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촌일기

山村의 日常과 사랑을 전하는 풀잎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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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신이 욱씬 거릴 때 ....

​ ​ 밭 색갈이 두 가지다. 아무것도 안한 밭과 무엇이라도 한 밭의 색갈이 확실히 구분되는 모양새다. ​ 아침부터 "열무"와 "얼갈이배추" 두 고랑 만들어 하얀 "부직포"로 덮어두고 나니 "날씨 좋을 때 밭고랑이나 만들어 비닐 쒸워두지요" ​ 그 한마디에 "싸나히" 또 그냥 넘어갈 수 없어 부모님이 물려주신 금쪽같은 육신을 풀~가동하여 오로지 호미 한 자루로 한 고랑 만들고 나니 "피곤한데 쉴 겸 씨 뿌려 놓은데 물이나 좀 주소!" ​ 그리하여 하얀 색깔과 물 준 고랑, 아무것도 안한 고랑 저 마다의 사연을 품고 점잖게 드러누워 있다. 비가 좀 와야 하는데 .... ​ 삭신이 욱씬거릴 때는 소주가 약 이랬지? 아마 .... #얼갈이배추#열무#밭고랑#부모님#호미한자루#부직포

山村日記 2022.04.17

사랑한다 전해주오! ....

​ ​ "할머니"께서 오셨다. 돌아가신 줄 알고 무척이나 서운해했었는데 이렇게 늦게라도 오실 줄 모르고 .... ​ 분명 "할미꽃" 한 송이를 앞 산에서 캐다 심었는데 봄날이 다 가도록 보이지 않길래 죽은 줄 알았는데 연못 가 "모과나무" 옆에서 예쁜 꽃을 피우고 있다. 노란 "수선화"를 친구삼아 ..... ​ 오늘 아침에도 하얀 서리가 내릴 정도로 밤낮의 기온 차가 워낙 심한 곳이다 보니 꽃 피는 시기도 이렇게 늦은 것을 깜박 했었던 것이다. ​ 할미꽃 .... 철없었던 초등학교 시절 할머니하고 다투고 난 얼마 후 할머니가 돌아가셔서 어린 마음에도 나 때문인가 싶었는데 할미꽃만 보면 그때 일이 생각이 난다. 죄송스러운 마음 전할 길 없어서 .... ​ 할미꽃! 사랑한다 전해주오! 우리 할머니한테 .....

山村日記 2022.04.16

현실과 그리움이 ....

​ ​ 봄철 산나물의 제왕이라는 목두채(木頭菜) 두릅을 튀김가루에 살~살~묻혀 튀겼다. 오랜만에 술 한 잔 하고 싶어서 .... ​ 한 열흘 전부터 동네 사람들은 기본이고 생전 처음 보는 차량까지 임도(林道)를 뻔질나게 들락거렸는데 전부 두릅 따러 온 차량 행렬이었다. ​ 두릅을 따 가는 거는 좋은데 진짜 너무 어린 것도 따가니 내가 아무리 잘 봐줘도 다 미쳤다. 사람으로 치면 스무 살이 정상인데 예닐곱 살짜리까지 다 꺾어가니 생태계가 걱정이다. ​ 도떼기시장 같은 봄철 두릅 쟁탈전에서 저 만큼이라도 내가 챙겨서 먹을 수 있는 건 완전히 지리적 장점 때문이다. 제놈들이 아무리 훑고 다녀도 동네 할미들과 나만 아는 그 골짜기 두릅은 등산객(?)들은 알 리가 없지 나도 20년이 넘어서 터득한 장소인데......

山村日記 2022.04.15

그놈의 사랑이 뭔지 ....

​ ​ 살았다! 노인네 "거시기" 처럼 처져있던 "모란"꽃 잎들이 나흘만에 고개를 쳐들고 빳빳 해젔다. "야관문" 술이라도 먹은 것 처럼 .... ​ 혹시나 싶어 원래 살든곳의 흙을 많이 가져 와 뿌리를 충분히 덮어주고 물을 충분히 준 효과와 밤새 내린 얼마 안되는 봄비라는 보약이 특효였나 보다. ​ 하긴 "모란이 피기까지는" 소쩍새가 그렇게 울었다는데 옮겨 심고 바로 살았다면 시인의 노래가 무색했을 터 .... ​ 꽃을 옮겨 심는 것 .... 어쩌면 마음을 옮겨 심는듯 어떤 꽃을 선택하고 어느 장소에 심을지를 정해야 하는 동행을 결심하는 일 인간관계의 세상사나 다를 바 하나 없다. ​ 내가 선택해 내 마음에 드는 자리에 심었는데 저렇게 예쁘게 자리잡고 살아주니 살아나는 모란꽃 보다 옮겨 심은 내가 더 ..

山村日記 2022.04.14

춘삼월도 한참 지났는데 ....

​ ​ 어제 낮 기온이 30도까지 올라갔는데 오늘은 겨우 6도에 헤매고 있는 이 미친 날씨에 제 차례인 줄 알고 몽우리를 맺었던 사과나무 꽃 열매는 고사하고 얼어 죽게 생겼다. ​ 벌써부터 겨울과 여름이 동거(?) 하는 희한한 세상이니 보나 마나 올가을 과일 수확은 흉년이 들게 뻔~하다. 동해(冬害)를 입었느니 수정이 안되었느니 하며 .... ​ 기온이 서서히 변해야 동, 식물이 적응해 나갈 텐데 하루 사이에 24도나 차이가 나버리는 이런 환경이 아무리 지구 온난화라 해도 좀 심하다. ​ 분명히 다른 이유가 있을 것 같아 곰곰이 생각해 보니 우리나라 기온이 정치인들은 많이 닮아가는 것 같다. ​ 무슨 법안을 막국수 말아먹듯 후루룩해 치우겠다는 "검수완박"이니 그걸 또 받아서 지방선거에서 완전 박살을 내준..

山村日記 2022.0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