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촌일기

山村의 日常과 사랑을 전하는 풀잎편지

2022/06 24

맛보기 시작한다 ....

​ ​ 열무 씨앗과 같이 뿌렸든 얼갈이배추가 가뭄에 목숨 줄 만 잡고 깔딱깔딱하다가 얼마 전 내린 비로 쑤~욱! 자라 버렸는데 벌레들이 맛보기 시작한다. ​ 부랴부랴 뽑아서 풋 김치 한 통 담갔는데 남은 저 배추들 그냥 두면 이틀 이내 벌레들이 작살을 낼게 뻔~해서 .... ​ " 어~ 너거 얼갈이배추 좀 주까?" "요새 웬 배추가 다 있능교?" "응, 빨리 와서 좀 뽑아가 동네 나눠 먹어라!" 총알같이 와서 뽑아가는데 양이 한 리어카는 되겄다. ​ 연한 얼갈이배추라 벌레가 덤비기 시작하면 감당이 안 돼 줄 잘 알기에 사정없이 "여울이네" 불렀다. ​ 남은 잔챙이 배추는 물김치 담가 준단다. 집사람이 ....

山村日記 2022.06.12

휘파람 한번 불면 ....

​ ​ ​ ​ 봄에 씨 뿌려 가뭄때문에 싹이 안 올라 온 "홍당무" 고랑에 다시 또 씨를 뿌려 두었는데 새싹이 올라오고 안 올라오고는 하늘의 뜻이다. ​ 농사라 함은 농부의 뜻대로 씨 뿌리고 안 뿌리고 칼자루는 내가 쥔 줄 알고 기고만장했던 어리석음을 이제서야 느낀다. 백날 씨 뿌려봐야 하늘이 안 도와주면 싹도 안 나게 되니 ... ​ 비 온 뒤 촉촉한 땅에 다시 씨를 뿌렸으니 이번에는 100% 싹이 올라오기를 기대하는 마음에 하루에도 여러 번 눈길이 저 고랑으로 향한다. 옛날 괜히 "그 집 앞"을 얼쩡거렸든 것처럼 .... ​ 그때처럼 휘파람 한번 불면 배시시 얼굴 내밀고 "홍당무" 새싹이 나올랑가? .... ​ #휘파람#홍당무#그집앞#칼자루 ​​​

山村日記 2022.06.11

주고 싶은 사람들 ....

​ 사흘째 흐리고 비가 오락가락하니 상추가 풀속에서 엄청 많이 자랐다. 부들~부들~하게 .... ​ 상추쌈이나 좀 싸 먹을까? 하고 밭에 갔다가 비 덕분에 한꺼번에 왕창 자란 상추를 보니 지인들 생각이 나는지 까만 비닐봉지를 들고 나온다. ​ 하기야 저 많은 상추를 우리 두 사람이 먹으려면 죽었다 깨도 다 먹기는 부담스러운 양이라 그냥 두면 녹아 없어질 상추 나눔도 좋은 방법이리라. ​ 차곡차곡 개벼가며 봉지에 넣으니 두세 끼 먹을 양으로 5인분이 나오는데 집사람 머릿속엔 이미 다 정해져 있다. 누구 주고, 누구 주고 .... ​ 내가 주고 싶은 사람들은 왜 다 멀리만 있을까?

山村日記 2022.06.08

간사한 사람 마음이 ....

​ ​ 꽃을 심고 싶고, 심을 꽃이 있고, 심을 장소가 있다는 건 행복한 사람이 아닐까? ​ 고사리 밭에 무더기로 올라온 "코스모스" 촉촉한 땅이라 쉽게 뽑히길래 원두막 옆 공터에 심고 그래도 남는 모종은 농장 입구에서 산으로 가는 길섶에 서너 포기씩 "앞으로 나란히"자세로 쭈~욱! 심었다. ​ "코~스~모~스 한들~한들~ 피~어 있는 길!"이 뭐 별건가? 오늘 내가 심은 코스모스가 가을 어느 날 이 길을 지나는 길손에겐 가을 정취를 물씬 풍겨 주겠지. ​ 오는 것도 아니고 안 오는 것도 아닌 비가 왔다 갔다 하며 뒤늦게 뿌린 씨앗 싹 잘 트게 하고 새로 심은 모종들 잘 살도록 해 주는 것 같아 다행이다. ​ 가물 때 같으면 이게 비냐고 생난리였을 텐데 어제 온 비 득에 오늘은 룰루~ 랄라~다. 간사한 ..

山村日記 2022.06.07

미쳤다. 하늘이 ....

​ ​ 미쳤다. 하늘이 .... ​ 두 달을 비가 안 내려 모종 사다 심은 게 말라죽도록 게으름을 피우든 하늘이 현관 앞 마당에 물이 흥건하도록 퍼 부으니 제정신으론 할 수 없는 일이다. ​ 부랴부랴 읍내 나가서 죽은 모종 다시 사다 심고 호박 모종 옮기고 당근과 여름 상추 씨앗 넣고 불알에 요령 소리 나도록 움직였건만 .... ​ 대형 폐기물 수거일자가 내일인데 담당자가 와서 욕을 하거나 말거나 장롱과 문갑, 소파는 어쩔 수 없다. 내 힘으로도 무리지만 집 안에 들여놓을 곳도 없으니 .... ​ 날이 얼마나 더울지는 모르겠지만 당분간은 비 걱정 안 해도 될 정도로 많이 온 비가 원망스럽다 그동안 두세 번 나눠왔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 내일은 코스모스도 옮겨줘야겠다. ​ ​

山村日記 2022.0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