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촌일기

山村의 日常과 사랑을 전하는 풀잎편지

전체 글 4757

봄비 오는 날 파전 ....

​ ​ 봄비가 사부작사부작 내린다. 겨우내 웅크린 쪽파에 봄이 오는가 보다. ​ 이제 막 푸른 생기를 머금은 월동(越冬) 쪽파 한 움큼 뽑아다 켜켜이 껴입은 겨울옷 한 겹 두 겹 알몸으로 벗겨내고 계란 물 푼 부침개 반죽에 냉장고 구석 잠자는 고기 한 뭉치 듬성듬성 썰어 넣고 잘 달군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른다. ​ 숨죽여 내리는 봄비 대신 "파! 지지직~" 경쾌한 맛 소리로 향기를 품어낸다. 짙은 파 향과 함께 부침가루와 계란 물의 고소한 향의 앙상블.... ​ 달군 프라이팬에 엉덩이가 노릇노릇 눌어붙을 때쯤 번개같은 솜씨로 뒤집기 한 판 성공시키는 노련한 장인 정신 널찍한 접시에 곱게 뉜 몸 숨 돌릴 틈 없이 사정없는 젓가락 공격에 찢겨 목구멍을 넘어간다. ​ 캬~! 뒤따라 들어오는 16,9도 맑은 알..

山村日記 2021.03.01

전설같은 미신을 믿기엔 ....

​ ​ ​ 하루 이틀 사흘.... 넘어서 나흘째 오른쪽 눈이 안 보인다. ​ 아침에 자고 나니 갑자기 안 보이는 눈 한쪽 눈으로 겨우 정신을 차려 수년 전 "백내장" 수술한 부산 안과 전문병원을 찾았다. "백내장 수술했던 망막이 떨어져 버려" 그렇단다. ​ 부랴부랴 수술하기로 온갖 검사 마치고 1시간여에 걸친 수술은 성공적(?)으로 마쳤으나 내일은 뿌옇게 안 보이지만 곧 좋아질 거 랬는데.... ​ 시간은 흐르고 한쪽 눈은 안 보이고 나락으로 떨어지는 마음을 다잡고 3시간에 한 번씩 두 가지 안약을 번갈아 넣어가며 투병 중이긴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선.... ​ 늙은 뽕나무 베어버린 게 마음에 걸린다. 예부터 동네 고목나무 베는 사람에겐 화가 미친다는 전설 같은 미신을 믿기엔 시대가 너무 안 맞긴 하지만 ..

山村日記 2021.02.28

뽕나무 고목의 눈물 ....

​ ​ 27년 전 이 산촌에 처음 올 그때 이미 수령(樹齡)이 10년 남짓 되어 보였든 뽕나무 한 그루 언덕진 윗 밭과 경계 지점에 있었는데.... ​ 이젠 언덕 위의 고목이 되어 위험하기도 하거니와 아름드리가 주는 중압감이 농장 전망도 해치길래 며칠 전 큰맘 먹고 사정없이 잘랐다. ​ 워낙 고목이다 보니 잔 가지가 얽히고설켜 하나하나 잘라내며 가지 정리를 하는데.... ​ 가지마다 저렇게 하얀 진액을 뿜어내는 게 늙은 뽕나무의 회한(悔恨)의 눈물인지 떠나는 겨울의 슬픈 이별의 눈물인지 왠지 가슴이 찡~ 하다. ​ 하긴 27년을 함께한 인연도 인연이지만 늙고 보기 흉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보내야 하는 같이 늙어가는 내 입장에서도 결코 유쾌한 일은 아니다. ​ 그래도 어쩌랴.... 자리 잘 못 잡은 지 탓..

山村日記 2021.02.23

문자보낸 내용이 ....

​ ​ ​ 날씨가 따뜻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고사리밭과 채소밭에 "유박 퇴비"를 뿌렸다. 스물 다섯포대를.... ​ 20킬로 짜리 25푸대니 깨끗히 500킬로를 저 연약한(?) 손수레에 세 포대씩 싣고 고사릿대가 우거진 대 자연속을 밀고 당기고 허리가 아프도록 퍼 뿌리고.... ​ 어제 스무포 오늘 스무 다섯포 이틀 연거푸 중노동에 시달린 집사람이 다리와 허리가 아프다며 울산 한의원에 다녀 온단다. ​ 모시고 가도 시원찮을 판인데 버스타고 간다기에 그러라고 보내 놓고는 은근히 걱정 스럽다. ​ 5시가 되도록 안오길래 문자하니 이제 울산에서 출발한다는 답장이다. "아직 읍내 안지났으면 탕수육 좀 사오면 안될까요?" 서방이라는게 문자보낸 내용이 이렇다.

山村日記 2021.02.22

고로쇠 된장 ....

​ ​ ​ 오늘이 "손 없는 날"이라고 된장을 담갔는데 해마다 고로쇠 물이 나오는 이맘때쯤 고로쇠 물로 된장을 담는 게 우리 집 풍습이다. ​ 일반 물로 담굴 때 보다 된장 맛이 훨씬 더 고소하고 풍미가 짙고 단맛이 약간 나는 게 고로쇠 된장의 특징인데 올해도 메주 여섯 덩이에 고로쇠 물 한말 반을 넣었으니 맛있는 된장과 간장은 보증수표나 마찬가지다. ​ 우리 딴에는 된장을 많이 담근다고 담그는데도 아들놈 집에 수시로 보내줘야지 놀러 온 지인들이 된장 맛있다며 침 흘리면 또 한 바가지 퍼 주고.... ​ 고로쇠 된장.... 아는 사람만은 다 아는 맛 된장 간장이지만 집사람의 정성이 들어 간 손맛과 자연과 어우러진 고로쇠 물이 신의 한 수가 아닐까 싶다.

山村日記 2021.0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