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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가 사부작사부작 내린다.
겨우내 웅크린 쪽파에 봄이 오는가 보다.
이제 막 푸른 생기를 머금은 월동(越冬) 쪽파 한 움큼 뽑아다
켜켜이 껴입은 겨울옷 한 겹 두 겹 알몸으로 벗겨내고
계란 물 푼 부침개 반죽에 냉장고 구석 잠자는 고기 한 뭉치
듬성듬성 썰어 넣고 잘 달군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른다.
숨죽여 내리는 봄비 대신 "파! 지지직~" 경쾌한 맛 소리로
향기를 품어낸다.
짙은 파 향과 함께 부침가루와 계란 물의 고소한 향의 앙상블....
달군 프라이팬에 엉덩이가 노릇노릇 눌어붙을 때쯤
번개같은 솜씨로 뒤집기 한 판 성공시키는 노련한 장인 정신
널찍한 접시에 곱게 뉜 몸 숨 돌릴 틈 없이
사정없는 젓가락 공격에 찢겨 목구멍을 넘어간다.
캬~!
뒤따라 들어오는 16,9도 맑은 알코올과 어깨동무하며....
일장춘몽(春夢)이다.
며칠간은 "기름진 음식 먹지 말라"라는 의사의 처방을 무시할 수 없이
생각으로만 먹어 본 "봄비 오는 날 파전"의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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