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촌일기

山村의 日常과 사랑을 전하는 풀잎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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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촌(山村)의 꿈 ....

​ ​ 손을 한쪽 눈에다 가져다 대고 다른 손으로 뒤통수를 탁! 치면 눈알이 쑥~ 빠져 물에 씻어 다시 넣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 옛날 개그맨들이 소품을 가지고 하던 코미디에서 본 기억이 새로울 만큼 절실하다. ​ 눈 재수술 3일째... 이제 겨우 희뿌옇게 보이기 시작하는 게 제대로 수술이 된 것 같아 마음은 밝은데 몸은 역시 불편하다. ​ 운전을 못하니 병원 가랴 농장 식구들 지키랴 왕복 160킬로를 시외버스로 다니려니 죽을 지경인데다 때 맞춰 뿌려야 할 씨앗들.... ​ 얼마 전 동네 아지매가 고맙다고 준 "곤달비" 씨앗 두 고랑에 걸쳐 뿌리고 부직포를 덮어 주었다. 추운 밤에도 얼지 말고 싹 잘 나라고.... ​ 하얀 부직포 까만 비닐이 늘어날수록 채소는 다양해지고 내 육신의 고단함은 늘어..

山村日記 2021.03.10

산촌(山村)에 봄이 오면 ....

​ ​ 나하고 무슨 "억하심정"이 있는지 아니면 한양에서 뺨 맞고 나한테 화풀이하는 건지 하루 종일 찌푸린 날씨에 저녁 굶은 시어머니 표정으로 좁쌀 만 한 우박까지 뿌리는 날씨 속에.... ​ 벌써 열흘째 안 보이는 한쪽 눈과 씨름을 하며 풀 메서 고랑 만들고 비닐 쒸우고 감자 심고 "혀가 만발이나 빠지도록" 일하고 나니 춥다. ​ 산촌에 봄이 오면.... 죽었던 시체까지도 일어나 일해야 하는 시기라 겨우내 고이 모셔 둔 씨앗들을 또 꺼냈다. 언제 심는 건지 확인하기 위해서.... ​ 지난해 고운 지인이 보내준 꽃씨로부터 내가 꼬불쳐 온 온갖 채소며 꽃씨 등 이제부터 내가 또 챙겨야 할 그리움 열여덟 가지가 내 사랑을 기다리고 있다.

山村日記 2021.03.06

"삼겹살 파티"라도 할까? ....

​ ​ ​ 농부는 아무리 몸이 불편해도 농사철이 되면 몸이 근질거려 그냥 있지를 못하는 법 비 온 다음 촉촉한 땅에다 올해 첫 상추를 파종했다. ​ 조금 이르고 늦고 가 중요한 게 아니고 땅이 촉촉해서 싹이 잘 날 것 같으니 씨 뿌리는 거지 뭐 특별한 시기나 계시를 받은 것도 아니다. 이러다 갑자기 또 추워지면 씨앗만 버리는 거지만.... ​ 상추는 조금씩 일주일 간격으로 계속 뿌려야 한참 먹을 때 한꺼번에 많이 자라서 늙히는 일 없고 그때그때 적절하게 잘 자란 상추를 맛있게 먹을 수 있다. ​ 잎이 오글오글한 "적축면 상추"와 옛날 상추인 "치마 상추" 두 가지를 뿌렸으니 이놈도 먹고 저놈도 뜯어먹기 좋게 준비 하나는 철저하게 해 뒀다. ​ 따뜻한 봄 어느 날 고운 님과 "삼겹살 파티"라도 할까?.....

山村日記 2021.03.05

내년 봄을 기약하며 ....

​ ​ ​ 눈 오고 바람 불고 날씨가 생 지랄을 하더니 결국 사고를 쳤다. 고로쇠 수액 받는 물통이 저 모양으로 처박혔다. ​ 해발 7~8백 골짜기에서 겨우겨우 연결해 온 호스로 농장 옆 골짜기까지 끌고 와 "집수통"을 설치했는데 바람 탓인지 받침대가 무게를 못 이겨 무너진 것인지 고로쇠 물까지 사정없이 엎어지며 통까지 깨졌다. ​ 임시로 작은 통을 설치는 했지만 저 큰 통속에 있든 내 피 같은 고로쇠 물..... 에고~ 아까워라!. ​ 눈이 아파 매일매일 신경을 못 쓰고 방심한 내 탓이지 누구를 원망할 수는 없고 혼자 뼈골만 주무르고 있다. ​ 내일이 경칩(驚蟄)이라 고로쇠 물도 끝날 때가 되었지만 내 곁을 찾아온 감로수 같은 봄 물 고로쇠 수액 가까운 지인들과 나눠먹고 싶었는데.... ​ 내 탓이오!..

山村日記 2021.03.04

봄은 생명(生命)이니까 ....

​ ​ 양지쪽 화단에 올라온 쑥과 냉이 계절은 봄으로 한참 와 있는데 아직도 나는 겨울의 끝자락에 그대로 서 있다. ​ 안구(眼球) 속에 수술 때 생긴 핏물이 덜 빠져 안 보이는 것이라고 다음 주 월요일에 다시 오란다. ​ 봄이 와도 봄을 못 보고 안 보이니 느낄 수도 없는지라 애써 나머지 한 눈으로 챙겨 볼 마음도 안 생긴다. 쑥은 쑥이고 냉이는 냉이인가 보다랄 수밖에.... ​ 하긴 "몸이 천 냥이면 눈이 구백 량이다"..라는데 사백오십 량만 가지고 구백 냥 가진 척 마음먹기가 한없이 초라하고 불편하고 궁상스럽다. ​ 다시 온전한 봄날이 내게 오면 따뜻한 쑥국에 냉이무침으로 상큼한 봄을 맞이하련다. 간절한 기다림으로 온 봄은 생명(生命)이니까....

山村日記 2021.0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