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촌일기

山村의 日常과 사랑을 전하는 풀잎편지

전체 글 4757

내가 좋아하는 삼박자가 ....

​ ​ "초석잠"이 몸에 좋은 약용식물이라는 말만 믿고 덜렁 심었다가 강력한 번식력에 식겁을 하고 없애는 데 몇 년이나 걸린 경험이 생생한데 또 다른 초석잠 새싹이 올라오고 있다. ​ 사연인즉 초석잠은 "누에형"과 "골뱅이형" 두 가지가 있는데 처음엔 "택란"이라 불리는 누에형을 심었다가 뒤늦게 약효도 더 좋고 장아찌로 식용도 하는 것이 골뱅이형이란 걸 알게 된 것이다. ​ 좋은 거라면 당연히 챙겨야 하는 법 아는 지인에게 "골뱅이형" 종자를 구해 심은 지 3년 차 그동안 죽었는지 살았는지 잘 보이지도 않던 놈들이 올해부터 저렇게 자리를 잡기 시작하는 것 같다. ​ 어디 좋고 어디 좋고 하는 약효 보다 모양이 예쁘고 장아찌가 맛있고 약술로도 좋다니까 내가 좋아하는 삼박자가 딱! 맞다. ​

山村日記 2021.04.09

세월도 늙나 보다 ....

​ 현미 쌀과 검정 콩에 건포도까지 넣고 쑥과 잘 버무려 쪄 내는 "쑥 카스텔라"를 만들려고 임도(林道) 길 옆에 새로 돋아난 햇 쑥을 캤다. ​ 묵은 쑥 뿌리에서 돋은 쑥은 작고 억세서 초봄 일찍 캐야 쑥국을 끓여 먹지만 "쑥버무리"나 "카스텔라" 하는 데는 지금이 딱이다. ​ 게다가 임도 만들면서 자연스레 생긴 쑥이라 크기도 클뿐더러 부드럽고 연해서 탐스럽기까지 한데 그래도 저 두 소쿠리 캐는 데 하루가 걸렸다. ​ 남 보기엔 게을러서 다 늙은 쑥이나 캐는 것 같아도 예로부터 노화 방지에 좋다는 쑥이라 아침에 우유 한 컵과 쑥 카스텔라 하나면 거뜬하다. ​ 그 옛날 논두렁에서 쑥 캐든 처녀 총각이 쑥 몇 번 캐고 났더니 어느새 할머니 할아버지가 됐다. 세월도 늙나 보다. ​

山村日記 2021.04.08

우리는 어찌 하오리까? ....

​ ​ 밤엔 겨울이고 낮엔 여름인 개떡같은 날씨가 하루 이틀도 아니고 열흘 이상 계속되니 잘 올라온 감자 싹이 냉해를 입어 저 모양이다. ​ 새 순이 나오자마자 추위에 얼어 말라비틀어진 건데 이제 와서 부직포를 덮어주기도 그렇고 사투를 벌이는 감자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없다. ​ 이곳 감자가 맛있기로 유명하지만 새순부터 저렇게 혹독한 성장 장애를 받고 있으니 주먹만 한 감자가 주렁주렁 달리기는 날 샜다. 그냥 얼라들 주먹만 하거나 쥐방울 비슷하거나 .... ​ 그래도 햇감자 한두 번 삶아 먹고 어느 여름밤 모닥불에 구워 먹을 감자 몇 개 챙겨서 고운 님 대접하고픈 내 꿈속에 감자 전과 막걸리가 묻는다. ​ "우리는 어찌하오리까?".... ​

山村日記 2021.04.07

금값이든 똥값이든 ....

​ ​ 황금(?) 싹이 막 올라온다. 눈에 보이는 저놈들만 잘 키워도 요즘 시세로 가뿐히 거금 일만 원은 훌쩍 넘을 테니까 .... ​ "금파"로 불리는 대파값이 워낙 비싸다 보니 두 고랑 씨 뿌린 대파 새싹만 봐도 반갑다. 저놈들이 다 자랄 때쯤이면 생산량이 많느니 어쩌고 하면서 똥값일게 뻔하지만 .... ​ 먹고살려고 농사에 목을 매는 전업농도 아닐뿐더러 대파 주산지에서는 농약 사용을 많이 한다기에 우리 먹을 거 농약이나 안치고 키워보자며 씨 뿌린 건데 다행히 싹이 잘 올라와줘 고맙다. ​ 나중에야 금값이든 똥값이든 상관없이 튼튼하게 만 자라다오! 꿈을 먹고 사는 개구쟁이 농부의 부탁이다. ​

山村日記 2021.04.06

완숙한 두릅의 풍미 ....

​ ​ 뭐 하나 나무랄 때 없는 봄 날씨의 유혹에 끌려 "먼저 보면 임자"인 산 두릅 있는 곳에 갔더니 불철주야(不撤晝夜) 나를 기다린 두릅이 폭삭 늙어 환갑을 맞고 있다. ​ 목두채(木頭菜)라 불리며 봄철 한 시대를 주름잡는 두릅의 활용가치는 딱! 저 맘 때 까지다. ​ 시중에선 어릴수록 상품으로 쳐 주지만 두릅 순에 손을 찌르는 가시가 생기기 전인 저 때가 가장 완숙한 두릅의 풍미를 느낄 수 있다. 튀김으로 장아찌로 .... ​ 늙은 두릅에서 상큼한 봄맛을 느낄 수 있다는 건 인생 황혼에도 마음은 항상 젊게 가지고 살라는 자연이 가르쳐 주는 신의 한 수가 아닐까 싶다.

山村日記 2021.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