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차(茶) 한 잔 .... 꽁꽁 얼어버린 일상은 빛바랜 햇살의 수고로움도 무시한 채 마음 둘 곳 찾지 못하고 제자리에 맴돈다. 쌓여만 가던 익숙한 그리움은 퇴색된 시간 속에 묻혀 버리고 소유하지도 못할 낯 선 그리움이 안타깝다. 가슴에 품기만 하면 내 것인 양 숱하게도 챙겼건만 멈춰버린 일상 속에 모래시계처럼 빠져버려 이미 타인의 그리움이 된지 오래다. 다시 겨울이 오면 따뜻한 차(茶) 한 잔으로 마음부터 덥혀야겠다. 山村日記 2022.01.14
겨울 군것질 .... 날은 춥고 밖에 나가봐야 할 일은 없고 거실에서 하는 짓이라곤 TV와 씨름하는 것 외는 군것질이나 하는 일밖에 없다. 지난가을에 주워다 김치냉장고에 넣어 놓았던 알밤 한 바가지 삶아놓고 칼로 반 쪼개서 티스푼으로 파먹다 귀찮으면 밀감 하나 까먹고 .... 거실 소파에서 이리 뒹굴 저리 뒹굴도 어느 정도지 춥다고 며칠째 들어앉아 있으니 온 만신이 쑤신다. 기온이야 어느 정도 내려가도 움직이면 견디는데 무슨 놈의 바람이 천방지축으로 불어 대니 밖에 나가 움직여야 할 건더기가 없어진다. 마지못해 하는 황토방 군불 때는 거 외는 .... 山村日記 2022.01.12
임무 교대 .... 그동안 풀어놓고 키우던 "바우"놈이 근신을 시켜도 또 남의 음식물 쓰레기를 물고 오길래 안되겠다 싶어 "대박이"놈과 임무 교대를 시켰다. 무슨 왕실의 거창한 근위대 같은 교대식은 없었지만 졸지에 "대박이"놈 팔자가 확! 피었다. 농장 입구에 보초를 서면서 "바우"놈이 현관 앞에서 이것저것 반찬 남는 것 받아먹는 모습을 멀리서 보며 아이고~~! 내 신세야! 하며 신세타령이나 하다가 이젠 어엿한 주인공이 되어 지가 독차지하게 되었으니 .... 대신 "바우"놈 출랑 거리고 말 안 듣고 까불다가 100미터 밖 변방으로 쫓겨간데다 불빛 하나 없는 밤에 농장 입구를 홀로 지켜야 하니 격세지감이 들끼다. 하긴 뭐 개 주제에 "있을 때 잘해"라는 말을 알 턱이 없지만 지놈들 팔자는 내 손아귀에 있.. 山村日記 2022.01.10
"코카콜라" 파라솔 세트 .... 저 푸른 초원 위에 "코카콜라" 상표가 붙은 빨간 파라솔 꽂은 하얀 테이블 하나 갖고 싶은 것이 전원생활을 꿈꾸는 모든 사람들의 꿈일 텐데 .... 그놈의 "코카콜라" 파라솔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 몇 년 전 아는 지인을 통해서 겨우 구한 게 저놈인데 비바람에 씻기고 햇볕에 찌들려 저 모양 저 꼴이다. 플라스틱이라 햇볕에 약한 줄 알지만 그렇다고 사용할 때마다 창고에서 끄집어 내고 넣기는 사실 불가능이고 그냥 자연과 함께 쪼그라들어 겨울바람에 팔마저 부러졌다. 지난가을까지 고사리 밭 쉼터 했는데 .... 판촉물이라니 돈 주고 살 마음은 내키지 않고 아름아름 지인을 통해 얻으려니 내 안면이 발바닥이고 올해도 그냥 내 마음속에서나 그려야겠다. "빨간 코카콜라 파라솔" 세트 .... 山村日記 2022.01.09
겨울 잡초 .... 고사리들이 겨울잠을 잔다고 편히 누워있으니 그 품안에 저 징그러운 잡초들이 이 "엄동설한"에도 안 죽고 살아있다. 저렇게 기생한 잡초는 봄이 오자마자 고사리 보다 더 먼저 온 밭을 설치대며 세력을 넓히는데 그땐 풀약을 치고 싶어도 못친다. 고사리들이 올라오기 때문에 .... 결국 온 몸으로 잡초들과의 전쟁을 치뤄야 하는데 징그럽게 미워도 어쩔 수가 없다. 언젠가 이맘 때 저놈들에게 풀약을 좀 먹였더니 언제 먹었냐는 반응이라 알아보니 겨울에는 저놈들도 "탄소 동화작용"인가 뭔가를 안하니 약이 소용 없단다. 어쩌면 나보다 더 절실하게 봄을 기다리는 놈들이 저 잡초들인지도 모른다. 봄은 생명이고 사랑이니까 .... 山村日記 2022.0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