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촌일기

山村의 日常과 사랑을 전하는 풀잎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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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수정을 해 줘야 ....

​ ​ 영하 3~4 도는 가뿐히 내려가는 이 산촌의 날씨에도 아직도 저렇게 꽃피우는 놈이 있다. 저놈이 정상인지 살짝 맛이 간 놈인지는 모르지만.... ​ 이름하여 "당근" 꽃인데 가을에 당근 수확할 때 두 놈이 꽃대가 올라왔길래 안 뽑고 그냥 버렸었는데 이 추위에도 죽지도 않고 꽃을 피우고 있다. 자기가 무슨 "각설이"도 아니면서. ​ 하긴 뭐 제주도 같은 남쪽 섬나라에선 월동을 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이곳에서도 굳이 자기가 살려니까 내가 도와주지는 못해도 방해할 생각은 없다. ​ 종족을 퍼트리기 위한 생존의 몸부림인지 생명의 아름다움을 꽃피우며 사랑을 구하는 것인지 하찮은 "당근"의 일생이라도 존경스럽다. ​ 나비 대신 나 라도 저 당근 꽃 품에 안겨 인공수정을 해 줘야 할까? .... #인공수정#당근..

山村日記 2021.11.27

홍시의 운명 ....

​ ​ 감이 얼마나 많이 달렸는지 가지가 처져 코앞에서 달랑거려도 따 먹을 사람도 없고 산새들마저 외면해 홍시가 쭈굴쭈굴한게 쭈구렁 바가지가 되어 있다. ​ 밤이면 얼었다 낮이면 녹고 해서 달기는 억수로 달겠지만 아무도 거들떠보지도 않는 홍시의 팔자가 어쩌면 늙은 촌로(村老)의 신세 같아서 서글퍼진다. ​ 떠나는 가을의 끝자락에 매달려 호된 겨울 찬바람을 오롯이 몸으로 마주하며 쓸쓸히 한때의 영광을 마무리하는 홍시의 운명 .... ​ 늙은 노송(老松) 나무만 지켜보고 있다. "잘 가시게! 내년에 또 만나세!" 하며 .... ​ ​ #홍시의운명#쭈구렁바가지#늙은촌로#가을의끝자락

山村日記 2021.11.26

콧구멍에 바람 넣어보니 ....

​ ​ 첫 얼음이 얼었다. 두께도 1센티가 조금 넘어 보인다. ​ 얼음이 저 정도면 새벽 기온이 영하 4~5도까지 떨어진 것 같은데 다행히 김장할 배추 30여 포기는 어제 다 뽑고 다듬어 절이고 있어 피해는 없다. ​ 소설(小雪)이 지났으니 추워질 때도 되었지만 막상 닥치고 보니 춥기는 더럽게 춥다. 바람이 미친 듯이 부는 탓이 더 크기도 하지만 .... ​ 내일 김장만 버무려 넣으면 올해 농사의 마무리는 전부 끝나고 산촌의 일상이 동면(冬眠)에 들어간다. ​ 황토 방에 군불 뜨끈뜨끈하게 넣고 이리 뒹굴 저리 뒹굴 하며 세월이 좀 먹는지 안 먹는지 시험이나 하던지 아니면 그냥 휭~~하니 세상구경이나 다닐까? 생각 중이다. ​ 며칠 인천으로 강화도로 콧구멍에 바람 넣어보니 그것도 재미가 제법 쏠쏠해서다. ..

山村日記 2021.11.23

나머지 놈들도 전부 ....

​ ​ 며칠 안 본 사이 "표고버섯" 난리가 났다. 그 좋은 가을날엔 콧베기도 안 보이든 놈들이 건강검진차 서울 병원에 간 김에 한 바퀴 휘~ 돌아왔더니만 저 모양이다. ​ 사실 한창 버섯 나와야 할 가을에 안 보이길래 아예 쳐다보지도 않고 방치해 뒀긴 해도 .... ​ 그래도 그렇지 며칠 전까지만 해도 전혀 기미가 없었는데 2박 3일 만에 저렇게 늙어(?) 버렸으니 기가 찬다. 그것도 지지대가 부러져 땅바닥에 자빠져 있는 놈들만 표고버섯이 꽃처럼 피어났으니 .... ​ 관리한다고 새워 둔 놈들은 "가물치 코"고 귀찮아서 자빠진 데로 방치한 놈들에게서만 버섯이 나왔으니 귀신이 곡할 노릇인지 버섯이 땅바닥을 좋아하는 건지 ​ 내일부터 추워진다는 이 소설(小雪) 무렵에 횡재긴 하지만 너무 커서 전부 잘라서 ..

山村日記 2021.11.22

도랑치고 가재 잡은 꼴 ....

​ ​ 장독간에서 집사람과 이것저것 손보고 있는데 갑자기 "우찌끈 뚝딱!!" 하며 산으로 가는 길 가 나뭇가지가 부러지며 길 쪽으로 덮친다. ​ 지난 태풍 때 부러진 참나무 두 가지 중 길가로 뻗은 가지가 부러져 내린 것이다. 다행히 지나가는 사람 없을 때 .... ​ 그렇잖아도 저 가지가 언젠가는 길을 덮칠 것 같아 옆에서 받쳐주는 작은 나무 하나를 미리 잘라 두었는데 그 가지가 힘을 못 쓰니 자연히 저놈도 쓰러진 거다. ​ 내가 자주 다니는 길은 아니지만 이 길을 이용하는 누군가의 차량이나 등산객이 다칠까 봐 미리미리 손 봐 놓은 것이 다행히 적중한 것 같다. 오른쪽 가지 저놈이야 자빠져도 계곡 쪽이니 됐고. ​ 안전도 확보하고 땔감도 생기고 오랜만에 "도랑치고 가재 잡은 꼴"이다. #도랑치고가재잡고..

山村日記 2021.1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