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촌일기

山村의 日常과 사랑을 전하는 풀잎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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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어느 봄 날 ....

​ ​ "옛날 통닭".... 한 마리에 6000원 두 마리 사다 놓고 사정없이 팍! 팍! 찢어놓는데 아무래도 소주 두병이 좀 불쌍해 보인다. ​ 동네 "여울이"네 서방이 농장에 들어왔다가 혼자 있는 거 보고는 "저녁에 통닭 사다가 한잔하까요?" 하길래 OK~!!! .... ​ 도시의 "메이커" 통닭집에서 파는 시원찮은 "후라이드" 보다 훨씬 고소하고 저렴하다. ​ 무슨 날이라서가 아니라 그냥 한잔한지도 오래되었고 눈 아프고는 처음 먹는 소주라 오늘은 딱! 1병씩만 하기로 했다. ​ 이웃에 있어 좋고 술이 있어 좋은 데다 값싼 통닭까지 어우러지니 5월의 어느 봄날이 속절없이 깊어간다.... ​

山村日記 2021.05.04

오늘이 삼월 스무이틀 ....

​ ​ 오늘 아침에도 황토방 아래채 지붕에 서리가 저렇게 내렸는데 고추 모종이니 뭐니 사다 심었어 면 괜히 얼라들 고생만 시킬뻔했다. ​ 동네 사람들은 일주일 전부터 고추 모종을 심었지만 나 같이 고춧가루를 아예 사다 먹을 생각을 하면 굳이 일찍 심을 필요도 농약 칠 걱정도 없어진다. ​ 풋고추나 실컷 따 먹고 어쩌다 빨개진 놈 보이면 재수야! 하고 따다 냉장고 보관해 두면 두루두루 요긴하게 쓰일 때가 있으니 .... ​ 참 개떡 같은 날씨 탓에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이 완전 체면을 구기고 있지만 음력으로 생각하면 오늘이 삼월 스무이틀 .... 이래야 계절이 딱 맞아 들어간다. ​ 기후가 음력으로 착각하고 있는가?....

山村日記 2021.05.03

유통기한이 지나버린 ....

​ ​ 허준의 "동의보감"에서 관절에 좋고 혈관에 좋으며 남자들의 정력과 발기부전에도 좋다고 기록된 "우슬"(牛膝)이 곳곳에서 나를 시험에 들게 한다. ​ 그동안은 그냥 모른 체 사정없이 파 던져 버렸는데 아! 요놈들이 계속 나오니까 신경이 쓰인다. "집사람 늘 무릎 아프다고 이야기하던데...." ​ 눈앞에 보이는 것만 캐도 양이 제법 되는지라 오늘 보이는 것 만 캐 모았더니 제법 된다. ​ 엑기스로도 먹고 가루로도 먹고 차 끓여서도 먹는다는데 어떤 방법이 좋을지는 집사람 선택이고 일단은 캐 모아서 준비를 해 줄 생각이다. 동의보감에서 좋다는 건 좋은 게 확실하니까.... ​ 이미 유통기한이 지나버린 그깟 "정력제"보다는 삶의 현실에서 최우선인 집사람 무릎 관절 보호가 가장 현명한 선택이리라 믿는다. ​..

山村日記 2021.05.02

너만 죽고 나는 살자 ....

​ ​ 비가 왔다리 갔다리 하면서 살짝 춥긴 해도 이런 날일수록 풀도 잘 뽑히고 덥지도 않아서 고사리 밭에서 잡초와 치열한 전투를 벌였다. "너만 죽고 나는 살자"라면서.... ​ 맑은 날 같으면 풀을 뽑아 뿌리 흙 탈~탈~ 털어 여기저기 휙! 던져놓으면 햇볕에 말라죽는데 오늘 같이 비 오는 날엔 그렇게 하다간 더 좋은 집으로 잡초 이사시키는 꼴이 되겠는지라.... ​ 뽑은 풀 소쿠리에 담아 무화과나무 옆 공터에 차곡차곡 쌓아가기로 했다. 썩어서 거름 되면 무화과나무에도 좋고.... ​ 그러고 보니 진작 이렇게 했으면 지금쯤 그 높이가 바벨탑 정도는 되었을 텐데 왜 이 생각을 못 했는지 허구한 날 먹고 싸고만 한 게 후회스럽다. ​ 근데 .... 요놈을 "잡초 무덤"이라기엔 어감이 좀 안 좋고 "잡초 타..

山村日記 2021.05.01

글로벌 다문화 시대가 ....

​ ​ 이놈들이 머리에 덮어쓰고 나오는 걸 보니 "호박"임에는 분명한데 한두 가지도 아니고 여러 가지라서 족보를 봐야 알겠는데 .... ​ 씨앗 이것저것 생기는 데로 "편지봉투"에 넣고 잘 보이라고 겉면에다 '사인펜"으로 무슨 씨앗이라 일일이 다 적고 그 봉투를 씨 뿌린 고랑에 표시한다고 경계석같이 묻어 두었는데 ​ 간혹 바람에 날려 간 놈도 있지만 그보다는 봉투가 비를 맞고 나니 사인펜 글이 다 지워진 거다. ​ 따로 메모해둔 것이 없으니 오로지 새싹만 보고 무슨 작물인지 알아야 본 고랑에 알아서 심을 텐데 글씨가 안 보이니 천하의 "해촌 선생"인들 헤맬 수밖에. ​ "옛말에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산다"라는 말이 있듯이 대충 더듬어 심어놓고 키우기만 잘 키우면 되겠지 더러는 "혼식"(混植)을 좀 하면 ..

山村日記 2021.0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