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촌일기

山村의 日常과 사랑을 전하는 풀잎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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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사람만이 아는 ....

​ ​ 내가 남의 속살을 일부러 보려고 한 게 아닌데 "명아주"란 잡초를 뽑다 보니 흙이 딸려 올라와 본의 아니게 감자 속살을 보고 말았다. ​ 지독한 가뭄이라 한두 번 물을 뿌려주다가 아예 고랑에 물을 대 주기까지 하긴 했지만 저렇게 예쁜 감자를 잉태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 ​ 가뭄 속에서도 지금 저 정도 크기라면 앞으로 20여 일 후 "하지"때까지 굵어지면 튼실한 감자 옥동자를 생산할 수 있을 것 같다. ​ 해마다 감자를 심긴 해도 항상 먹고 남아 창고에서 싹이 나고 그걸 다시 이듬해 심고 .... 그래도 첫 수확한 날 햇 감자 삶아 먹는 그 맛은 아는 사람만이 아는 황홀한 "오르가즘"이다.

山村日記 2022.05.28

5월의 봄바람 치고는 ....

​ ​ 옛날부터 처녀들이 "봄바람" 나면 못 말린다 하고 과부들이 봄바람 나면 눈에 뵈는 게 없다고 했는데 5월의 봄바람 치고는 너무 거칠고 심하다. ​ 순간적으로 천방지축으로 불어오는 바람이 비 만 안 섞였지 태풍이나 진배없다. ​ 마당 느티나무의 겨우내 썩은 가지들이 사정없이 쏟아져 내리니 그 밑에 놀던 "바우"놈이 식겁을 하고 집안으로 도망치는데 .... ​ 햇볕 뜨겁기 전에 고사리 꺾어놓고 한숨 돌리며 꽃구경이나 좀 하려 했더니 웬걸 양귀비는 아예 안 보이고 작약꽃은 반 이상 "비구니" 머리를 하고 있다. 바람에 꽃잎을 다 빼앗겨 버린 거다. ​ 차라리 내 머리카락이나 뽑아 갔으면 염주 하나 목에 걸고 "혜촌암" 주지스님이나 할낀데 .... ​

山村日記 2022.05.27

세상 참 별 꼴이다 ....

​ ​ ​ 세상 참 별 꼴이다. 타들어 가는 작물들을 보고만 있을 수 없어서 밭고랑에 호스로 물 공급을 하고 있는데 .... ​ 어느 고랑에는 물을 대 주니 고랑 끝까지 안 가고 중간에서 땅속으로 흘러 농장 아랫길을 흥건하게 만들고 어느 고랑은 끝까지 잘 적셔주며 번져 나간다. ​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물 주는 고랑에 또 주고 또 주고 하다 보니 저렇게 파 뿌리가 드러나고 양대 뿌리가 뽑혀 나가기 시작한다. ​ 내가 지금 밭농사를 짓는 건지 논농사를 짓는 건지 며칠째 물 대주는 데만 신경을 쓰고 있으니 .... ​ 하느님도 80 넘었나? 왜 이리 가문지 모르겠다.

山村日記 2022.05.26

수줍을 나이는 지났건만 ....

​ ​ 한 번씩 다녀오곤 했든 부산의 아파트가 재 건축한다고 비워 달라기에 살림살이 전부를 농장으로 옮겨와야 하는데 .... ​ 기존에 있던 농장의 살림살이 거의 90%를 비워야 부산 살림살이가 들어올 판이라 이 더운 날씨에 하나 둘 들어내고 옮기고 버리기 위한 준비가 장난 아니다. ​ 전자제품 수가 일에 맞춰 줘야 하고 폐 가구 수거를 위해 면사무소에 사전 신고해서 스티커 받고 .... ​ 이삿날까지 비워야 부산 짐을 가져와 채울 수 있으니 밭은 자연의 가뭄으로 작물이 말라 들어가고 집 안은 체력의 가뭄으로 점점 지쳐만 간다. ​ 그나마 농장 입구의 저 "작약" 꽃들이 만발해 있으니 지칠 때마다 한 번씩 쳐다보며 위안을 얻는다. 꽃말처럼 수줍을 나이는 지났지만 ....

山村日記 2022.05.24

지성이면 감천이라 ....

​ ​ 천하일색(天下一色)이라는 양귀비를 닮았다는 "개양귀비" 꽃이 피어나기 시작인데 꽃이 피기 전 엔 꽃 몽우리들이 전부 고개를 숙이고 있다. ​ 내 스스로 완성되기 전에는 "고개를 숙여 겸손의 예를 가져야 한다"라는 뜻 같아서 뒤늦게 한 수 배운다. ​ 지난가을 여름에 받아 둔 "개양귀비" 꽃씨를 화단 이곳저곳과 빈터 곳곳에 뿌려 두었건만 워낙 날씨가 가물다 보니 생각보다 싹이 적게 올라왔다. ​ 혹시 늦게라도 올라와 줄까? 싶어 화단 네 곳에 열심히 물 주기를 계속했는데 효과가 좀 있을지는 하늘의 뜻이다. "지성이면 감천"이라 했거늘 .... ​

山村日記 2022.0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