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촌일기

山村의 日常과 사랑을 전하는 풀잎편지

2022/09 19

소 뒷걸음 치다 쥐잡은 레시피 ....

​ ​ 전원생활의 꿈 중에 하나가 "도토리묵"한번 만들어 먹는 게 오랜 숙원으로 남아 있었는데 드디어 소원풀이를 했다. ​ 태풍이 연거푸 지나간 농장 옆 임도(林道)에 사정없이 떨어진 도토리 주워 모아 생애 첫 묵 만들기에 도전 동네 토박이도 인정한 "도토리묵"에 성공했다. ​ 인터넷에 떠도는 온갖 레시피를 참고하였으나 현실에 맞지 않거나 설명이 부족한 부분이 많아 다소 애를 먹고 첫 번째 묵은 조금 물렁하게 되었으나 두 번째는 대 성공이었다. ​ 진정한 토종 도토리묵을 맛보고 싶은 분들을 위해 "소 뒷걸음치다 쥐잡은 레시피"를 소개한다. ​ 1. 주운 도토리를 깨끗이 씻을 때 물에 뜬 놈들은 걷어낸다. (벌레가 먹었거나 속이 덜 찬 놈들일 경우가 많음 ) 2. 말리지 말고 방앗간에 가지고 가서 껍질째 ..

山村日記 2022.09.25

세상 탓 세월 탓 ....

​ ​ 살다 살다 별 꼬라지 다 보고 있는 중이다. 올해 감이 흉년이다 어쩐다 하지만 이 사진만 보면 흉년은커녕 대풍년인 줄 알겠지만 .... ​ 한 그루의 감나무에 달린 대여섯 가지 중 딱 한 가지에만 감이 저렇게 주렁주렁 달리고 나머지 가지에는 가뭄에 콩 나듯 드문드문 몇 개씩 달렸는데 아직도 파랗다. ​ 같은 뿌리의 나무에서 어찌 저 가지에만 감이 많이 달리고 노랗게 잘 익어가는지 신기하기는 해도 느낌은 별로 안 좋다. 다른 나무들 모두 감이 듬성듬성 시퍼렇게 잎 만 무성하니 .... ​ 기후변화 탓이라 해야 할지 주인이 늙어 정기가 빠진 걸 키우는 나무들도 눈치채고 제멋대로 설치는 건지 세상 탓 세월 탓해봐야 별 볼일 없기는 마찬가지다. ​ 감도 제멋대로 세상도 제멋대로 돌아가는 세상이니까 .....

山村日記 2022.09.22

자연 농법의 한계 ....

​ ​ 토종 호박 10 포기 심었다가 봄 가뭄에 서너 포기 사망하고 살아있는 놈이 몇 포기인지 귀찮아서 확인도 안 했는데 ​ 호박잎이나 몇 장 따서 국이라도 끓여 먹을까 하고 태풍에 누워버린 잡초 사이를 어슬렁 거렸는데 "재수야!" 풀 속에서 솥뚜껑 만 한 누렁 덩이 예비 호박을 발견했다. ​ 그것도 전부 세 놈인데 한 놈은 진작에 봤지만 나머지 두 놈은 오늘 완전 초면이다. ​ 작년에도 호박이 별로라 누렁 덩이 호박을 많이 먹질 못했는데 올해는 지독한 봄 가뭄에 호박 농사는 거의 포기하다시피 내버려 둔 것도 순전히 날씨 탓이다. 봄에 워낙 가물어서 호박꽃 보기가 힘들었으니 .... ​ 어느 해는 누렁 덩이 호박을 전국의 지인들에게 한 통씩 택배로 선물할 정도로 호박 풍년이 들기도 했었는데 올해는 애호박..

山村日記 2022.09.21

단풍잎 고운 가을에 ....

​ ​ 태풍 "난마돌"이 느티나무에 매어 둔 "그네"를 타고 한바탕 흔들어 젖히니 나뭇가지가 미친 듯이 춤을 춘다. ​ 다행히 일본에 분풀이를 하고 지나간 걸 보면 우리하고는 크게 감정 상한 일이 없었나 본데 그래도 "모진 놈 옆에 있다가 벼락 맞는다"라고 잎이 손바닥만 한 김장 배추 몇 놈 바람에 뿌리가 뽑히고 .... ​ 잘 익어가는 막바지 알밤 송이째 싹쓸이하는 바람에 올 알밤 줍기는 오늘로써 끄~읕! ​ 그래도 이만하기 천만다행이지 지난번 태풍 피해 복구도 덜 된 포항이나 경주에 또 다른 피해 소식이 들려오지 않고 있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 단풍잎 고운 가을에 파란 하늘이 그립다. ​ ​ ​ ​

山村日記 2022.09.19

토종 도토리 묵 ....

​ ​ "도토리"만 한 놈들이 도통 말을 안 듣는다. "차렷!" 열중 쉬어!" "모자 벋어!"를 아무리 반복해도 저 "베레모"(?)를 벋지 않길래 전부 내가 다 벗겼다. ​ 시중에 유통되는 ""도토리묵"의 원재료 80%가 전부 중국산이라는 이야기도 있고 농장 울타리 옆 참나무에서 자연 낙하하는 도토리가 부지기 수 길래 큰 놈 작은놈 사정없이 주워 담았더니 10킬로는 충분해 보인다. ​ 도토리묵을 한 번도 만들어 보지 않았다는 집사람 걱정 경로당 할매들 치마폭에다 꽉 붙들어 매 놓고 줍고 또 줍고 베레모 벗기고 목욕재계 깨끗이 시켜 놓았다. ​ 점점 사라져가는 토종 도토리묵도 문제지만 도토리 주우러 오는 사람이 없는 것이 더 큰 문제인 것 같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도토리 주우러 산에 오르든 동네 할매들..

山村日記 2022.0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