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촌일기

山村의 日常과 사랑을 전하는 풀잎편지

2022/11 19

겨울로 가는 길 ....

​ ​ 어젯밤에 옷 잘 입고 잠든 느티나무가 밤새 옷을 홀라당 벗겨진 채 나목(裸木)이 되었다. ​ 미친 바람이 지 욕심 채우려고 사정없이 벗겨 놓고는 아직도 미련이 남았는지 마당을 빙빙 돌며 서성이고 있지만 속절없이 당한 느티나무는 부끄러움과 추위에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덜덜 떨고 만 있다. ​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든 이 지방 해갈에는 한참 못 미치는 양이지만 그래도 채소들에게는 급한 데로 목 추김 정도는 된 것 같지만 바람 때문에 체감 온도는 완전 초겨울 날씨다. ​ 겨울로 가는 길 .... 옷깃은 여미고 마음은 열어야겠다. ​ ​ ​ ​ ​

山村日記 2022.11.13

산촌 표 진수성찬 ....

​ ​ 서울에서 공부하는 막내가 내일 "혈육의 정"을 돈독히 하기 위해 내려온다는 소식에 냉장고에서 잠자든 도토리묵 재료를 급히 깨워 묵을 만들었다. ​ 도토리 주워다가 방앗간에서 빻고 자루에 넣어 녹말 우려내는 게 힘들어서 그렇지 잘 우려낸 녹말을 냉동실에 넣어 놓았다가 언제라도 필요하면 도토리묵을 쑬 수 있으니 편리하다. ​ 도시에선 잘 먹을 수 없는 먹거리로만 챙겨주고 싶은 부모 마음에 누렁 덩이 호박도 하나 배 째고 박박 긁었다. 호박전이 또 산촌의 별미 아니던가? .... ​ 어디 그뿐이랴 ... 맛 들 데로 다 들은 무나물에 김장 배추 부실한 놈 슬쩍 데쳐서 오물조물 나물에다 된장 푼 배추 시락 국 이만하면 산촌 표 진수성찬인데 집사람은 또 축협에 가잔다. ​ 객지에서 제대로 못 먹는데 몸보신..

山村日記 2022.11.11

산촌의 월동준비 ....

​ ​ 늦가을 해가 다 넘어가도록 월동 준비를 하는데 일 같잖은 일이 시간만 잡아먹는다. ​ 본채 큰 창문 두 개, 보통 창문 하나, 황토방 창문 하나 부엌문 하나, 아래채 창문 하나, 봉창문 두 개 .... 결국 아래채는 10개나 사 온 "양면테이프" 고갈로 미완성이 되고 말았지만 월동 준비치곤 대 공사다. ​ 양면테이프 한쪽이 잘 안 벗겨져 신경질이 나다가도 "보온 뽈록이"가 제대로 붙어주면 흐뭇하고 김장 앞둔 산촌의 월동준비에 내 허리만 아작이 난다. ​ 느티나무 낙엽처럼 떨어져 가는 시간 속에 감말랭이와 이불 빨래만 신나게 마르고 있다. 힘들면 우리처럼 천천히쉬었다 하라고 ....

山村日記 2022.11.10

촌부의 마음 ....

​ ​ "물포구" .... 토종 보리수 기관지에 좋고 어디에 좋고는 떠나서 잘 익은 열매를 산새들이 진을 치고 앉아서 따 먹는데 내가 아무리 성질이 좋다고 동남아까지 알려(?) 졌지만 .... ​ 그 꼬라지 또한 두고 못 보는 걸로는 아마 놀부 다음으로 집중력(?)이 강한 스타일이라서 칼을 뺐다. "여보! 물포구 땁시다!." ​ 빨갛게 익은 가지는 사정없이 쭈~욱! 훑어가며 "얼라" 만들 시간 정도 따니 3 킬로다. 다듬고 씻고 선별하고 말려서 설탕과 1 대 1로 버물러 담금주 유리병에 착착 우겨 넣으니 이름하여 "물포구 청"이다. ​ 내가 굳이 먹어야 한다는 언약도 없을 뿐더러 잘 익어 새콤달달한 그 시절까지 기다려야 할 의무도 없고 그냥 맛있는 청이 되기만을 바라는 촌부의 마음.... ​ 앓느니 죽는..

山村日記 2022.11.09

마지막 잎새 ....

​ ​ 열매를 다 키우지 못해 먹지도 못하는 "무화과" 나무 지가 무슨 "오 헨리의 마지막 잎새"라도 되는 양 하늘 높이 딱! 한 잎 달고 버틴다. ​ "각설이"가 죽지도 않고 또 온다는 소리는 들어도 무화과나무가 죽지도 않고 열매도 결실 못한지 아마 한 10년 가까이 되는 건 처음이다. ​ 기온과 토양이 맞지 않아 그렇다고는 하나 저토록 끈질기게 버텨냈으면 이젠 적응도 할 법한데 올해는 할까? 또 올해는 하겠지 .... ​ 성질 데로 하면 그냥 확! 해버리고 싶지만 그래도 멋모르고 내 집에 와 뿌리를 내렸는데.... 싶어 마지막 잎새 하나라도 달고 있는 게 안쓰럽다. ​ 어쩌면 토양과 기후도 생각 않고 내 멋대로 심은 내 탓이 더 큰 원죄인지도 모르고 나무만 탓하는 것 같아 좀 미안 키는 하다. 자고로..

山村日記 2022.1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