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촌일기

山村의 日常과 사랑을 전하는 풀잎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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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내 "들깨 부추탕"....

​ ​ 산촌에 있으면 무슨 요일인지는 신경 안 쓰는데 대신 인근 어디 장날이란 건 바싹하게 안다. ​ 무슨 놈의 날씨가 초여름 비슷해도 밭고랑의 풀이 범 내려오게 생겼는지라 신나게 잘 뽑고 있는데 "산내가서 장도 보고 고디 탕"이나 먹고 옵시다" ​ 냅다 팽개치고 둘이서 차창 다 열어놓고 산천경계(山川境界) 유람 삼아 도착해 보니 개뿔.... ​ 느지막하게 가기도 했지만 읍내 상설시장 보다 더 볼거리(?)가 없길래 그동안 인근에 제법 유명(?) 했던 "고디탕(다슬기탕) 집"에 들어가 "고디탕 두 개!".... ​ 어라?... 평소보다 부추가 새파랗게 엄청 많이 들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들깨 가루만 빡빡하게 들었지 다슬기는 다 먹을 동안 10개(집사람하고 공통적인 의견임)도 안 들어 있는 "들깨 부..

山村日記 2021.05.23

붕어들의 곗날 ....

​ ​ 연못의 붕어들이 신나게 먹이를 쫓고 있는데 그 먹이가 "대박"이와 "바우"놈들 먹이라서 양심에 좀 찔리긴 해도 도리가 없다. ​ 개 밥 주러 가면서 한 움큼 연못에 던져주면 저렇게 정체를 드러내며 무슨 곗날처럼 한꺼번에 몰려들어 신나게 먹고 있는데 이젠 어느 정도 길들여져 가고 있는 것 같다. ​ 그래도 저런 장면은 어떤 연출로도 불가능할 텐데 저놈들도 이미 내가 주인인 것을 알고 있는 폼이라 잘 하면 붕어하고 친해질지도 모르겠다. ​ 관상용으로 비단잉어라도 몇 마리 넣고 싶은데 인근에 판매하는 곳도 없고 어린 관상용 잉어가 자연애 적응해낼지도 은근히 걱정이라 차일피일이다. 어떤 땐 원앙새까지 찾아오는 연못이라 .... ​ 붕어 놈들.... 날마다 계 타는 날이라서 좋겠다.

山村日記 2021.05.22

칼집 삼겹살 ....

​ ​ 칼집 삼겹살.... 사실은 자네가 먹고 싶은 게 아니고 우후죽순(雨後竹筍)처럼 자라는 내 상추와 쑥갓 그리고 곤달비가 먹고 싶어서 시작한 일인데.... ​ 그냥 소주 1병으로 넘어갈 아무것도 아닌 일상에 굳이 무슨 의미와 확인사살이 필요할까 마는 고기가 먼저 익느냐?.... 묵은지가 먼저 익느냐가 문제일 뿐이지.... ​ 병원 예약 일이라 다녀오는 길 마트에서 "할인"표 딱! 붙이고 "나 잡아봐라!" 하는데 눈앞에 농장에서 어제부터 내린 비 맞고 한참 춤추고 있을 상추와 곤달비 쑥갓이 딱! 떠오르는데.... ​ 무슨 사연이나 이유가 필요 없는 자연 속 눈에 보이는 게 진실이고 내가 움직이는 게 순리지만 맛있는 건 역시 맛있는게 또한 진실이리니 .... ​ ​ ​

山村日記 2021.05.21

신(神)이 내린 나무 ....

​ ​ 2년 전 잘라버린 "산 뽕나무" 뿌리에서 올라온 "새 순" 작년에 아예 잘라 뿌리까지 없애버리려다가 "뽕잎차"나 만들어 먹을까? 하고 그냥 두었다. ​ "신(神)이 내린 나무"라는 뽕나무 고혈압, 당뇨, 심장 혈관.... 등 10여 가지 성인병에 탁월한 효능이 있어 잎, 열매, 줄기, 뿌리까지 온몸이 다 약재라 인기가 있지만.... ​ 심지도 않은 뽕나무가 여기도 불쑥! 저기도 불쑥! 지 멋대로 자라나는 이곳에선 "오디" 따 먹고 버린 산새들 잡고 시비도 할 수 없는 자연의 피해자일 뿐이다. ​ 하여.... 올해는 반 본전이라도 찾아볼까? 싶어 저놈들 사정없이 잘라 다 바싹! 말린 다음 그 유명한(?) 산촌 표 "뽕잎차"를 만들어 볼까... 한다. ​ 내가 먼저 먹어보고 "가부좌" 틀고 앉아서 5..

山村日記 2021.05.20

부처님 오신 날 ....

​ ​ 아침마다 저 꿩이 고사리 밭에 내려오는데 저놈들도 지렁이를 좋아하는가 보다. ​ 고사리 밭에 지렁이 많은 거는 어떻게 알았는지 마당이나 다름없는 저곳까지 스스럼없이 오는 거 보면 간이 배 밖에 나왔거나 지렁이 맛에 취했거나다. ​ 산에 사는 날짐승인 꿩을 매일 볼 수 있는 것도 흔치않는 일이긴 해도 꿩고기 맛을 아는 내 입장에선 볼 때마다 침을 흘려야 하니 이 또한 고역이다. ​ 한때는 저런 놈들 잡아 먹으려고 낚시에다 까치밥 뀌어서 낚싯줄에 매달아 놓기도 하고 석궁(石弓)이라도 하나 살까도 했었지만 다 부질없는 욕심이란 걸 깨달았다. ​ 산다는 게 다 이렇게 나눠먹고 배려하고 더불어 사는 것일진대.... ​ 오늘은 부처님 오신 날.... 온 세상에 자비로움만 가득했으면 좋겠다. ​

山村日記 2021.05.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