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촌일기

山村의 日常과 사랑을 전하는 풀잎편지

2022/06 24

사과가 떨어졌다니까 ....

​ ​ "불가능은 없다" 말한 사람이 "나폴레옹"이건 "소크라테스"건 상관없이 올해도 그 말을 믿고 약 한 방울 치지 않은 사과 재배에 도전을 하고 있다. ​ 인근 지인이 사과나무 수종(樹種) 갱신을 하면서 준 "홍옥"인가하는 5년도 넘은 사과나무인데 봄부터 농약 한번 안치고 그대로 두었는데도 사과가 잘 달려있다. ​ 작년까지 한 알도 제대로 못 먹어 본 이유 중에는 농약을 안치니 열매가 수시로 떨어지거나 나무가 병을 한 경우와 어쩌다 달려있어도 익어 맛이 들 만하면 산새들의 집중 공격에 내가 맛볼 기회가 없었기 때문인데 ​ 올해는 지금까지 상태는 무척 양호한 편이긴 하나 저놈들이 어떤 수난(?)을 당할지는 알 수가 없다. ​ "뉴턴"도 아마 사과나무에 농약을 안쳤을 것 같다. 사과가 떨어졌다니까 .....

山村日記 2022.06.30

묵고 죽은 귀신 화색이 ....

​ ​ 비가 왔다리갔다리 하는 개떡같은 날씨가 계속되는데 "대박이"놈 상태가 좀 좋아져 10여 미터 정도 걸어 다니긴 해도 밥을 제대로 안 먹고 있어 걱정이 태산 같은 집사람 갑자기 읍내 "가축 약품점"에 가잔다. ​ 한 앰풀로 피부 두 군데만 발라 놓으면 진드기가 전부 죽어 떨어지고 새로 무는 진드기도 죽는다는 2만 7천 원짜리 수입약에다 주사를 놓거나 물에 타 먹이는 영양제 두 가지 .... ​ 대박이놈 물에 타 먹는 건 안 먹고 몸에 바르는 건 발랐는데 집사람이 발라주면서 아직도 남은 진드기 잡는다고 저렇게 "동고동락" 하는 모습이 안쓰럽다. ​ 평소에는 나도 저렇게 접근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던 놈 지 몸이 고단한 탓도 있겠지만 집사람 마음을 대충은 아는 것처럼 완전 무방비 상태로 온몸을 맡기고..

山村日記 2022.06.29

이승과 저승의 갈림길 ....

​ ​ 우리 집 지킴이 "대박이" 놈이 위독(?) 하다. ​ 비 같잖은 비가 찔찔거리기도 했지만 한 달에 한 번씩 갖는 OO대학 "평생 교육원" 수료생들의 동기 모임이 있어 한정식집에서 점심 먹고 남은 생선 "고기반찬"을 가지고 농장에 돌아오니 "대박이" 놈이 일어서다 픽! 쓰러진다. ​ 그 좋아하는 생선구이 잔여물을 냄비에 담아줘도 눈 만 껌벅이는데 자세히 보니 .... ​ 온몸에 "진드기"가 붙어 콩알만 한 놈들이 새까맣다. 아침에 출발할 때는 멀쩡해 보였는데 .... ​ 얼마나 놀랐는지 차 엔진도 채 끄지 않은 채 집사람과 둘이 붙어 무려 한 시간 이상 진드기 떼 내고 우유와 물 번갈아 먹여가며 응급처치(?)를 하고 나니 겨우 일어나 걷다 쓰러지다를 반복하는 폼이 진드기들한테 피를 많이 빨려 현기증..

山村日記 2022.06.28

세 살 때부터 배웠던 ....

​ ​ 좀 와 달라고 통사정을 할 때는 콧베기도 안 보이든 비가 하루 종일 천둥번개까지 모시고 와선 북 치고 장구 치며 밭고랑에 물이 흥건하도록 내렸다. ​ 농사에 도움 되는 거라곤 뒤늦게 싹이 터 올라온 "토종 호박" 세 포기를 어제 옮겼는데 물을 주긴 했으나 걱정스러웠는데 이번 비로 사는 데는 지장이 없겠다. ​ 동네 "분교"앞 하천에 흙탕물이 쏟아져 내려가도록 비가 많이 내렸으니 당분간 비 걱정은 안 해도 될법한데 언제 하늘이 내가 비 오란다고 오고 안 오란다고 안 온 적이 한 번도 없으니 .... ​ 폼 보니 내일도 비가 또 오게 생겼으니 당분간 밭 일은 말짱 황!이다. 더워서 못하고 비가 와서 못한다는 "농땡이"치는 버릇 아마 세 살 때부터 배웠던 거 같다. ​ ​ ​

山村日記 2022.06.27

"소인국의 걸리버"가 ....

​ ​ 어제도 풀, 오늘도 풀, 풀하고 논다고 도끼자루 썩는 줄도 모르게 시간이 강물이다. ​ "홍당무" 어린 싹이 풀속에 묻혀 살았는지 죽었는지 적막강산이라 살포시 헤쳐보니 대인국의 "걸리버"다. 저 때 잡초를 뽑아주지 않으면 나중엔 뿌리가 엉켜 잡초만 뽑아도 홍당무 뿌리가 딸려 나오기에 .... ​ 봄 가뭄으로 발아가 안돼 씨앗을 두 번이나 뿌렸는데 이제 겨우 싹이 올라온 금쪽같은 홍당무 잡초 그늘에서 이름 없는 용사로 사라지게 할 수 없어 어제도 풀, 오늘도 풀, 내일도 풀과의 씨름은 계속된다. ​ 홍당무가 "소인국의 걸리버"가 되는 그날까지 .... ​ ​

山村日記 2022.0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