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촌일기

山村의 日常과 사랑을 전하는 풀잎편지

2022/06 24

금싸라기다. 금싸라기 ....

​ ​ 비가 내린다. 옛말로 3 대 9년(3代9年) 만에 내리는 비인데 병아리 눈물만큼 내리든 종전과는 확연히 다르다. ​ 며칠 전 면사무소에 가서 "대형 폐기물" 신고 필증을 9장이나 끊어 와 7일 날 수거해 가기로 했기에 집안의 장롱이며 소파, 문갑 등을 며칠에 걸쳐 바깥에 다 들어 내놓았는데 비가 오는 거다. 그렇게 오라고 애원해도 안 오든 비가 .... ​ 다른 거야 비를 맞든 말든 어쩔 수 없지만 모직으로 된 응접셑트는 안되겠기에 다시 처마 밑으로 옮겼는데 왕년엔 혼자서도 가뿐할 걸 둘이서도 낑~낑~이다. ​ 그랬기나 말았기나 비가 내리니 온 작물들이 춤추는 게 눈에 뻔히 보이는데 그깟 고생쯤이야 감수해야지. ​ 오늘 내리는 이 비는 물이 아니라 금싸라기다. "금싸라기" ....

山村日記 2022.06.05

힘겨운 꽃의 소리가 ....

​ ​ 가뭄 때문에 피해를 보는 게 농작물뿐이 아니라 꽃들도 힘들기는 마찬가지인가 싶다. ​ 입구 정원석 밑에 자연 발아한 개양귀비 꽃인데 무리 지어 있는 걸 보니 작년 꽃에서 씨앗이 떨어진 게 집단적으로 싹을 틔운 것 같은데 ​ 봄비가 제대로 와 주었으면 지금쯤 개양귀비 꽃이 멋지게 군락을 이루었을 텐데 제대로 싹을 틔우지도 못하고 이미 올라온 놈들도 키가 20센티도 안 된다. ​ 그래도 꽃피울 철이라고 하얀 꽃 하나와 빨간 꽃 하나를 힘겹게 피우긴 했으나 빨간 꽃은 키가 한 뼘도 안 된다. ​ 하도 기가 차서 연약한 저 꽃을 바라보고 있으려니 힘겨운 꽃의 소리가 들려온다. "나도 "양귀비"랍니다." .... ​

山村日記 2022.06.03

군대 간 서방 기다리는 ....

​ ​ 예년 같으면 고추 꽃이 피고 "얼라고추"가 달려야 할 시기인데 저 모양으로 잎이 마르고 다 죽어간다. ​ 어디 그뿐이랴.... 그 옆의 빈자리는 가뭄과 싸우다 장렬히 죽어나간 열한 포기의 "가시오이"와 "토종 오이" "가지"와 "애 호박"의 무덤들이다. ​ 유난히 뜨거운 5월 뜨거운 것도 힘이 드는데 비마저 안 온 지가 청상과부 서방 본듯하니 작물들이 버텨내지를 못 한다. ​ 이 상황에 죽은 모종 보식(補植)은 물론 여름에 먹을 상추 씨앗도 뿌릴 수가 없다. 두어 번 뿌려서 실패도 해 봤고 .... ​ 비 기다리는게 군대 간 서방 기다리는 것 보다 더 힘든다. ​ ​

山村日記 2022.06.02

가뭄에 말라죽은 ....

​ ​ 작년 고사리 밭에 핀 코스모스 한 포기를 예쁘다고 그냥 두었더니 내 사랑에 행복했는지 새끼들을 엄청 많이 낳았다. ​ 귀여운 내 새끼(?) 들이라 빨리 제 자리 찾아 분가(分家)를 시켜야 하는데 요놈의 날씨가 질투를 하는지 비를 뿌려주지 않는다. ​ 이 메마른 사막 같은 흙에 아무리 물을 주고 심어도 살아내기가 보통 힘겨운 일이 아닐 텐데 그 힘든 고난의 길로 어찌 보낼 수 있으랴.... 차라리 저 자리에 그냥 살게 두는 게 낫지. ​ 코스모스 .... 생각만으로도 기분 좋은 꽃이지만 가뭄에 말라죽은 고추, 오이, 호박... 도 아직 못 심고 있으니....

山村日記 2022.0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