아 마시고 있었다. 얼마나 목이 말랐으면 .... ​ 작물 위로 직접 물 뿌려주는 것도 한계가 있고 고랑에 직접 물을 주니 "지구"가 다 빨아먹고 천둥 번개에 우박까지 염려되는 소나기가 온다더니 내 차에 먼지 얼룩만 남겨 놓으니 미치고 환장할 일이다. ​ 나랏님이나 5년에 한 번씩 표 찍어달라고 구걸하는 "정치 거지"들은 당파 싸움에 몰두해 가뭄 따위는 안중에도 없어 보이는 이 현실에 작물들만 불쌍타. ​ 우리 두 식구 먹어봐야 얼마나 먹는다고 농사 작황 걱정할 일은 아니지만 내가 심고 씨 뿌린 채소들이 말라죽어가는 게 안타까워하는 말이다. ​ "농자천하지대본" (農者天下之大本)..

山村日記 2022.05.22

천둥 번개에 우박이 ....

내일 이 지방에 천둥 번개를 동반한 소나기가 온다는 일기예보를 믿기엔 타들어 가는 내 새끼들(?)이 안타까워 산수(山水)를 밭에다 직접 공급하기 시작했다. 산수를 이틀에 한 번씩 뿌려주긴 했지만 호스로 뿌려주는 정도로는 감당될 가뭄이 아니어서 아예 24시간 물 줄기를 공급키로 한 것이다. 가뭄이 계속되니 모종 심어 둔 작물들이 하나 둘 말라 비틀어지고 씨 뿌린 작물들은 아예 싹이 올라오지 않으니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고사리 수확도 예년같이 쑥!쑥! 올라오지 않으니 수확량은 줄고 사람만 고생시키는 형국이다. 천둥번개에 우박이 떨어질 수도 있다는 내일 일기예보 제발 우박이라도 좀 맞아보고 싶은 심정이다.

山村日記 2022.0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