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촌일기

山村의 日常과 사랑을 전하는 풀잎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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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도 모르고 나도 모르는 ....

​ ​ 목포행 완행열차 시간인 "대전발 0시 50분"이 아니고 22일 0시 59분이 올해 동지(冬至)란다. ​ 한밤중에 시간 맞춰 끓일 수도 없는지라 오늘 저녁에 끓여 동치미 한 사발 함께 올려놓고 온 식구들의 건강을 빌고 내년 임인년(壬寅年)의 모든 액운을 소멸시켜 달라고 빌었다. 집사람이 .... ​ 덕분에 요즘 먹기는 고사하고 보기조차 힘든 동지 팥죽을 한 그릇 반이나 뚝딱했다. 내 나이만큼 새알 먹는 건 꿈도 못 꿀 일이 되었지만.... ​ 동 서 남북으로 고루 뿌리면서 기도한 집사람 팥죽 소원에 "우리 신랑 오래 살게 해주소서!"가 있었는지는 니도 모르고 나도 모르는 신(神)의 영역일 뿐이다. ​ ​

山村日記 2021.12.21

공짜라면 사족을 못 쓰든 ....

​ ​ 고사리 밭 앞에다 지놈들이 내년에 먹을 일용할 양식 "유기질 비료" 24포를 쌓아 놓았다. 농협 지원금으로 "고사리 작목반"에서 무상으로 배분해 준 친환경 유기질 비료다. ​ 나도 봄이 오기 전에 고사리들에게 저 비료를 고루고루 뿌려 줄 생각을 하니 눈앞이 캄캄하다. ​ 하기야 옛날에는 "양잿물도 덩어리 큰 것 먹는다"라고 공짜라면 사족을 못 쓰든 시기도 있었지만 시대가 시대인 만큼 말이 공짜지 공짜가 공짜가 아니다. ​ 다 조합원들이 피 땀 흘린 노력으로 이뤄 낸 조합의 실적으로 이 작목반 저 작목반 배분하는 것이기에.... ​ 날씨는 춥고 바람은 불고 힘은 예전 같잖고 400평이 넘는 고사리 밭에다 저놈들 골고루 뿌려주는 일 풍년을 기다리는 농부의 마음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 "아이고~! ..

山村日記 2021.12.20

겨울과 함께 사는 길 ....

​ ​ 날이 얼마나 추웠는지 연못 얼음 위에 내가 올라서도 꺼떡도 안 하고 버티는 게 두께나 4~5센티는 되겠다. ​ 꽁꽁 언 산촌의 일상이 별 볼일 없기도 하였지만 서울 병원에서 진료받던 걸 부산 대학병원으로 옮기니 뻔한 걸 또다시 검사한다고 며칠 지나갔다. 결과는 별 차이 없었지만.... ​ 어차피 담배 피운 젊은 시절에 제대로 관리 못해 망가진 폐가 다시 살아날 리도 없을뿐더러 나이도 있고 하니 그냥저냥 소일하며 보내란다. 다소 숨이 차긴 해도 다른 증상은 없다고 .... ​ 쪽파 고랑의 냉이나 뜯어다 된장에 넣으려고 보니 저놈들도 하나같이 동장군 기세에 눌려 얼어붙었다. ​ 어쩌면 겨울과 함께 사는 길이 황혼의 인생이 가야 할 길인지도 모른다.

山村日記 2021.12.19

지금 뭐하고 있는지 ....

​ ​ 산천어 축제하는 것도 아니면서 연못에 얼음구멍을 내기 위해 두드려 보지만 생각보다 얼음 두께가 두껍다. ​ 저 얼음 언 걸 그대로 두면 얼 때마다 더 두꺼워져 입구를 지키는 우리 "대박이"놈 물 떠 주기가 불편해 얼음 숨구멍 만드는데 생똥을 쌌다. ​ 벌써 두께가 1센티는 좋게 넘어 보이지만 날마다 저곳만 집중적으로 깨 두어야 더 추워져도 저곳은 그날 추위만큼 얼음이 얼지 안 깬 곳은 추위가 누적된 만큼의 얼음이 두꺼워지니 .... ​ 집에서 "대박이"놈 집까지 100미터 연못까진 60미터 그놈의 40미터 더 물들고 가는 수고 아끼려고 이 추위에 내가 지금 뭐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 나이 탓인지 게으른 거 "포티" 내는 건지 .... ​ ​ ​ ​

山村日記 2021.12.14

자랑스런 울주 군민이다 ....

​ ​ 울산도 광역시라고는 하지만 죽으라고 서울을 따라가려 해도 분명 한계가 있다. ​ 그런데 유일하게 특별시 서울을 앞서갈 수 있는 게 딱! 하나 있다. 바로 요 온도계가 가리키는 저 찬란한 영하의 온도다. ​ 지딴에는 "수도 서울"이라고 폼 딱 잡고 영하 6도까지 갔었지만 이 촌놈의 산촌에는 어디서 저런 기운이 났는지 영하 10도를 까딱 까닥 턱걸이하고 있다. 이거라도 서울을 이겨보려는 눈물겨운 노력(?)이 촌놈 가슴을 더 시리게 만든다. ​ 겨울이 오면.... 콘크리트 보호벽 안에서 휘황찬란한 전열기로 반팔 반바지로 생활하는 "특별 시민"들과는 달리 온몸으로 동장군과 씨름하며 "더불어" 살아야 하는 나는 자랑스러운 "울주 군민"이다.

山村日記 2021.1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