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촌일기

山村의 日常과 사랑을 전하는 풀잎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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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 엄마가 그리워진다 ....

​ ​ 오랜만에 옛 맛이 그리워 선택한 호박잎 줄기 끝에서 두 번째쯤의 잎이 제일 좋은데 뒷면에 하얀 솜털이 보송보송한 놈들이다. ​ 반은 쪄서 "빡빡장" 보글보글 끓여 쌈으로 싸 먹고 반은 저 여린 애호박 듬성듬성 썰어 넣고 호박잎 한 움큼 손으로 부~욱 부~욱! 찢어 넣은 호박잎 된장국으로 끓여 먹을 거다. ​ 그러기 위해선 반드시 거쳐야 하는 호박잎 "심줄" 빼는 일 줄기 부분을 90도로 팍! 꺾어 살~살 당기면 딸려 나오는 저 억센 '섬유조직"을 빼내야 잎이 부드러워진다. ​ 느닷없이 호박잎 된장국을 맛있게 끓여주시든 울 엄마가 그리워진다. ​ #호박잎#애호박된장국#빡빡장#섬유조직

山村日記 2021.08.19

나도 좀 편하게 살자 ....

​ ​ "밤송이"가 제법 가을을 잉태하고는 "나도 이제 어른이다!" 하고 폼 잡기는 해도 내가 볼 땐 아직 군데군데 애송이 티를 벗지 못했다. ​ 장독간 옆의 제 어미나무는 작년보다 밤송이를 적게 달고 있는 것 같은데 4년 차인 요놈은 제법 많은 밤송이를 달고 있다. 그래봤자 알 밤 한 되도 안 되지만 .... ​ 추석이 한 달밖에 안 남았는데 이제 겨우 애송이를 면한 저놈들이 언제 다 익어서 부모님 제상에 올라갈지 모르겠다. ​ 옆산에 지천이 밤나무지만 가을마다 알밤 주우러 가는 것도 한 시절 지난해부턴 저놈들만 챙기고 산에 밤 주우러 가진 않는다. ​ "새빠지게" 주워봤자 다 먹지도 못하고 냉장고만 고생시키니 나도 좀 편하게 살자.... 싶어. ​ ​ #알밤줍기#가을잉태#냉장고#추석#애송이#장독간#부..

山村日記 2021.08.18

나가볼 수도 없으니 ....

​ ​ 장마가 시원찮게 지나가더니 뒤늦게 사흘째 장마철 같은 날씨가 계속되니 활짝 핀 "부용화" 꽃들도 초상집이다. ​ 비는 오다가 말다가 지 멋대로 찔락거리지 지금이 8월 중순이 맞나 싶을 정도로 날씨는 춥기까지 하지 하릴없는 산촌의 유일한 "세상 통로" TV는 시청료의 반의반 값도 못하고 있으니.... ​ 성질대로 하면 부웅~ 하고 차 끌고 어디론가 한 바퀴 휘~ 하고 싶어도 세상 꼴이 이러니 갈 곳이 없다. ​ 이럴 땐 평소에 "행님! 행님!"하든 그 많은(?) 후배 놈들 느닷없이 "세상이 하수상 하여 피신 왔노라!" 그 한마디면 감자 전에 호박전, 언제 담근 지도 아득한 몸에 좋은 담금주 있는 거 없는 거 다 내 놓고 한 판 벌릴 낀데.... ​ 그렇다고 코로나 득실득실한 속세로 내가 나가볼 수도..

山村日記 2021.08.17

아니 땐 굴뚝의 연기 ....

​ ​ 하도 세상이 뒤숭숭하고 역병이 창궐하니 "아니 땐 굴뚝에도 연기가 나는" 모양이다. ​ 가을 김장 배추 모종 심을 밭고랑 준비하는데 잡초 속에 느닷없는 "수박"이 한 덩어리 보인다. 그것도 10리 근처에는 가 본 적도 없는 고창에서 재배하는 "블랙 망고 수박"(?)과 닮았다. ​ 씨도 안 뿌리고 모종도 안 심었는데 어디서 태어났는지 저 혼자 자라고 열매를 맺었으니 이거야말로 아니 땐 굴뚝의 연기가 아닌가?.... ​ 문제는 저놈이 익었나 안 익었나 인데 꽃이 언제 피었나를 알아야 35일이든 40일이든 날짜 계산을 해서 판단을 할 텐데 족보도 없으니.... ​ 아무래도 커트 칼로 "삼각형 수술"을 해서 속을 한번 들여다봐야 할 것 같다. 빨간 놈인지 노란 놈인지 확인도 할 겸. ​ 덜 익었으면 테이..

山村日記 2021.08.16

"세상의 끝"에 선 ....

​ ​ 드디어 목적지에 도달했다. ​ 사생아처럼 내가 씨 뿌린 일도 없는데 제멋대로 자란 "수세미" 가 "땅나리" 꽃대에 매달려 허공을 헤매고 있기에 빨랫줄에 집게 하나 집어줬을 뿐인데 .... ​ 동서남북이 어딘지 가늠도 못하고 살다가 한 가닥 빨랫줄에 매달려 뻗고 또 뻗어 도달한 곳 이제 본채 부엌의 지붕에 닿았으니 제힘으로 갈 수 있는 곳까진 마음대로 나아가리라.... ​ 열매를 맺고 안 맺고를 떠나 척박한 맨땅에 태어나 힘도 없는 꽃대를 부여잡고 애쓰는 모습 인간들의 치열한 삶과 다를 바 무엇이 있으랴. ​ 내 삶의 아픔보다 더 애잔해 보였든 수세미의 모습 내가 자연에게 할 수 있는 작은 보은이 될까? ​ "세상의 끝"에 선 오늘이 수세미 줄기처럼 내일로 내일로 이어지길 바라면서 .... #세상의..

山村日記 2021.0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