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촌일기

山村의 日常과 사랑을 전하는 풀잎편지

山村日記

봄비 오는 날 파전 ....

혜 촌 2021. 3. 1.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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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가 사부작사부작 내린다.

겨우내 웅크린 쪽파에 봄이 오는가 보다.

이제 막 푸른 생기를 머금은 월동(越冬) 쪽파 한 움큼 뽑아다

켜켜이 껴입은 겨울옷 한 겹 두 겹 알몸으로 벗겨내고

계란 물 푼 부침개 반죽에 냉장고 구석 잠자는 고기 한 뭉치

듬성듬성 썰어 넣고 잘 달군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른다.

숨죽여 내리는 봄비 대신 "파! 지지직~" 경쾌한 맛 소리로

향기를 품어낸다.

짙은 파 향과 함께 부침가루와 계란 물의 고소한 향의 앙상블....

달군 프라이팬에 엉덩이가 노릇노릇 눌어붙을 때쯤

번개같은 솜씨로 뒤집기 한 판 성공시키는 노련한 장인 정신

널찍한 접시에 곱게 뉜 몸 숨 돌릴 틈 없이

사정없는 젓가락 공격에 찢겨 목구멍을 넘어간다.

캬~!

뒤따라 들어오는 16,9도 맑은 알코올과 어깨동무하며....

일장춘몽(春夢)이다.

며칠간은 "기름진 음식 먹지 말라"라는 의사의 처방을 무시할 수 없이

생각으로만 먹어 본 "봄비 오는 날 파전"의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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