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촌일기

山村의 日常과 사랑을 전하는 풀잎편지

2022/08 17

임금님 수라상이 ....

​ ​ 더운 날씨에 입맛도 없으니 당연히 밥맛도 없을 터 산촌의 반찬이라는 게 냉장고 아니면 밭인데 .... ​ 한 바퀴 휘~ 돌아보며 먹거리 찾는데 어디 좋고 어디 좋고의 한의학이나 성분 따위의 기준은 필요 없고 그냥 "저놈 맛있어 보인다!" 가 최고다. ​ 지독한 봄 가뭄에 겨우 살아남은 네 포기의 호박순이 설탕물을 둘러쓴 것같이 하얗게 띠를 둘렀기에 "됐다! 오늘은 니놈이 내 반찬이다!" .... ​ 줄기 쪽을 눈 짐작으로 삼등분해가며 꺾어 아래쪽으로 살~살~ 잡아당기면 딸려 나오는 호박잎의 근육질 굵은 실밥 같은 저 섬유질을 벗겨내고 밥 위에 찌면 엽산이니 베타카로틴이니 미네랄이니 필요 없이 쌈 된장 하나면 천하일미가 부럽잖다. ​ 순간의 선택에 임금님 수라상이 눈 아래 뵌다.

山村日記 2022.08.12

숨바꼭질 같은 일상 ....

​ ​ 어촌에선 그물로 고기를 잡지만 산촌에선 그물로 왼갖 잡새들의 침입을 막아야 하니 정반대다. ​ "땡삐"(말벌의 사투리)들의 침입까지는 다 막을 순 없겠지만 들어가기도 힘들고 나오기도 힘들 테니 지놈들도 귀찮아서 자주 들락거리지는 않겠지...는 내 생각이고. ​ 창고를 뒤져 고추 말리든 그물과 닭장 울타리 했던 틈새가 조금 큰 폐 그물을 2중으로 둘러 두었으니 새들의 접근은 근본적으로 차단되었는데 문제는 말벌들이 비집고 들어갈 수는 있다는 것이다. ​ 그래서 그물을 두 번 둘러 그물 구멍이 어긋나도록 해 말벌들이 비집고 들어갈 수는 있어도 날아서 쉽게는 못 들어가게 해두었는데 결과는 두고 볼 일이다. ​ 여러 가지 해충들과 싸움을 기본으로 지긋지긋한 잡초들과의 전쟁에다 이젠 또 산새와 말벌들과도 싸..

山村日記 2022.08.11

무농약 "촌놈 사과"를 ....

​ ​ 보통 도둑놈들은 도둑질하다가도 주인이 나타나면 36계 줄행랑을 치거나 숨으려고 애를 쓰는 것이 정상인데 우리 집 사과 도둑놈은 아예 배 째라! 다. ​ 사과 나무라야 전부 두 놈인데 한 놈은 처음부터 열매 맺을 생각도 안 하고 비스듬히 드러누웠고 나머지 한 놈이 2~30개 사과를 달고 있었는데 .... ​ 얼마 전부터 불그스레한 놈들이 몇 놈 보이길래 잘 하면 추석에 몇 개 맛보겠거니 군침을 삼키는데 웬걸 저 도둑놈이 벌써 네댓 개를 야금야금 작살을 내고 있다. ​ 농약이라고 구경도 못한 오리지널 "촌놈 사과"라서 먼저 본 놈이 임자라고 소문이 나서 그런지 몰라도 저렇게 능청스럽게 도둑질하고 있는 놈의 정체는 바로 자연계에서 악명 높은 "말벌"이다. ​ "도둑이야!!" 하고 쫓아내다간 내 힘이 달..

山村日記 2022.08.10

산촌의 어느 날 밤 ....

​ ​ 열대야가 춤을 추는 한 여름밤 느티나무 아래 놓인 평상에서 마른 쑥 모깃불 삼아 지나가는 솔 바람에 더위를 실어 보내는 일 이보다 더 좋은 피서가 어디 있으랴만 ​ 귀농하고 5년 차 까지는 저 풍경에 당연히 삼겹살 굽는 그림과 대여섯 명의 그림자가 어른거렸겠지만 그리고 5년, 또 5년이 지날 때마다 사라져가는 삼겹살과 인연의 그림자들은 사라지고 남아있는 건 그대, 그리고 나 .... ​ 함께 늙어가는 느티나무와 평상, 빛바랜 둥근 보안등이 세월의 흑백사진이 되어 매미 울음소리에 묻힌다. ​ 산촌에 살면 처음엔 도시의 인연과 함께 살아야 하고 새로운 산촌의 인연과 도시 인연의 융합이 될 듯하다가 어느 사이 사라져 가는 도시 인연의 냉혹함을 산촌의 자연이 다 품어주고 있음을 알게 된다. ​ 바람 불어..

山村日記 2022.08.08

8월의 태양 처럼 ....

​ ​ 옛날로 치면 "똥 수박"인데 요즘 말로 점잖게 부르면 "자연산 수박"이다. ​ 옛날처럼 수박 먹고 나온 씨앗이 대변에 섞여 밭에 싹이 나온 게 아닌 데다 무슨 연유인진 모르겠지만 밭고랑에 수박 싹이 나와 저만큼 자랐으니 이름하여 "자연산"이라 할 수밖에 .... ​ 수박은 한 뿌리 한 가지에 한 통씩만 달아 주어야 제대로 된 수박이 된다고 하던데 저놈 뿌리가 어딘지 잔가지가 얼마나 나갔는지 내일부터 수색을 좀 해 봐야겠다. ​ 몇 년 전에도 저런 "똥 수박"을 키우다 다 익었겠지 하고 회심의 칼로 배를 쫘~악! 갈랐는데 아뿔싸! 분홍빛 선명한 아직은 열여덟인 걸.... ​ 뭐 그래도 풋풋한 싱그러움과 달삭지근하기 직전의 그 맛도 잊지 못할 조각 난 추억의 세월이긴 했었다. ​ "똥 수박"을 금 수..

山村日記 2022.0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