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촌일기

山村의 日常과 사랑을 전하는 풀잎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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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과 향수가 그리워 ....

​ ​ ​ 며칠 동안 바람이 미친 듯이 불어 산으로 가는 "사립문"의 산죽(山竹) 살대가 반이나 빠진걸 이리 끼우고 저리 붙들어 매고 겨우 마무리했다. ​ 산 임도(林道)와 연결되는 문이 긴해도 사이사이로 바람이 잘 빠질 줄 알았는데 바람이 워낙 순간적이고 세게 불어오니 견디질 못한다. ​ 보기는 저래도 간혹 지나가는 길손(등산객들이지만)들이 요즘 보기 힘든 문짝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 문이었는데.... ​ 올여름 태풍 때도 잘 견딘 문이 이 겨울바람에 살대가 빠지고 자빠졌으니 갈수록 기후가 걱정이다. ​ 어차피 산죽으로 만든 사립문이라 오래 쓰지는 못할 거고 2년에 한 번 정도는 살을 갈아주어야겠지만 추억과 향수가 그리워 만든 "사립문"도 관리가 쉽잖다. ​ 그리움도 돈이 드는 세상이라 그럴까?. ​

山村日記 2021.02.20

사랑 씨앗을 뿌려야 ....

​ ​ ​ 농협의 "고사리 작목반"에서 무상으로 주는 "유박 퇴비" 23포를 가져가라고 연락이 왔는데 차일피일 미루다 오늘에야 싣고 왔는데.... ​ 배당 장부를 보니 이 동네 혼자 사는 "만당 집" 아지매 몫이 16포 배정되어 있는데 전화 외엔 문자나 카톡도 못 보는 할매가 알고 있을 리 만무라서 다시 나가 실어다 주었더니.... ​ 고맙다고 절을 열두 번 더 하면서 저 씨앗을 준다. "곤달비"(곰취)와 "취나물" 씨앗이라는데 상추씨 뿌릴 때쯤 뿌려 놓어 면 실컷 뜯어 먹을 수 있단다. ​ 자식들 다 나가살고 혼자 사시는 할매라서 조금 귀찮고 힘들어도 내가 아니면 유박 퇴비 가져다줄 사람 아무도 없는지라 농협까지 두 왕복하면서 가져다드린 게 그리 고마우신 거였다. ​ 저 나물 씨앗들 숫자만큼이나 고마움..

山村日記 2021.02.18

마음의 자유 천지 ....

​ ​ ​ "짜장면" 한 박스가 통째로 연못에 빠졌다. 봄을 시샘하는 미친 바람이 얼마나 세게 불었길래 창고에 있던 저 박스가 연못에 가 투신했을까.... ​ 한 겨울 얼음하고는 색깔부터 다르지만 투명한 살얼음이라도 시샘 추위가 얼마나 서릿발인지 하룻밤 사이에 봄과 겨울의 치열한 전투가 눈에 보인다. ​ 그래도 지구는 돌아가는 법 대추나무 세 그루 사과나무 두 그루.... 가지치기라고 할 것도 없이 카트기로 사정없이 잘랐다. 내 마음이 가는 데로.... ​ 오래된 노래 가요에 "마음의 자유 천지"라는 제목인지 가사인지 있었던 거 같은데 내 마음 가는 데로 이 가지는잘라야 되고 이 가지는 키워야 되고.... ​ 되는 것과 안 되는 거를 내가 선택할 수 있다는 건 아직은 내 마음은 내가 지배한다는 건데 내 ..

山村日記 2021.02.17

황토방 군불 ....

​ ​ ​ 요놈의 동장군(冬將軍)이 마 그냥 가지 뭐가 열받았는지 다시 돌아와 난리를 피워 추워 죽겠다. ​ 잘 나오든 "고로쇠 물"도 뚝 끊어지고 산수(山水)도 다시 얼어버렸으니 아직은 겨울은 겨울인 모양이다. ​ 괜히 설에 며칠 따뜻하길래 봄이 오나? 했다가 까딱하면 감기 들기 딱 십상이라 황토방 아궁이에 죄 없는 장작만 쑤셔 넣는데 .... ​ 저 알 불에 군밤이나 고구마 구워서 손주들에게 줬으면 얼마나 좋아하겠나 싶어 돌아간지 며칠 안돼도 또 보고 싶어진다. ​ 괜히 동장군하고 시비 붙어봤자 득 될 건 하나 없고 이번 주는 얌전하게 잠이나 자야겠다. 아름다운 봄꿈이나 꾸면서....

山村日記 2021.02.16

"설은 보름까지 간다" ....

​ ​ ​ 옛부터 "설은 보름까지 간다"라고 했든가? 부침게며 고기며 나물 반찬 다 먹어 치운다고 생시껍을 하고 있는데.... ​ 집사람이 떡국 해 먹는 "굽은 떡"을 슬며시 꺼내다 놓는데 틀림없이 저걸 썰어 놓겠다는 거라 점수도 좀 딸 겸 내가 칼을 들고 자러려고 보니 딱딱하기가 젊을 때 내"거시기"하고 비슷하다. ​ 그래도 "싸나히"가 한번 칼을 뺐으면 무 라도 잘라야 하는 법 "굽은 떡" 넉 장 자르고 나니 손바닥이 얼~얼~하다. ​ 떡국에 방앗간에서 뽑아 온 동그란 "골미떡"만 넣어도 될텐데 굳이 힘들여 가며 찹쌀가루 반죽해 "굽은 떡"을 만들어 설날 아침 떡국에 넣어 자식들 먹이는 집사람의 정성.... ​ 내가 해주는 건 고작 그 구운 떡 썰어주는 것 뿐인데 옛날 "거시기" 생각은 왜 났을까?...

山村日記 2021.0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