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촌일기

山村의 日常과 사랑을 전하는 풀잎편지

2022/10 18

남겨진 그리움 ....

​ ​ 봄에 산으로 간 꽃들이 "여름이"와 놀다가 이젠 "가을이"와 함께 우리 집 "평상"위에서 논다. ​ 느티나무에서 떨어진 낙엽들이 마당 평상과 테이블 위에 옹기종기 모여 "오늘은 어디로 가 볼까?" 의논하는 모습이 정겹다. ​ 가물다고 하소연한 내 마음이 통했는지 어제 살짝살짝 내려 준 가랑비에 한결 선명해진 산촌의 자연과 채소들이 겨울이 다가옴을 느끼게 한다. ​ "대박이" 집 앞의 대봉감 수확을 시작으로 "홍당무" 무, 배추까지 예쁜 낙엽 줍는 마음으로 챙겨야 할 가을 선물도 이제 마무리해야 할 때가 되었다. ​ 머지않아 "설국 나라"로 여행 떠날 "가을이" .... 남겨진 그리움은 언제나 내 몫이다. ​

山村日記 2022.10.31

가뭄이 심각하다 ....

​ ​ 목이 마르다. 아마 올여름 태풍 지나가고는 이 지역에 비 다운 비가 한 번도 안 내렸으니 땅에서 먼지가 폴~폴~ 나는 게 정상인지도 모른다. ​ 요즘 한 창 몸집을 키워야 할 배추와 무가 좀처럼 살찌는 게 안 보이니 김장철 앞둔 농부의 마음이 여간 조마조마한 게 아니다. ​ 오늘이나 내일이나 비 오기만을 기다리다가 아이구~ 안되겠다 싶어 산수(山水)가 내려오는 우리는 일주일 전부터 밭에 물 주기를 시작했지만 하늘만 바라보는 동네 이웃 밭 배추들은 키도 안 크고 다이어트한 요즘 여성들 몸매 마냥 늘씬하기만 하다. ​ 밤낮의 기온 차이가 워낙 큰 고냉지라 배추와 무가 앞으로 성장해 봤자 한 열흘 정도의 날짜밖에 안 남았는데 2~ 3일에 한 번씩 물을 줘가며 키워도 얼마나 더 자랄지 .... ​ 농촌에..

山村日記 2022.10.28

천연 수세미 선물 ....

​ ​ 씨앗도 안 뿌린 수세미 새싹을 밭고랑에 옮겨 두었더니 내 팔뚝만 한 수세미 여덟 개를 키워냈다. 기특하게도 .... ​ 서리가 내리고 찬바람이 불어도 껍질은 여전히 파란데 잎과 줄기는 다 시들어지고 쪼그라들기에 따서 혹시나 싶어 한 개를 먼저 잘라 가스불에 삶았다. ​ 속이 물렁물렁하면 다 버릴 셈이었는데 웬걸 생각보다 천연 수세미가 여물고 단단한 게 아주 좋다. 내친김에 가마솥에 다 집어넣고 20분 정도 푹~ 삶으니 ​ 멀쩡한 거 열 개 정도 부실한 끝 만 잘라버리고 쓸만한 게 서너 개가 나왔으니 이만하면 완전 재수야! 다. 모종 값 한 푼 안 들인 공짜 천연 수세미 .... ​ 옮겨주고 챙겨주고 다듬어주기 만 했는데도 천연 수세미를 선물로 주는 자연의 품속이 나는 좋~다. ​ ​

山村日記 2022.10.27

헛개나무 열매 수확 ....

​ ​ 숙취해소와 간 기능 개선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동의보감" 때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헛개나무 열매"를 수확했다. ​ 10월 하순부터 11월 초가 수확기라지만 이곳엔 서리가 벌써 된서리까지 대여섯 번 왔으니 적기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서리를 맞아야 약효도 좋아지고 굵어진다고 하니 .... ​ 인터넷에선 자연적으로 떨어지는 걸 줍는다고는 하나 실제 떨어진 건 언제 떨어진지도 모르고 낙엽 속에 묻혀있기에 온갖 오물이 묻어있는 경우가 많아 내 성격상 별로다. ​ 하늘 쳐다보며 감도 따기 힘든데 저 작은 알갱이를 나무에서 직접 따려니 할 짓이 아니라서 높은 곳 열매는 아예 나무에 올라 가 가지를 꺾어 내려서 따다 보니 아슬아슬에 힘도 들고 온 만신이 쑤신다. ​ 해마다 보내야 할 곳을 챙기고 나니 여..

山村日記 2022.10.26

누렁덩이 호박 ....

​ ​ 슬~슬 찬바람이 불면서 추워지기 시작하려는데 본격적인 겨울 준비를 하기 위해서라도 체력 보강(?)을 위해 호박 누렁 덩이 한 놈 배를 갈랐다. ​ 땀방울 같은 액체가 송골송골 맺히면서 단내가 풍기는데 이걸 어떻게 글로 표현할 수 있을까.... 그냥 "그놈 참 맛있게 생겼다"다. ​ 예전엔 씨앗만 들어내고 놋숟가락으로 한없이 긁었는데 요즘은 구멍이 일곱 개나 뚫린 쇠로 된 "긁개"로 긁으니 세상 참 많이 좋아지긴 했나 보다. ​ 집사람이 호박과 소금, 찹쌀가루와 맵쌀 가루 넣고 부침개를 만들어 주는데 맛이 예년과 좀 다르다. 작년에 넣었든 밀가루 대신 찹쌀가루를 넣었다는데 몸에는 좋을지 몰라도 개인적으로는 밀가루 넣는 게 더 맛있다. ​ 해주면 해 주는 데로 먹어야 할 나이인데 이게 맛있니 저게 더..

山村日記 2022.1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