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촌일기

山村의 日常과 사랑을 전하는 풀잎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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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 지킴석 ....

​ ​ 베레모를 쓰고 있는 사람 형태의 "농장 지킴석"인데 평면이 아니고 콧대가 곧게 서 있는 놈이라 눈과 코 입을 그려 활짝 웃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데 그림 솜씨가 없어 망설이고만 있다. ​ 어쩌다 저런 곳에 그럴듯한 그림을 잘 그리는 지인이라도 찾아오면 정중히 부탁할까 생각하지만 그럴 일이 생길 확률은 복권 당첨과 비슷할 거 같고 내가 대충 그리려니 아까운 "지킴석" 하나 버릴까 싶고 .... ​ 하긴 뭐 예쁘게 잘 그려야만 좋은 것이 아닌 것이 "피카소"인가 누구 그림을 보면 기가 찰 일이기도 하니 눈과 코 입 만 있으면 되지 달리 무얼 기대하겠는가... ​ 이번 설날 손주들 오면 크레용으로 직접 한번 그려보라고 시켜 볼 생각이다. 초등학교 5학년 3학년 올라가니 손주들에겐 평생 잊지 못할 작품이..

山村日記 2022.01.24

황토방 처마 밑 ....

​ ​ 몸에 좋은 영양가가 많다는 "무청시래기" 가을에 걸어둔 채 세월만 좀 먹고 있어도 찍! 소리 한번 못하고 바람에 나부낀다. ​ 재수 좋은 놈들 3분의 1은 지인 집으로 시집갔지만 나머지 저놈들도 제 몫을 다하도록 만들어야 하는데 황토방 군불에 쩔쩔 끓는 가마솥 물이 넘치고 흘러도 삶고 다듬고 간수할 마음의 여유가 없다. ​ 푹~ 삶아 찬물에 우려 두었다가 건져서 물 빼는 것 까지는 일사천리로 해치우고 두어 시간 겉껍질 벗기는 일 심심풀이라 쳐도 된장에 박박 버무려 봉지 봉지 비닐로 나눠 냉동실 깊숙이 잠재우는 일 보통은 아니다. ​ 황토방 처마 밑 바람에 나부끼는 시래기 .... 어쩌면 울 엄마가 보고 싶은 그리움인지도 모른다.

山村日記 2022.01.22

제 눈에 안경 ....

​ ​ 다른 지방과 달리 눈이 오는 둥 마는 둥 하더니 흔적이라곤 연못 얼음 위에 내린 눈 얼음에 꽉! 붙잡혀 녹지도 못하고 있다. ​ 오늘에야 겨우 숨이라도 돌릴 정도의 날씨지만 한참 추울 때는 미련하게 산촌에 눌러앉아 죄 없는 장작만 죽이기가 아까워서 피난 갔다 왔다. ​ 따뜻한 남쪽나라까진 아니지만 공기 자체가 다른 부산 아파트 집에 간 김에 안과로 피부과로 치과로 이곳저곳 점검도 하고 추위도 피하고 .... ​ 거금 16만 8천 원을 투자해서 안경도 바꿨는데 까만 뿔테안경만 쓰다가 앏은 철테(?) 안경으로 바꾸니 졸지에 궁색한 철학자(?) 스타일이 점잖은 노신사(?)로 변한 것 같은데 내 기분 탓인지도 모른다. 제 눈에 안경이니까 ....

山村日記 2022.01.21

황토방 군불 ....

​ ​ 옛날에야 "소죽" 끓인다고 불을 피우고 그 열기로 황토방 데워 보온을 했었지만 지금은 오로지 보온용으로만 군불을 넣다 보니 좋게 생각하면 추억 놀이고 나쁘게 생각하면 고역이다. ​ 도시가스로 보일러 스위치만 누르면 따뜻해지고 전열기며 전기장판이며 갖다 꽂으면 열이 후끈거리는 도시와는 전혀 다른 산촌의 겨울은 더 비싼 게 현실이다. ​ 도시가스 대신 기름보일러를 사용하고 LPG 가스가 주방의 주 연료다 보니 자연히 값이 비쌀 수밖에 .... ​ 한 시간 반 정도 군불을 넣어 면 방구들에 등짝을 붙이고 5분도 못 있을 정도로 따뜻해지는 황토 방이지만 이불 속은 뜨겁고 이불 밖은 코가 시린다. 옛말로 "외풍"이 심해서다. ​ 그래도 나는 매일 오후 3시 반 만 되면 군불 때러 부엌으로 간다. 장작불 속..

山村日記 2022.01.17

설 강정 만들기 ....

​ ​ "엄마! 설이 몇 밤 남았노?" .... 아스라한 그리움 속 기억이 엊그제 같은데 그 설이 열일곱 밤 남았다. ​ 읍내가서 "찹쌀 찐데기" 한 됫박 복아 와서는 미리 준비해 둔"조청"을 녹여 불 조절해가며 적당량의 견과류와 함께 섞어준 뒤 한 입에 들어갈 크기로 동그랗게 조물조물해 굳히는 "설 강정"이다. ​ 호두 넣은 것과 땅콩 넣은 것에다 검은깨 넣은 것까지 세 종류를 만드는 데 집사람 속도가 나보다 배는 빠르다. ​ 입꼬리도 귀에 걸려있는 것으로 봐선 아마 환청이라도 들리는가 보다. "할머니! 너무 맛있어요!!" ​ 해마다 손주들이 맛있다며 좋아하는 강정인데 하나하나 다 쪼물거려야 하지만 안 만들 수가 없다. 강정 하나하나가 다 사랑이니까 .... ​ ​ ​ ​ @참고 : 찹쌀 찐데기 =찹쌀..

山村日記 2022.0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