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촌일기

山村의 日常과 사랑을 전하는 풀잎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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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땅속에서도 ....

​ ​ 춥지도 덥지도 않은 날씨인데다 딱히 할 일도 없어 며칠째 죽으라고 밭고랑 만들며 잡초 제거도 하고 "괴상망측"한 그놈의 뿌리도 캐내는데 .... ​ 백옥같이 하얀 뿌리가 나오길래 요놈은 또 뭔고 하고 살~살~ 주변 흙을 제끼니 도라지다. 그러고 보니 이 고랑이 도라지 심었다가 캐 먹고 잡초에게 양도해 준 바로 그 고랑 아닌가? ​ 주인에게 선택받지 못해 낙오된 도라지 신세지만 겨우내 봄이 오기만을 기다리며 정기를 모아 오다 드디어 새싹을 "광명 천지"에 내 보내려 하고 있다. ​ 저놈을 본 후론 갑자기 호미질이 신중해지며 사부작사부작 "재수야!"를 기대했지만 결국 서너 포기 더 확인하는 거로 만족해야 했다. ​ 봄은 땅속에서도 만들어지는 갑다.

山村日記 2022.03.16

대접할 수밖에 ....

​ ​ 땅이 촉촉할 때 잡초도 제거하고 고랑도 만들 겸 호미로 살~살~ 밭고랑 만들어 나가는데 곳곳이 "지뢰밭"처럼 호미가 턱! 턱! 걸린다. ​ 비 온 뒤라 호미를 힘주어 탁! 내리꽂으면 제 길이만큼 땅속에 꽂히는데 뭐가 자꾸 걸린다. 칡도 아니고 뿌리식물 심은 적이 없는데 .... ​ 이리 파고 저리 파서 불끈 쥐고 당기니 저놈이 나오는데 벌써 새 순을 온몸에 가시처럼 돋아내고 있는데 저 순들이 전부 땅 위로 올라올 걸 생각하면 징그럽다. ​ 문제는 저 뿌리들이 온 밭에 이미 퍼졌다는 사실인데 잡초 제거는 뒷전이고 저 뿌리 파내는 게 본업이 됐다. ​ 이름도 성도 모르지만 국화 잎 비슷하게 생긴 놈인데 한 뿌리에서 여러 갈래의 줄기를 뻗어 다른 작물을 휘감는 아주 악질적인 잡초인데 걱정스럽다. ​ 하..

山村日記 2022.03.15

청혈 식품이라 건강엔 ....

​ ​ 어제 내린 봄 비덕에 촉촉해진 밭 잡초를 제거하고 "곤달비" 씨앗 심을 고랑 만드는데 특이한 향으로 유명한 "고수" 어린 싹들이 저렇게 나온다. ​ 그 추운 겨울에 저렇게 살아있는 것도 신기한데 건 더리기만 해도 빈대 냄새 같은 짙은 향을 뿜어낸다. ​ 좋아하는 사람들은 저 "고수"를 향신료로는 물론이고 쌈 채소에도 함께 쌈 싸 먹는데 내 취향은 아니다. 그래도 동남아 음식엔 필수 향신료라니 .... ​ 저놈들을 정식 재배를 안 하고 저렇게 자연적으로 살아나는 놈들만 밭 이 구석 저 구석에 제멋대로 자라도록 방치해두는 이유는 좋아하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 차마 어린 싹들을 그냥 버릴 수 없어 올해는 특별히 한 구역을 정해서 따로 옮겨 심어 주었다. 자손만대 번창하라고 .... ​ 피를 맑게 ..

山村日記 2022.03.14

고운 님 오실지도 ....

​ ​ 비가 내리니 우리 집 매화나무에 난리가 났다. "매화 아가씨! 빨리 몸단장하세요!" "봄 총각 온다고 다른 동네 매화 아가씨들은 벌써 꽃단장하고 기다리는데 뭐 하세요..." ​ 부랴부랴 잠에서 깬 매화가 서둘러 꽃피우고 봄 총각 맞이할 준비에 바쁜데 그래봐야 몇 송이다. ​ 하긴 언제 우리 매화가 꽃으로 승부했나? 있는 모습 그대로 하얀 피부에 특유의 고혹적인 향기로 봄 총각들의 혼을 빼놓았던 게 아니던가 .... ​ 로터리 쳐 놓은 밭 흙 속으로 손가락 두 마디 정도 적셔주는 봄비라서 어제오늘 열심히 씨 뿌려놓은 "감자" "더덕" "대파" "상추" "쑥갓" 새 싹트는 데는 큰 도움이 되겠으나 좀 더 와주면 좋으련만.... ​ 비 속에 피는 매화 꽃 . 올핸 꽃 몽우리 좀 따서 그윽한 "매화 차"..

山村日記 2022.03.13

신주(神主) 모시듯 ....

​ ​ 매주 금요일만 배달되는 주방의 필수품 LPG 가스 저 쇠 통속에 든 가스가 눈에 보이지도 않는데 어떻게 그 요일을 맞춰서 주문을 하는지 .... ​ 이 동네에 처음 왔을 때는 음식 하다 가스가 떨어지면 휴대용 가스 랜지로 해결하기도 하였지만 알고 보니 아주 간단한 방법으로 해결하더라만 .... ​ 가스 통을 두 개 준비해서 하나 떨어지면 전화해서 보충하는 방법이었는데 초기 부담이 조금 크긴 해도 금요일 걱정 안 해도 되는 산촌의 지혜라 할 만했다. ​ 그런데 진짜 문제는 "푸틴"인가 개 아들인가 그놈의 시키 때문에 가스값이 저번 넣을 때 4만 원이던 것이 이번엔 신사임당 한 장을 통째로 달란다. ​ 아들 놈이 설날이라고 용돈 주고 간 빨빨한 새 돈을 신주(神主) 모시듯 아끼며 갖고 있던 것인데 ...

山村日記 2022.0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