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촌일기

山村의 日常과 사랑을 전하는 풀잎편지

山村日記 799

고소하고 달콤했던 ....

​ 저거 한 알 만드는데 양 손가락으로 열서너 번은 조물거려야 하는데 찹쌀 진드기 두 되를 튀겨 왔으니 손가락이 몸살하기 직전이다. ​ 자식들한테 먹일 것도 귀찮다고 잘 안 만드는 세상에 누구 주고 누구 줘야 된다며 지인들 줄 것까지 챙겨서 만들다 보니 무려 5시간의 중노동이 따로 없다. ​ 호두 넣고 땅콩 넣고 만드는데 까만 깨도 좀 넣자니까 까만 깨는 넣어봤자 색깔만 그렇지 맛이 별로라고 뺐다. ​ 보름 남짓 남은 설날이라 마음은 벌써 음식 준비에 선물 준비로 콩밭 위로 날아다니지만 현실은 죽어나는 게 노부부 시간뿐이다. 이 추운 날에 밖에서 할 일도 없지만 .... ​ 추억의 강정을 만드는 시간 동안 만이라도 돌아갈 수 없는 그 시절로 돌아가 본 소중한 시간 여행이었는지도 모른다. 강정처럼 고소하고..

山村日記 2024.01.23

세월의 뒷전에서 ....

​ ​ 한여름 때는 내 가슴팍까지 자라 "독야청청" 하더니 찬 바람 불고 눈 비 몇 번 맞더니 바싹 엎드려 "에고~ 나 죽어!" 하는 고사리.... ​ 어찌 보면 세월의 풍파를 받아 다 늙은 몸으로 하루하루 버텨(?) 나가는 내 신세나 진배없다. ​ 한때 잘나가기야 지놈이나 내 놈이나 어금버금하지만 고사리 겨울이나 인생살이 겨울을 맞은 꼬라지는 그냥 잡초 밥의 쓰레기처럼 보일 뿐이다. ​ 그러나 봄이 시작만 하면 어디 숨어있다 나오는지 온 밭 여기저기 숫 총각 놈 "거시기"처럼 하늘 똥구멍 찌러러 솟아오르는 고사리 새 순에 비해 ​ 생존의 흔적이라도 남기려고 삐거덕 되는 육신으로 씨 뿌리고 김매며 존재 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인간들이 참 서글퍼다. 드러누워 겨울잠을 즐기는 고사리가 부러운 세월의 뒷전에서 ..

山村日記 2024.01.17

보안등과 인생살이 ....

​ ​ 아침에 화장실 가려고 일어나 보니 마당에 있는 보안등 불이 환하게 켜져 있다. ​ 해가 져서 어두울 때부터 동이 터는 아침까지 산 짐승들의 침입도 막고 외부인들에게 "여기 주인 있소!" 하고 경고하는 의미가 더 강한 보안등인데 .... ​ 밤낮의 길이가 같은 동지(冬至) 무릎에 맞춰 둔 타이머가 세월의 흐름을 못 따라가 시차 타이밍이 안 맞은 거였다. 낮은 점점 길어지고 밤이 짧아지는 자연의 순리를 ... ​ 자동으로 불 오는 시간은 늦추고 불 꺼지는 시간을 당겨줘야 세월과 맞아떨어지는 법인데 세월 가는 걸 모르고 타이머를 그대로 방치해 놓았으니 불이 제대로 계절에 맞을 턱이 없지 ​ 사람 사는 게 다 시절에 맞추고 밀고 당기고를 잘 해야 인생살이가 편한 법인데 ....

山村日記 2024.01.16

늙은 호박 ....

​ 외사촌 동생집에 차 한잔 마시러 갔드니 "형님! 누렁덩이 호박 가져다 잡술래요?".... 한다. ​ 작년에 호박 농사를 잘 못지어서 우리 꺼 떨어진지가 한참 되었는데 이 무슨 고마운 소린고 싶어 얼른 "응" ... 헀드니 자그만치 네 덩어리나 준다. 크고 작고 관계없이 자기들 농사 지은 거라면서 .... ​ 자고로 늙은 호박이 몸에 좋은 건강식아란 건 다 알지만 해 먹기도 불편하고 죽 밖에 안 끓여 먹으니 선호하는 편이 아니라 별로 인기없는 건강식이긴 하나 우린 다르다. ​ 밥맛없는 아침에 호박전을 구워 우유한잔과 함깨 먹으면 일용할 양식도 충분한데다 어디 내어놔도 좋은 건강식이니 회춘까지는 몰라도 늙은 호박이 오늘의 건강만이라도 유지 시켜 주는지 모르겠다. ​ 올 겨울 아침 밥 꺼리는 해결되었으니 ..

山村日記 2024.01.11

향수보다 현실이 ....

남쪽도 한참 남쪽인데도 내가 평소에 이곳 기온이 "서울 하고 꼭 같다"라고 지인들한테 입버릇처럼 이야기한 걸 증명이라도 하듯 눈이 내렸다. 뭐 서울 눈 하고 촌놈 눈 하고 질이야 다르겠지만 .... 1~2 센치나 왔을까? 싶을 정도로 눈이 바닥에만 깔렸는데 읍내에 점심약속을 잡아 둔 집사람은 걱정이 태산이다. 농장 앞 언덕배기에 차가 올라가겠느냐고.... 이럴 때를 대비해서 처음 차 살 때 150만 원인가? 얼마를 더 주고 소형 SUV라도 4륜구동 차를 선택한 내 선견지명(?)이 유감없이 빛을 발 할 때가 된 것 같다. 눈 내리는 산촌.... 군불 넣은 뜨끈뜨끈한 황토방에 뒹굴며 화롯불에 "군고구마" 구워 먹는 향수도 옛말이다. 군불 때기도 귀찮은 귀촌 1세대의 무뎌진 만성 피로감이 도진 탓일까? 어쩌면..

山村日記 2024.0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