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촌일기

山村의 日常과 사랑을 전하는 풀잎편지

2022/05 24

하느님 잘 보라고 ....

​ ​ 열무김치나 좀 먹어볼까? 하고 열심히 씨 뿌리고 부직포로 점잖게 덮어 주었는데 평소 같으면 지금쯤 부직포가 임산부 배처럼 불룩해질 때인데 살포시 베껴 보았더니 .... ​ 열무는 콧 베기도 안 보이고 얼갈이배추만 햇살 좋은 양지쪽에 10% 정도만 몰려있다. ​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자세히 살펴보니 어쩌다 올라온 열무 싹도 말라죽었고 안 올라온 곳이 90%가 넘는다. ​ 지독한 봄 가뭄으로 제대로 싹이 발아를 못했고 서리가 두어 번 올 정도로 밤 기온이 추웠든데다 부직포를 덮어 놓아서 하느님이 못 보아서 일 거라고 굳게 믿어 의심치 않는다. ​ 얼갈이배추야 벌레에게 "곰보"가 되든 말든 하느님 잘 보라고 부직포를 활짝 벗겨 놓았다. 잘 보시고 비 좀 내려 달라고 .... ​

山村日記 2022.05.14

감꽃이 피면 ....

​ ​ 노란 별꽃처럼 예쁜 감꽃이 피려 한다. 꽃송이 달린 것 보니 올해는 감이 많이 달려 풍년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 단감도 아니고 땡감인 주제에 풍년이 들어 봤자지 아무도 따 먹으려 하지 않으니 그림의 떡이 아니라 감나무에 홍시라도 침 흘리는 사람이 없다. ​ 지난해에도 감나무에 달린 채 감꽃에서 땡감으로 땡감에서 홍시로 홍시에서 까치들 밥으로 일생을 마감했으니 .... ​ 호랑이도 물리쳤다는 곶감도 요즘 세대들에겐 외면당한지 오래라서 감 깎는다고 고생하고 건조한다고 생똥을 싸도 제대로 곶감이 되지도 않으니 애써 만들 이유가 없어진지 오래다. ​ 감꽃이 피면.... 오래된 고향의 친구들 얼굴이나 떠올려 보련다. ​

山村日記 2022.05.13

타는 목마름으로 ....

​ ​ 얼마 전 세상을 떠난 "김지하"시인이 그랬든가 "타는 목마름"이라고 .... ​ 5월 초라고 이젠 얼어 죽지는 않겠지 하고 사다 심은 고추 모종이며 토마토, 가지, 오이 등 각종 모종들이 심을 때 물을 듬뿍 주고 심었는데도 말라죽고 있다. ​ 이미 오이 한 놈은 먼저 황천길로 떠났고 가지 저놈도 뒤따라 가고 있는 중이다. ​ 수도 계량기가 달린 것도 아닌 산수(山水)인데 진작에 밭에 물을 좀 줄 것을 안 준 것이 게을러서라기보단 한번 물을 주기 시작하면 ​ 2~3일에 한 번씩 계속 줘야 하는 부담도 있었고 비닐 안 쒸운 고랑에 나는 물 만난 잡초를 감당할 길이 없어 망설였던 것도 이유 중의 하나다. ​ 게다가 농사에 전혀 도움이 안 되는 기상청에서 11일, 12일 이 지방에 비가 온다는 예보를 철..

山村日記 2022.05.11

3천리 금수강산 ....

​ ​ 요놈들을 어떻게 죽이느냐... 가 문제인데 쉽게 답이 안 나온다. 호미로 뽑고 또 뽑고 해도 끊어진 뿌리에서 또 새싹이 나오고 하니 죽여도 죽여도 끝도 없이 밀려오던 6.25 때 중공군 병사들 같다. ​ "에라이~ 죽일 놈들!" 하며 제초제를 규정대로 배합하여 뿌렸건만 일반 잡초는 다 죽었는데 요놈들은 "메~롱!" 하며 "나 잡아봐라!" 다. ​ 땅굴 잘 파던 "김일성"이 닮았는지 땅속으로 연결된 뿌리로 뻗어 나가는 놈들이라 그냥 뽑아서는 소득이 없고 제초제 밖에 다른 방법이 없는지라 약 농도를 두 배로 높여 뿌려 놓았는데 그래도 안 죽어 면 4배, 8배, 16배까지 죽을 때까지 먹일 참이다. ​ 농부들의 무릎 관절과 허리 뼈를 심각히 손상시키는 이 천하의 쓸모없는 잡초 죽이는 방법을 "현상공모"..

山村日記 2022.05.10

어머니! 꽃구경 가요 ....

​ ​ 카네이션 꽃바구니와 예년보다 많은 용돈을 두둑이 받아서 흐뭇한 기분이었는데 어느 지인이 보내 준 카톡 하나에 가슴이 무너져 내린다. ​ 윤광재 시인의 "어머니"라는 시 인데 정작 가슴이 무너져 내린 건 카톡 말미에 첨부된 장사익의 노래 "꽃구경" 때문이었다. ​ ♬"어머니, 꽃구경 가요" 제 등에 업히어 꽃구경 가요♪ ​ 세상이 온통 꽃 핀 봄날 어머니는 좋아라고 아들 등에 업혔네♪ ​ 마을을 지나고 산길을 지나고 산자락에 휘감겨 숲길이 짙어지자 아이고머니나! 어머니는 그만 말을 잃더니♪ ​ 꽃구경 봄 구경 눈 감아 버리더니 한 움큼씩 한 움큼씩 솔잎을 따서 가는 길 뒤에다 뿌리며 가네 어머니 지금 뭐 하시나요 솔잎은 뿌려서 뭐 하나요♪ ​ 아들아 아들아 내 아들아 너 혼자 내려갈 일 걱정이구나 ..

山村日記 2022.0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