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촌일기

山村의 日常과 사랑을 전하는 풀잎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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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들의 당연한 염원 ....

​ ​ ​ 10년 만에 "란" 꽃이 피었다. 정초(正初)에 핀 꽃이라 올 한해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예감에 기쁜 마음 숨길 수 없다. ​ 이 "란" 꽃은 12년 전 내가 아파트 동 대표회의 회장할 때 축하분으로 받은 것인데 꽃이 지고 난 후 지금까지 베란다 구석에 물 만 먹고 살아만 있었는데 특별하게도 올 설 명절에 꽃을 다시 피운 것이다. ​ 아무도 없는 아파트에 꽃피워봤자 볼 사람도 없어 설 전날 산촌으로 옮겨 놓은 것이 신(神)의 한 수 같다. ​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예감.... ​ 큰 아들 승진하고 작은 아들 합격하고 두 아들놈들한테 이런 좋은 일이 생기길 바라는 건 모든 부모들의 당연한 염원이지 싶다. ​ 다 늙은 우리 부부야 뭐 좋은 일 생길 건덕지도 없고.

山村日記 2021.02.14

흔치않은 시골 집 ....

하늘로 날아오르는 설날 우리 손주들만이 느낄 수 있는 매력이다. 연못과 그네를 갖춘 할아버지 집.... 흔치 않은 시골집이기 때문이다. 연못에 아직도 덜 녹은 얼음 깬다고 주위에 있는 주먹 돌에서 머리만한 돌까지 수십 개를 던지는 재미는 도시에선 꿈속에서나 가능하지만 여기선 현실에 존재하는 설날 모습이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지놈들 오면 먹이려고 강정이며 과일, 갈비찜에 가래떡, 굽은 떡 온갖 음식들은 뒷전이고 오로지 노는데만 집중한다. 나무 꼬챙이로 칼싸움에 "원더우먼" 지팡이로.... 맛있는 음식에 새 옷, 새 신발에만 신경이 갔었든 우리 세대의 설날과는 천양지차로 변한 세대 맛과 멋 보다는 자유와 개인의 취향이 더 중요한 시대로 변한 것 같다. 아무리 그래도 변하지 않는 진실 하나 새해 복 많이 받고..

山村日記 2021.02.13

세상에서 가장 신나는 일 ....

​ ​ ​ 내일 설쇠러 아들 며느리가 손주들 데리고 온다는데 잠자리라도 뜨끈뜨끈하게 해줘야겠다 싶어 아래채 황토 방에 군불을 때는데 지난 추석 이후로는 비워 둔 "냉골"이라 오늘 오후부터 내일 오전까지는 군불을 넣어줘야 한다. ​ "갈비찜 하구로 밤 좀 가소!" 손주들 먹일 생각에 있는 거는 당연하고 없는 거는 사 와서라도 만들어 주고 싶은 마음을 아는지라 군소리 없이 밤을 까는데 요것이 인간성 시험하기 딱!이다. ​ 밤이야 가을에 주워다 김치냉장고에 넣어둔 게 있었지만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가 되는지라 껍질 까고 속 껍질까지 깎는 일이 할 짓이 아니다. 손주 멕일 거 아니면 그냥 군밤타령이 나올 텐데.... ​ 청소하랴 음식 만드는데 보조하랴 하루 종일 바빠도 자식들이 온다는데 이 정도야 ..

山村日記 2021.02.10

연휴와 농협 택배 ....

​ ​ ​ 이 지역 농협에서 택배 사업을 하는 것은 좋은데 자기들 편리(?)에 따라 지난주까지만 취급하고 오늘부턴 접수 자체를 안 받는단다. ​ 설 명절 때문에 물량이 많아져 택배 배송에 어려움이 있는 건 다 아는 사실이지만 신선도가 생명인 "고로쇠 물" 같은 경우에는 죽을 맛이다. ​ 어쩔 수 없이 일반 택배회사로 가서 발송은 했지만 농민을 위한 농협이라는 곳이 일반 택배회사에선 오늘도 취급하는데 자기들만 취급 안 한다니.... ​ 어쩔 수 없이 한 건당 2천 원의 수수료를 더 부담하고 일반 택배로 보내긴 했으나 속은 편치 않다. 내 "구리알"같은 생돈 만 원이 더 들어갔으니.... ​ 신선한 고로쇠 물을 설 명절에 가족과 함께 마실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아쉽다. 연휴라고 고로쇠 물이 안 나오는 것도 ..

山村日記 2021.02.08

내가 키운 보약이다 ....

​ ​ ​ ​ "내일 또 춥다는데 땅 얼기 전에 도라지 좀 캐오소!" 설에 먹을 나물할 거라서 좋은 놈으로 캐야겠기에 평소 봐둔 밭고랑에서 캔 놈인데 생각보다 잘 생겼다. ​ 한 포기인 줄 알고 캤는데 함께 자란 두 놈이 서로 엉겨 붙어 있는데도 뿌리가 시원스레 뻗어 껍질 벗기고 장만하기도 수월하다. ​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라고 허연 다리가 쭉~쭉 빠진 게 사람으로 치면 하체가 쭉~! 빠진 멋쟁이 아가씨처럼 생겨 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 도라지와 더덕을 다 같이 심어두기는 했어도 더덕은 두더지가 거의 다 파먹어 씨가 말랐으나 다행히 도라지는 군데군데 더러 남아있어 오늘 같은 날 요긴하게 써먹는다. ​ 월동(越冬) 하고 있는 요즘 도라지.... 약효와 맛을 가득 품은 내가 키운 보약이다

山村日記 2021.0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