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머루와 다래가 있는 동네라서 당연히 "포도"도 재배가 될 것으로 생각하고 귀농 초창기에 두 포기 심었는데 웬걸 풀숲에서 목숨만 부지하고 있는 게 안타까워 재작년 밭 양지쪽 둑으로 옮겨 주었으나 한 놈은 올봄 저세상으로 가고 저놈만 생존의 몸부림인지 포도알이라도 달고 싶은지 마디마다 줄기를 뻗길래 다 정리하고 저 줄기만 남겨 두었다. 포도나무가 동네에 하나도 없는 줄도 모르고 내 뜻대로 심은 무지가 결국은 저놈들 고생만 시키는 우(愚)를 범하긴 했으나 이왕 같이 산 세월이 얼만데 그냥 살아 만 있어주면 좋겠다. 포도야 한 박스 사다 놓고 배 두드리면 되지만 이 동네 최초의 포도 나무라는 체통 마는 지켜다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