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촌일기

山村의 日常과 사랑을 전하는 풀잎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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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먹고 사는 산촌 ....

​ ​ 봄이 왔다. 머위도 새싹을 내밀고 봄 인사를 하길래 봄맛을 느끼려 한 소쿠리 캤다. 살짝 데쳐 된장 무침이나 초장 무침 둘 다 별미다. ​ 봄 같지 않은 고온이 며칠 계속되다가 어제 오후엔 전쟁이라도 난 듯한 천둥소리가 요란하더니 느닷없는 소낙비가 시원하게 내려 주는데 먼지가 폴~폴~ 나는 밭에 힘들여 뿌려놓은 "유박"과 "복합비료"가 단숨에 녹아 밭에 스며들었다. 열흘 이상 걸려야 할 걸 한방에 해결해 준거다. ​ 퇴비와 비료가 그대로 있으면 다시 "로터리"를 쳐 흙과 섞어주어야 하는데 알아서 녹아 스며들었으니 .... ​ 주말에 한 이틀 또 추워진다고는 하나 지금부터가 봄맛을 느낄 수 있는 푸성귀의 잔치가 시작된다. 머위를 시작으로 봄동, 아시정구지. 쪽파, 두릅 ..... ​ 봄을 먹고 사는..

山村日記 2023.03.10

개교 100주년 "소호 분교" ....

​ ​ 동네에 있는 "소호분교"가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 일제 강점기인 1923년 3월 3일 신학문에 목마른 선조들이 "사설 강습소"를 만들어 배우기 시작한 뜻을 기려 뜻깊은 100주년 기념식을 가졌다. ​ 전국에 개교 100주년이 넘는 학교도 드문데 산골 "분교"가 100년이 되는 역사를 가진 것은 전국에서도 처음이라며 지역 국회의원과 교육청 관계자 등 지역 주민 150여 명이 모여 조촐한 기념식을 가진 것이다. ​ 나이 90이 넘은 노인들이 졸업사진을 보며 추억에 잠기고 그 나이에도 선후배를 챙기는 모습에서 오래된 역사를 현실에서 마주하는 것 같아 뜻깊은 날이기도 했다. ​ 지역신문과 방송에서도 대문짝만 하게 비중 있는 뉴스로 방송하고 있지만 동네 개발 위원장으로 초대받아 참석한 내 얼굴도 나오나 ..

山村日記 2023.03.06

정(情)이었으니까 ....

​ ​ "너거 집사람한테 내일 점심이나 같이 먹구로 읍내 나갈랑가 물어봐라" "아이 됐심더!. 밖에 나가서 뭐 먹는 거 좋아 안함더" 사정없이 거절당하고 나니 기분이 묘~하다. 미안키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하고 .... ​ 고로쇠 물을 같이 받고 있는 동네 후배한테 "야! 니 시간 나거든 우리 밭 이거 로터리 좀 쳐 주라!" 지나가는 말로 한마디 했는데 "아 알았심더!" 하며 가더니 바로 트랙터를 몰고 나타나 밭을 말끔하게 갈아엎는다. 그것도 깊숙이 .... ​ 지난해 전천후 몸뚱아리와 호미 하나로만 지어 온 농사 1년에 한번 정도는 땅을 깊숙이 좀 갈아엎어 주어야 흙도 건강해지고 작물도 잘 자란다는데 속 시원히 해결했다. ​ 고맙다고 부부같이 밥이나 한 끼 하자는 제안을 단칼에 사정없이 거절..

山村日記 2023.03.02

마음의 자유 천지 ....

​ ​ 2월의 마지막 날.... 영하 3도까지 떨어진 아침과는 달리 낮 기온이 10도를 훌쩍 뛰어넘는 봄 날씨라 며칠 전 사 온 씨앗을 꺼냈다. ​ 생각 같아선 당장이라도 씨앗을 뿌리고 싶지만 하루만 더 참자 아직은 2월인데.... 하면서 고운 님 그리는 마음으로 저놈들의 세상을 상상해 본다. ​ 동네 어르신들은 언제 어떤 씨앗을 뿌리고 모종을 키우는지 끼 때마다 밥 먹듯 몸으로 익히 알고 계시는데 나는 세월만 축냈지 몸으로 익숙해지지 않은 씨 뿌리는 시기 아직도 더듬고 헤매고 있다. ​ 씨앗 봉투 뒷면의 "남부 지방" 언제 "중부지방" 언제인지 시설재배 와 노지재배 시기를 천날 만날 저울질해보지만 실제 이 지역의 환경과 기후에 맞추기는 쉽지가 않다. ​ 차라리 대충 봄 가을에 뿌리는 씨앗 정도만 구분해..

山村日記 2023.02.28

그리움 된 추억 ....

​ ​ 우수에 속아 살포시 고개를 내밀었든 매화가 다시 추워진 날씨에 화들짝 숨어 버리더니 오늘에야 다시 꽃잎을 피운다. ​ 계절과 숨바꼭질하는 것이 매화의 취미인진 몰라도 몽우리 맺었다가 다시 추워진 날씨에 사그라들기를 몇 번이고 반복하는 걸 보면 안쓰럽다. 내 탓은 아니건만 .... ​ 향긋한 매화차 한 잔에 전원생활의 진수를 아는 듯 지인들에게 장광설을 늘어놓든 시절이 엊거제 같은데 봄은 다시 왔건만 그 시절은 돌아오지 못하는가 보다. 그리움 된 추억만 남아 있을 뿐 .... ​ 그래도 돌아온 봄을 위해 올해도 "매화차"는 만들어 두어야겠지. 그리운 추억을 위하여 ....

山村日記 2023.0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