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촌일기

山村의 日常과 사랑을 전하는 풀잎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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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심보 알고 있을까? ....

​ ​ 봄은 봄인가 보다. 겨우내 어디로 가서 숨었는지 보이지도 않던 붕어들이 따스한 햇살에 연못 물 위로 분주하게 왔다 갔다 한다. ​ 농장 입구에 있는 "대박이"놈 사료 주러 지날 때마다 비록 개 밥이지만 한 움큼 연못에 뿌려주면 사정없이 몰려들어 먹이 쟁탈전을 벌리는 붕어들이 며칠 전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거다. ​ 한정된 연못 안에서 산수(山水)를 통해 내려오는 천연 먹어 이외엔 아무것도 없는 터라 작년부터 장난삼아 한 움큼씩 뿌려 준 것인데 점점 길들여지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다. ​ 비록 낚시로 잡아다 넣은 토종 붕어들이지만 개밥이라도 줘 가며 잘 키워 놓으면 손주들 낚시하는 재미를 느끼게 해서 좋고 더 자라면 붕어 찜으로 내 술 안줏거리가 될지 누가 아 랴.... ​ 손바닥만 한 대장 붕어 ..

山村日記 2021.03.16

잔인한 봄 ....

​ ​ 항암과 혈관 건강, 게다가 눈에까지 좋다는 전천후 체질 개선 봄나물 "머위"가 막 올라온다. ​ 저만할 때 보라색 뿌리 부분까지 삭둑 잘라 데친 후 새콤달콤한 초고추장에 버무린 나물은 봄철 식욕 돋우는데도 최고지만 그 맛 또한 일품이다. ​ 눈 때문에 병원 들락거리는 사이 "쑥"은 이미 늙어 나하고 동갑하자고 졸라되지만 아직도 "원추리"며 "취나물", 겨울 이겨낸 정력제 "부추".... ​ 밭고랑이나 뒷마당 곳곳에 봄나물들이 나오기 시작인데 일일이 다 챙겨 먹진 못해도 눈에 보이는 데로 아무거나 챙겨도 봄을 통째로 꿀꺽! 하는 데는 지장이 없다. ​ 한 가지 아쉬운 건 이 좋은 재료들을 코앞에 두고도 그놈의 눈이 아파 분위기를 잡을 수가 없다. 쪽파 전이나 나물 전 앞에 두고 막걸리 한잔 쭈~욱!..

山村日記 2021.03.15

그리움 조차 그리워할 ....

​ ​ 열흘 만에 상추 싹이 올라왔다. 혹시나? 하고 덮어 둔 "부직포"를 젖혀보니 봄의 향연이 완연하다. ​ 저 아기 상추들 다음으로 먹을 2차 상추씨와 함께 쑥갓 씨앗도 뿌리고 내친김에 "대파" 씨앗도 두 고랑 뿌렸다. 지금은 값이 천정부지로 올라 대파가 "금값"이라도 아마 이 대파가 다 자라면 대파 값은 또 "개값" 되겠지만.... ​ 우리야 해마다 정상적으로 뿌린 씨앗이라도 무슨 채소가 값이 오르고 귀했다 하면 반드시 그 다음 해는 생산량이 많으니 어쩌니 생난리가 나니 일희일비(一喜一悲) 할 이유가 없다. ​ 취나물, 홍당무, 옥수수, 열무, 얼갈이배추.... 때맞춰 시리즈로 뿌려야 할 씨앗에다 풋고추에 토마토, 가지, 호박 등 열매채소 모종들이 내 손길만 기다리고 있는 봄날의 산촌 들녘 아직 아..

山村日記 2021.03.14

세월의 흔적 ....

​ ​ 초등학교 4학년 손녀와 2학년짜리 손주의 성장 흔적이 아파트 벽면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2020년 2월 15일 현재로.... ​ 금년에도 두어 번 왔다 갔지만 농장으로 바로 와서 다녀가는 바람에 이곳에 기록은 못했는데 병원 다닌다고 아파트 집에 들락거리다 보니 손주들 올 때마다 기록하던 추억이 그립다. ​ 다다음 주말쯤 집사람 생일이라고 다 온다니 그동안 얼마나 더 자랐는지 "잠시 할아버지 점검이 있겠습니다!." 해야지.... ​ 재건축으로 올 하반기에 철거하는 아파트라 저 아름다운 기록이 곧 사라지겠지만 사랑이 덕지덕지 눌어붙은 세월의 흔적들이다. ​ 원한다면 잘 뜯어내어 표구라도 해 줄 수 있는 게 할아버지 마음이란 걸 알랑가 모르겠다.

山村日記 2021.03.13

잡초와 약초는 마음에서 ....

​ ​ 몸이 아파 정상적이지 못한 일상이거나 말거나 하루가 다르게 흘러가는 봄날을 잡고 시비할 수 없듯이 싱싱한 저놈들 잡고 무슨 시비를 할까? ​ 자연스레 씨앗이 떨어져 자란 "고수"와 "곰보배추" 하필이면 밭고랑 사람 발 밟는 골에 태어나 신경 쓰이게 한다. ​ 어디에 좋고 무슨 병에 좋다는 소문난 놈들이지만 밭고랑 만드는 데는 걸거적 거리기만 할 뿐 괜히 또 한 곳에다 옮겨 모아 심어야 하는 수고뿐이다. ​ 군데군데 자라는 저놈들도 캐고 다듬고 씻어 놓으면 상큼한 봄나물, 훌륭한 약선식(藥仙食)으로 변하니 잡초와 약초의 차이는 고작 사람의 필요에 따라 달라지나 보다. ​ 어쩌면... 잡초와 약초는 마음에서 정하는지도 모른다. ​

山村日記 2021.0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