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촌일기

山村의 日常과 사랑을 전하는 풀잎편지

2023/09 13

말 못 하는 짐승이 ....

​ 올해 또 KO 패 다 20년도 넘은 호두나무에서 눈에 불을 켜고 주워 온 호두가 찌지고 볶고 해도 전부 저거다 ​ 봄에 비가 많이 내린 날씨 탓도 있지만 제일 큰 원인은 내 게으름 탓이다 나무 밑에 잡초들을 자주 제거해 주었더라면 수시로 들락거리며 호두 익는 상태를 확인 제때 수확했을 텐데 .... ​ 대박이 놈을 호두나무 밑에 묶어두었기에 떨어지는 호두를 다람쥐들이 못 까먹게 지켜줄 줄 알았던 게 패착이 되고 말았다 같은 한 통속인 줄 꿈에도 몰랐으니.... ​ 손주들에게 이게 토종 호두의 참맛이라고 큰소리칠 꿈은 사라지고 대신 대박이 놈 책임 추궁만 남았다 "이 개 xx! 밥 처먹고 이것도 못 지키고 뭐 했노?" ​ 말 못 하는 짐승이 무슨 죄가 있을까마는 ....

山村日記 2023.09.27

"배 째라!" 하고 ....

​ 배추가 "아야!" 한다 대충 잡아 서른 놈 정도가 발라당 드러누워 "배 째라!" 하고 있는데 "뿌리혹 병"이란다 ​ 하긴 뭐 저놈들 없어도 우리 김장꺼리야 충분하지만 그래도 아까운 건 어쩔 수 없다 모종값도 더 비싼 "항암배추"라서 ᆢᆢ ​ 이 지방에 유달리 비가 자주 온 탓으로 배추들이 햇볕을 적게 봐서 그렇다는 동네 어른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저런 밭이 한두 군데가 아니라니 그나마 다행이다 까딱했어 면 혼자 독박쓸 뻔 했으니까ᆢ ​ 알밤처럼 익어가는 가을 더 이상은 드러누워 시위하는 놈들이 안 나오기를 바랄 뿐이다 무슨 노조에 가입한 것도 아니면서ᆢ ​ ​

山村日記 2023.09.23

벌레 요노무시키!....

​ ​ 가을비가 미친년 널뛰듯 찔뚝없이 내리는 게 하루 이틀도 아니고 열흘 이상 이어지니 김장 채소들은 제철을 만난 듯 신나게 자라지만 그 와중에도 이런 놈들이 몇 놈 자리하고 있다. ​ 날씨가 맑아야 벌레 못 덤비는 약을 칠 텐데 수시로 비가 왔다리갔다리 해서 약을 못 치다 보니 벌레 놈이 아예 배추 한 포기에 자리 잡고 앉아서 야금야금 작살을 내고 있다. ​ 저놈의 벌레는 야행성인지 낮에는 콧베기도 안 보이니 잡아 죽일 수도 없고 빗물에 씻기는 약 칠 수도 없고 뻔히 눈 뜨고 많이 잡숩고 다른 포기에나 옮겨가지 마옵소서 하늘의 뜻도 아닌 벌레에게 통사정하고 있다. ​ 최근 부산, 울산지역에 잦은 가을비가 김장채소에 득이 될지 해가 될지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잘 자라서 좋은 건지 웃자라서 나쁜 건..

山村日記 2023.09.17

꽃무릇이 우후죽순처럼 ....

​ ​ "꽃무릇"이 우후죽순처럼 솟아오른다 매일 지나다니는 연못가인데도 천하에 쓸모없는 잡초에 가려 못 보았다 ​ 우연히 지나든 집사람이 꽃무릇 싹을 보고 부랴부랴 잡초를 뜯어내니 저렇게나 크다 몇 놈은 벌써 꽃 몽우리를 맺고 있는 게 오늘내일 예쁜 꽃을 피울듯하다 ​ 재건축한다고 비워준 아파트 화단에서 더 많이 못 옮겨온 것이 두고두고 후회돼도 이미 열차 떠난 지 오래다 ​ 더 많이 번식시켜 농장 한 켠을 꽃무릇으로 장식하고 싶지만 잡초 때문에도 불가능하니 그냥 "참 사랑"이라는 꽃말로 만족할 수밖에 .... ​

山村日記 2023.09.11

가을 알 밤의 시대 ....

​ ​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라는 영화 제목이 있었던 것 같은데 요놈들이 딱 그 이름에 걸맞을 거 같다 멀쩡한 놈, 벌래먹은 놈, 발가벗기 운 놈 ᆢ ​ 2박 3일로 올해 정년 퇴임하는 지인 부부와 진도에 있는 "소노 호텔엔 리조트"와 "여수 밤바다" 여행을 다녀왔더니 어느새 장독간에 알밤이 저렇게나 떨어져 있다 ​ ​ ​ 정년 퇴임을 위로하는 여행이었는데 그분들의 자상한 배려로 오히려 우리가 더 일상을 보상받고 돌아온 기분이라 흐뭇하다 왕복 800킬로 운전에다 맛있는 집밥 준비까지 ᆢ ​ 저 알 밤 좋은 놈들 중에는 손주랑 아들놈들 몫은 당연한 거 지만 가까운 지인 목록에 여행같이 다녀온 그 지인들 몫도 추가다 ​ 멀쩡한 놈은 선물용으로 벌래먹은 놈들은 발가벗겨 깎아서 밥에 넣거나 영양떡으..

山村日記 2023.0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