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촌일기

山村의 日常과 사랑을 전하는 풀잎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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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장 난 타임머신 ....

​ ​ 국화.... 그리고 가을. ​ 지천에 널린 쑥부쟁이가 성에 안 차 임도(林道) 중간에 있는 "구절초" 수십 포기를 캐다 집안에 옮겨 심었는데도 국향(菊香)이 그리워 화훼 단지에 가서 저놈들을 사 왔다. ​ 거금 11,000원이 들기는 했지만 작년에 심었든 두 놈 중 한 놈은 죽고 살아있는 놈과 합치면 결국 세 포기다. ​ 한꺼번에 많이 사다 심는 것보단 이곳 환경에 잘 적응하는 놈 만 사다 심자는 집사람 말에 일리는 분명 있어 보인다. ​ 국화니 구절초니 쑥부쟁이니 하며 부질없는 가을 타령을 하는 산촌의 일상(日常) 고향으로 돌아가는 고장 난 타임머신 속이다. ​ #타임머신#가을국화#구절초#쑥부쟁이#화혜단지#산촌의일상

山村日記 2021.09.09

채소인 듯 꽃인듯한 ....

​ ​ 하얀 "부추 꽃"과 "방아잎 꽃"의 보라색이 잘 어울리는 가을이 익어가고 있다. ​ 계속 베어 먹었으면 꽃 이 안 피었을 부추 아무리 몸에 좋다 한들 일반 가정에선 잘 안 먹어진다. 어쩌다 반찬 양념으로 기껏해야 부침개가 전부라서.... ​ 일상의 먹거리로만 알고 신경도 안 썼지만 막상 꽃을 자세히 보면 참 예쁘다 채소 아닌 꽃으로만 키워도 좋을법한 매력이 있다. ​ 두 꽃 다 독특한 향기까지 지니고 있어 미모와 매력까지 겸비한 농숙한 여인처럼 아름답다. ​ 채소인 듯 꽃인듯한 저 모습 닮아보고 싶다. ​ #부추꽃#방아꽃#채소#부침개#미모와매력#일상먹거리

山村日記 2021.09.08

그 향수마저 잃어버릴까 ....

​ ​ 햇밤이다. 어제 오후 동네사람 셋이 우리집 뒤 숲으로 가더니 한참 있다가 나오는데 보니 세 사람 모두 까만 비닐에 뭔가를 담아 들고 간다. ​ 아차! 싶었지만 이미 늦어버린 일 일찍 떨어지는 올 밤이 밤 숲에 떨어질 때라는 걸 뒤늦게 눈치챘지만 어쩌랴. 아까워도.... ​ 오늘은 집사람이 뒷마당에서 작년부터 밤을 달기 시작한 자생한 우리 밤나무에서 주운 밤을 한 움큼 들고 온다. ​ 밤 숲에 가장 가까이 살면서도 밤 익는 줄도 모르고 우리 밤나무까지도 잊고 지낸 사이 가을은 코앞에서 툭! 툭! 떨어지고 있었다. ​ 추억이 멀어지고 그리움이 퇴색되어 가는 세월 밤나무 숲 사잇길로 학교 다니던 어린 시절 그 향수마저 잃어버릴까? 두렵다. ​ ​ ​ #밤나무숲#햇밤#향수#까만비닐

山村日記 2021.09.07

부모의 마음 처럼 ....

​ ​ 생명의 힘 .... ​ 며칠 전 심은 김장용 가을 쪽파가 개떡같은 날씨라도 비가 내렸다 말았다 하니 그 덕에 싹이 올라왔는데 저 무거운 흙덩어리를 밀어 올리고 나왔다. ​ 고랑 앞 쪽에 마구잡이로 심은 놈들은 아직인데 뿌리 쪽을 땅으로 가지런히 해서 심은 놈들은 다 올라왔다. 역시 농사도 순리가 있고 전문가들이 있는 게 맞다. ​ 뿌리 쪽이 어디로 가건 말건 그냥 네댓 개씩 막 심는 거보다 잎이 하늘 쪽으로 가지런히 심은 게 훨씬 생육 속도가 빨라질 건 이치상 당연한데 편리하다는 이유로 대충 심어왔었다. ​ 농사를 짓는다는 거.... 작은 씨앗에서 새 생명을 키우는 일인데 정성을 다하지 않고 많은 수확을 바라는 건 아닌 것 같다. ​ 자식 키우는 부모의 마음처럼..... ​ ​ #가을쪽파#생육속도..

山村日記 2021.09.06

또 하나의 여름이 ....

​ ​ 끝물을 향해 달려가는 토마토들이 계절의 흐름을 재빠르게 적응해 가는 건지 비가 오나 날이 흐리거나 상관없이 잘도 익혀낸다. ​ 하긴 내일모레가 백로(白露) 이니 더 이상 열매를 맺어도 익히기가 쉽지 않다는 걸 식물들도 다 알고 있는 눈치다. ​ 토마토로 반찬 해 먹는 거에는 서툴기도 하지만 우리 입맛하고는 거리가 멀어 포기하고 오로지 요구르트 넣고 갈아 마시는 중인데 두 사람이 해치우기엔 늘 양이 조금 많다. ​ 그래도 몸에 좋다니까 꾸역꾸역 먹어는 치우지만 그 행복한 투정도 곧 끝날 것 같아 아쉽다. ​ 이렇게 또 하나의 여름이 내 곁을 스쳐 지나간다. ​ #끝물토마토#요구르트#백로#행복한투정#꾸역꾸역

山村日記 2021.0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