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촌일기

山村의 日常과 사랑을 전하는 풀잎편지

2022/05 24

신기술인지 아이디어인지 ....

세상이 좋아진 건지 농협이 좋아진 건지 개 사료 포대에 생전 처음 보는 스티커가 붙어있다. "푸는 곳 농협"이라고.... 지금까지는 사료 포대 위 쪽 흰 부분의 실밥을 손으로 잘 분리(?)해야 한 번에 쭈~욱! 풀리는데 손도 무디고 눈도 어두운 많은 농민들이 고생했었다. 저 흰 부분을 한 손으로 잡고 나머지 한 손으로 스티커 하얀 삼각 부분을 잡고 당기니 스티커에 한쪽 실밥이 붙어 쭈~욱! 당기면서 개 사료 포대가 한 번에 개봉되어 버린다. 이런 신기술인지 아이디어인지를 개 사료 포대에 적용해 농민들을 편하게 해주는 농협의 자상함에 경의를 표하며 쌀 포대를 비롯한 많은 곳에 이 스티커가 적용되길 기대한다. "함께하는 100년 농협"이 되어주길 바라면서....

山村日記 2022.05.20

팔십이 되려면 ....

​ ​ 황토로 된 아래채 주방 쪽 외벽이 그 밑을 지나는 산수(山水) 호스가 터지는 바람에 벽 채가 심하게 훼손된 채 강산이 한번 변할 시간이 지났건만 ​ 언젠가 황토 흙 잘 이개서 손봐야지 하면서 망설이다가 느닷없이 덜컥 시작은 했는데 웬걸 흙 이개는 작업부터 마른 벽채에 힘껏 던져 붙이는 작업이 장난 아니다. ​ 누군가 10대는 철이 없고, 20대는 답이 없고, 30대는 집이 없고 40대는 틈이 없다. 그런데 50이 되면 "일"이 없어지고 60이 되면 돈이 없어지며 칠십이 되면 즐거움이 없어지고 팔십이 되면 힘이 없어진다. 고 하였다는데 .... ​ 마무리도 아니고 겨우 1차 흙 붙이기 작업만 했는데도 들숨 날숨에 헥~!헥! 이다. 팔십이 되려면 아직도 까마득 한데.... 에효! ​ ​ ​

山村日記 2022.05.18

환기 구멍도 선명하게 ....

​ ​ 감자 고랑에 터널이 생겼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터널이 "양양 터널"로 11킬로라는데 이 감자 고랑의 터널은 그 길이와 출구가 어디인지 내 짧은 식견으론 알 수가 없다. ​ 아마 "두더지 선생"이 식량 자급자족을 위해 감자 고랑 밑에다가 최신 공법으로 고속도로를 뚫었는지 환기 구멍도 선명하게 무너지지도 않고 있다. ​ 하기야 지놈들 입장에선 한번 뚫어 놓으면 감자알이 자라니 갈수록 식량 걱정 안 해도 되고 하늘마저 메마르니 무너질 걱정 없고 .... ​ 이왕 당한 거 "두 선생 가족"들이나 편하라고 농협에서 일시불 아니면 절대 판매하지 않는 "스트라타젬"이라는 보약 다섯 알을 선물했다. ​ 편안히 천국에 먼저들 가 계시라고 ....

山村日記 2022.05.17

진짜 5월의 향기 ....

​ ​ 살아있는 팝콘을 만지는 느낌에 세계 최고라는 "샤넬 NO 5" 향기보다 훨씬 더 감미롭고 진한 자연이 주는 진짜 5월의 향기를 만끽한 날이다. ​ 다른 지방보다는 많이 늦기는 해도 이제서야 피기 시작하는 아카시아꽃을 따 와서 담금주 한 병과 엑기스 반 통을 담갔다. ​ 약효보다는 아카시아 향기를 더 좋아하는 탓에 꽃송이 하나하나 훑을 때마다 퍼지는 향기와 손끝에서 탱글탱글 잡히는 그 감촉 .... 언젠가 그 추억이 새롭게 그리워진다. ​ 생각지도 않은 추억을 불러 온 아카시아 향기 온 종일 산촌을 맴돌며 떠나지 않고 있다.

山村日記 2022.05.16

같이 산 세월이 ....

​ ​ 산머루와 다래가 있는 동네라서 당연히 "포도"도 재배가 될 것으로 생각하고 귀농 초창기에 두 포기 심었는데 웬걸 풀숲에서 목숨만 부지하고 있는 게 안타까워 ​ 재작년 밭 양지쪽 둑으로 옮겨 주었으나 한 놈은 올봄 저세상으로 가고 저놈만 생존의 몸부림인지 포도알이라도 달고 싶은지 마디마다 줄기를 뻗길래 다 정리하고 저 줄기만 남겨 두었다. ​ 포도나무가 동네에 하나도 없는 줄도 모르고 내 뜻대로 심은 무지가 결국은 저놈들 고생만 시키는 우(愚)를 범하긴 했으나 이왕 같이 산 세월이 얼만데 그냥 살아 만 있어주면 좋겠다. ​ 포도야 한 박스 사다 놓고 배 두드리면 되지만 이 동네 최초의 포도 나무라는 체통 마는 지켜다오! .... ​ ​

山村日記 2022.0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