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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쪽 화단에 올라온 쑥과 냉이
계절은 봄으로 한참 와 있는데
아직도 나는 겨울의 끝자락에 그대로 서 있다.
안구(眼球) 속에 수술 때 생긴 핏물이 덜 빠져
안 보이는 것이라고 다음 주 월요일에 다시 오란다.
봄이 와도 봄을 못 보고 안 보이니 느낄 수도 없는지라
애써 나머지 한 눈으로 챙겨 볼 마음도 안 생긴다.
쑥은 쑥이고 냉이는 냉이인가 보다랄 수밖에....
하긴 "몸이 천 냥이면 눈이 구백 량이다"..라는데
사백오십 량만 가지고 구백 냥 가진 척 마음먹기가
한없이 초라하고 불편하고 궁상스럽다.
다시 온전한 봄날이 내게 오면
따뜻한 쑥국에 냉이무침으로 상큼한 봄을 맞이하련다.
간절한 기다림으로 온 봄은 생명(生命)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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