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촌일기

山村의 日常과 사랑을 전하는 풀잎편지

분류 전체보기 4757

진짜 5월의 향기 ....

​ ​ 살아있는 팝콘을 만지는 느낌에 세계 최고라는 "샤넬 NO 5" 향기보다 훨씬 더 감미롭고 진한 자연이 주는 진짜 5월의 향기를 만끽한 날이다. ​ 다른 지방보다는 많이 늦기는 해도 이제서야 피기 시작하는 아카시아꽃을 따 와서 담금주 한 병과 엑기스 반 통을 담갔다. ​ 약효보다는 아카시아 향기를 더 좋아하는 탓에 꽃송이 하나하나 훑을 때마다 퍼지는 향기와 손끝에서 탱글탱글 잡히는 그 감촉 .... 언젠가 그 추억이 새롭게 그리워진다. ​ 생각지도 않은 추억을 불러 온 아카시아 향기 온 종일 산촌을 맴돌며 떠나지 않고 있다.

山村日記 2022.05.16

같이 산 세월이 ....

​ ​ 산머루와 다래가 있는 동네라서 당연히 "포도"도 재배가 될 것으로 생각하고 귀농 초창기에 두 포기 심었는데 웬걸 풀숲에서 목숨만 부지하고 있는 게 안타까워 ​ 재작년 밭 양지쪽 둑으로 옮겨 주었으나 한 놈은 올봄 저세상으로 가고 저놈만 생존의 몸부림인지 포도알이라도 달고 싶은지 마디마다 줄기를 뻗길래 다 정리하고 저 줄기만 남겨 두었다. ​ 포도나무가 동네에 하나도 없는 줄도 모르고 내 뜻대로 심은 무지가 결국은 저놈들 고생만 시키는 우(愚)를 범하긴 했으나 이왕 같이 산 세월이 얼만데 그냥 살아 만 있어주면 좋겠다. ​ 포도야 한 박스 사다 놓고 배 두드리면 되지만 이 동네 최초의 포도 나무라는 체통 마는 지켜다오! .... ​ ​

山村日記 2022.05.15

하느님 잘 보라고 ....

​ ​ 열무김치나 좀 먹어볼까? 하고 열심히 씨 뿌리고 부직포로 점잖게 덮어 주었는데 평소 같으면 지금쯤 부직포가 임산부 배처럼 불룩해질 때인데 살포시 베껴 보았더니 .... ​ 열무는 콧 베기도 안 보이고 얼갈이배추만 햇살 좋은 양지쪽에 10% 정도만 몰려있다. ​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자세히 살펴보니 어쩌다 올라온 열무 싹도 말라죽었고 안 올라온 곳이 90%가 넘는다. ​ 지독한 봄 가뭄으로 제대로 싹이 발아를 못했고 서리가 두어 번 올 정도로 밤 기온이 추웠든데다 부직포를 덮어 놓아서 하느님이 못 보아서 일 거라고 굳게 믿어 의심치 않는다. ​ 얼갈이배추야 벌레에게 "곰보"가 되든 말든 하느님 잘 보라고 부직포를 활짝 벗겨 놓았다. 잘 보시고 비 좀 내려 달라고 .... ​

山村日記 2022.05.14

감꽃이 피면 ....

​ ​ 노란 별꽃처럼 예쁜 감꽃이 피려 한다. 꽃송이 달린 것 보니 올해는 감이 많이 달려 풍년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 단감도 아니고 땡감인 주제에 풍년이 들어 봤자지 아무도 따 먹으려 하지 않으니 그림의 떡이 아니라 감나무에 홍시라도 침 흘리는 사람이 없다. ​ 지난해에도 감나무에 달린 채 감꽃에서 땡감으로 땡감에서 홍시로 홍시에서 까치들 밥으로 일생을 마감했으니 .... ​ 호랑이도 물리쳤다는 곶감도 요즘 세대들에겐 외면당한지 오래라서 감 깎는다고 고생하고 건조한다고 생똥을 싸도 제대로 곶감이 되지도 않으니 애써 만들 이유가 없어진지 오래다. ​ 감꽃이 피면.... 오래된 고향의 친구들 얼굴이나 떠올려 보련다. ​

山村日記 2022.05.13

타는 목마름으로 ....

​ ​ 얼마 전 세상을 떠난 "김지하"시인이 그랬든가 "타는 목마름"이라고 .... ​ 5월 초라고 이젠 얼어 죽지는 않겠지 하고 사다 심은 고추 모종이며 토마토, 가지, 오이 등 각종 모종들이 심을 때 물을 듬뿍 주고 심었는데도 말라죽고 있다. ​ 이미 오이 한 놈은 먼저 황천길로 떠났고 가지 저놈도 뒤따라 가고 있는 중이다. ​ 수도 계량기가 달린 것도 아닌 산수(山水)인데 진작에 밭에 물을 좀 줄 것을 안 준 것이 게을러서라기보단 한번 물을 주기 시작하면 ​ 2~3일에 한 번씩 계속 줘야 하는 부담도 있었고 비닐 안 쒸운 고랑에 나는 물 만난 잡초를 감당할 길이 없어 망설였던 것도 이유 중의 하나다. ​ 게다가 농사에 전혀 도움이 안 되는 기상청에서 11일, 12일 이 지방에 비가 온다는 예보를 철..

山村日記 2022.0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