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촌일기

山村의 日常과 사랑을 전하는 풀잎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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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병원 의사 얼굴은 ....

​ ​ 딱! 한 개 토마토가 빨갛게 익었다. 아직은 산새들과 개미들에게 소문이 안 나서 멀쩡하게 잘 익었는데 저게 소문나기 시작하면 온갖 잡것들이 벌 때처럼 덤벼 너도나도 입 대는 바람에 내 차례는 한참 뒤 다. ​ 보통은 방울토마토부터 먼저 익고 그다음에 저 굵은 일반 토마토가 익던데 올해는 저놈이 먼저 내 입맛을 돋우고 있으니 별일이다. ​ 직접 키운 노지 토마토와 시중 판매 토마토와의 맛 차이는 먹어 본 사람들만 알지 안 먹어 본 사람들은 상상이 안될 거다. 영양가는 잘 모르겠고.... ​ 네댓 가지 토마토를 다 심긴 했는데 어느 놈이 내게 제일 충성을 할지는 끝물이 돼 봐야 알 수 있을 끼고 올해 첫 토마토 맛이 좋은 걸 보니 풍년이 들 것도 같다. ​ 유럽의 어느 병원 의사 얼굴은 새파래지겠지만..

山村日記 2021.07.02

저어기~ 파란색 빨래가 ....

​ ​ 빨랫줄이 비잡다. 모래부터 장마가 온다니까 집사람이 온갖 빨래며 이불을 햇볕에 널어 소독도 하고 장마에 꿉꿉해지는 것을 방지하겠다는 것인데.... ​ 집안 일과 바깥 일이란 게 이렇게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걸 다시 한번 느낀다. ​ 하루 종일 이 저 이불을 꺼내다 교대로 말리는 것도 보통 힘과 정성으로 되는 게 아니지만 장마가 오면 밀림처럼 우거질 밭고랑 잡초제거는 오로지 내 몫이다. ​ 8월 말이면 김장 배추 심어야 할 고랑과 쪽파와 가을 무 심을 고랑.... 이미 심어진 채소를 보호해야 하는 잡초제거 ​ 따로 또 같이란 말처럼 각자의 자리에서 장마를 대비하는 산촌의 일상 저어기~ 파란색 빨래가 내 팬티다. 태그#장마철#빨랫줄#잡초제거#밀림#김장배추#쪽파

山村日記 2021.07.01

못난것이 더 맛있다는 ....

​ ​ 당근 수확을 하니 생각보다는 많이 나왔다. 처음 재배라 어린 싹을 솎아주지도 못하고 뒤늦게 반쯤 추려서 옮겨 심고했지만 그놈들은 새끼손가락 굵기도 안되니 날 샜다. ​ 시중에 내보낼만한 놈은 10%도 안되고 전부 집에서 소비해야 될 판이긴 해도 내 건강 상태로 보면 남 줄 것도 없겠다. ​ 당근이 좋다는 곳이 10여 가지도 넘지만 대충 살펴봐도 눈에 좋고 폐에 좋고 심장에 좋으며 혈관과 당뇨 등 .... 하여튼 좋은 것 천지다. ​ 당근이 데리고 살 마누라도 아닌지라 꼬라지는 못나도 아침저녁으로 갈아 마시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는 데다 예부터 못난것이 더 맛있다는 건 다 알고 있을 터 ​ 오로지 자연의 품에 맡겨 키운 홍당무 저 정도면 횡재한 농사 아닌가? ​ 태그#홍당무#횡재#새끼손가락#건강상태..

山村日記 2021.06.30

느티나무 가지 한 조각 ....

​ ​ 아들들 왔을 때 황토방 군불 넣다가 우연히 발견한 느티나무 가지 한 조각 첫눈에 이건 불태우지 말고 뭔가를 만들면 좋겠다 싶어 따로 챙겨 놓았다가 ​ "그라인더"로 깨끗이 다듬어 놓으니 폼이 제법 그럴 사 해 보이는데 그냥 그대로 두는 것보단 "춘란"이라도 부착해서 란 화분으로 활용하면 좋을 것 같다. ​ 화목으로 사라질 뻔한 걸 "란" 화분으로라도 재생할 수 있이 다행이다 싶은데 집사람 눈치는 영 시원찮다. "또 쓸데없는 짓 하고 있네...." 하는 듯 ​ 장날 읍내 나가면 틀림없이 "란" 파는 가게에서 "춘란" 사 올게 뻔~ 하기 때문일 게다. 물도 잘 안 줄거면서..... 태그#느티나무#춘란#그라인더#황토방#군불#산촌일기

山村日記 2021.06.29

저녁 노을만 붉게 ....

​ ​ 1박2일 동안 "그네 타기" "감자캐기" "꽃구경" 등 기본적인 놀이는 다 즐겼지만 그 시간이 자꾸 줄어들고 자기들만의 세계에 빠져 노는 시간은 더 길어진 게 손주들과의 만남이었다. ​ 초2와 4학년인데 벌써 할아버지 할머니 삼촌 보다 기계 문명에 더 즐겁고 반갑게 빠져드는 저 모습에서 자꾸만 퇴색되어 가는 혈연의 아픔이 느껴진다. ​ 그래도 아직까지는 아들 놈들이 그 자리를 메우려 산으로 밭으로 뛰어다니며 구슬 같은 땀 방울을 흘리는 모습에 안쓰러움과 함께 진한 가족의 정(情)을 느낄 수 있어 다행이라는 안도감이 든다. ​ 사람끼리의 정 보다 가상세계의 신비로움이 어린 손주들에겐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반갑겠지만 자식과 손주들만이 유일한 오아시스인 양 살아온 우리들 시대에 저녁노을만 붉게 물든다. ..

山村日記 2021.0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