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촌일기

山村의 日常과 사랑을 전하는 풀잎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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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이 깊어지면 ....

​ ​ 농장 입구 축대 쌓을 때 옮겨 심은 '모과나무"가 올봄이면 4년 차에 접어든다. ​ 한 두해는 으례히 열매가 안 달릴 거라고 각오했지만 꽃도 핀 지난해는 당연히 모과 차 몇 잔 마시겠구나 싶었는데 꽃만 피고 열매는 구경도 못하고 말았다. ​ 뒷마당 구석에서 열매 잘 열리고 있는 놈을 내 딴에는 살기 좋은 번화가(?) 쪽으로 옮겨주며 폼 나라고 나뭇가지까지 줄로 붙들어 매 교정시켜 주었는데 .... ​ 그 덕에 모과나무치고는 늘씬한 "미스 코리아" 깜인데 꽃 만 피우고 열매를 안 맺으니 환장할 노릇이다. 누구 약 올리는 것도 아니고 .... ​ "기다림이 깊어지면 그리움 되던데".... ​

山村日記 2022.01.06

마음의 갈피 ....

​ ​ 바람 한 점 없이 하늘과 구름이 어울려 내려앉은 연못의 빙판에 동그란 물 무늬가 그려졌다. 하트 모양이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 ​ 하릴없이 시간 땜질에 멀쩡한 TV만 닦달을 하는데 평소 목줄을 풀어 놓는 "바우"놈이 딱! 걸렸다. 윗 밭에서 꽁꽁 언 "음식물 쓰레기"를 물고 온 거다. ​ 착해 빠진 내 인상이 슬슬 저승사자로 변하는 걸 보고는 눈치 빠르게 근처는 안 오고 멀찍이 돌아다니는 놈 겨우 체포(?) 해서 현장 추궁과 동시에 사정없이 혼 줄을 내주고는 목줄을 채워 묶었다. 요샛말로 치면 구속시킨 것이다. ​ 숨막히는 고요에 지배당한 산촌의 일상 텅 빈 마음은 갈피를 못 잡고 자꾸 하늘만 쳐다본다. 행여 눈이 오려나? ​ 님이 오시려나?.... ​

山村日記 2022.01.05

우리집 지킴이 간식 ....

​ ​ 요놈이 "소금 대롱과자" 라는 놈인데 저 어른 몸통 만 한 놈이 12,000원짜리다. 지금은 물가가 다 올랐다 쳐도 15,000원 정도겠지 .... ​ 아이나 어른이나 심심풀이로 즐겨 먹기도 하지만 산촌에선 저놈의 용도가 확! 다르다. ​ 내 살림살이가 그렇게 넉넉하지 못해 고기반찬을 자주 못 해먹다 보니 자연히 우리 집 지킴이 두 놈 "대박이"와 "바우"에게 별식을 자주 줄 형편이 못돼서 생각한 간식이 저 과자다. ​ 하루에 한 번 저 과자 한 주먹 (10여 개) 들고나가서 하나하나 던져주면 받아먹는 지놈들도 좋고 던져주는 내 재미도 쏠쏠하다. 저놈 한 봉지면 5~6개월은 거뜬히 버티니 .... ​ 그러고 보니 "치킨 뼉따구" 던져준지도 오래됐다. ​ ​ ​

山村日記 2022.01.04

가마솥 화덕 ....

​ ​ 멀쩡한 "가마솥"을 삼겹살 굽는 화덕으로 만들어 집사람한테 한 바가지의 욕을 들었던 저놈 .... ​ 그냥 불 피워 하려니 공기가 안 통해 불이 꺼지길래 솥 아래쪽 네 곳에 구멍을 뚫고 솥뚜껑 걸치는 받침쇠 두 개를 용접으로 붙이니 겨우 제 역할을 하는데 ​ 요즘 "가마솥" 값이 얼만데 저 모양으로 재생불능 상태로 만들었으니 안 맞아 죽은 것만 해도 다행이다. ​ 문제는 그깟 솥 값 얼마가 아니고 쓸 일이 없다는 건데 처음 만들었을 때 몇 번 사용하고 그 뒤론 1년에 한두 번이다가 지난해는 한 번도 사용 못 했으니 .... ​ 아무리 좋은 기능성 솥뚜껑 삼겹살 화덕이라 해도 어느 놈이 와야 굽든지 말든지 하지 콧배기도 안 보이니 인생 살아도 헛살은 거 같아 후회막급이다. 솥 값이 아까워서 ......

山村日記 2022.01.03

은행 나무와 이별 ....

​ ​ 가을을 상징하는 노란 단풍 잎과 고소한 열매 맛이 좋아서 다섯 그루의 "은행나무"를 심은 지 어언 15년 .... ​ 먼저 자리한 나무들 그늘에 치여 제대로 자라지도 못한 채 재 작년에 세 그루 사라졌고 두 그루는 오늘 보냈다. 집안에 은행나무 두는 것이 안 좋다 나 어쨌다나 .... ​ 어디서 듣고 오는지 토속 신앙적인 저런 이야기를 챙기는 집사람이 어제 벌써 서둘러 톱질을 시작하는 걸 "여보! 정월 초하루부터 톱질하는 거 아니다"라며 오늘로 미뤘었다. ​ 나무를 심는 것.... 대충이라도 10년은 내다보고 심어야 하는데 하루 앞도 모르는 그것도 제 앞도 제대로 못 닦는 사람들이 할 짓은 아닌 것 같다. ​ 떠나는 은행나무에게 다시 살아나려고 애쓰지 말고 편히 쉬라고 천일염 한 줌씩 고이 얹어 ..

山村日記 2022.0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