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촌일기

山村의 日常과 사랑을 전하는 풀잎편지

山村日記 799

향기로 살아야 하는 시간

"헛개나무"에 꽃이 핀다. 저 꽃이 열매가 되고 그 열매가 간(肝)을 회복시키는 그렇게 좋은 약재라는데.... 한 때 약용나무의 인기에 따라 50그루나 심었건만 키가 15미터가 넘는 30여 그루 남아 있어도 한 번도 저 열매를 따서 팔아 본 적이 없다. 열매 달린 가지가 높아서 딸 재간이 없는 데다 약용나무의 인기도 시들해진 탓에 찾는 사람도 없고 어쩌다 한 번씩 가지만 잘라 보리차처럼 끓여 마신다. 집 안에 있는 저 나무도 하늘 똥구멍만 쑤셔대는걸 중심 가지를 잘라버리고 옆 가지만 키워 겨우 열매 구경을 하긴 하지만 수량이 별로다. 원래는 아는 스님한테서 배운 데로 삼겹살 구워 헛개나무 잎에 쌈 싸 먹으려고 가까운 곳에 심었었는데 몇 년째 그럴 기회가 생기지않아 입맛만 다신다. 들큼하고 맛있으면서도 몸..

山村日記 2020.05.28

산죽(山竹)의 쓸모

느티나무 밑에 심은 "조릿대"가 어우러져 느티나무의 품격도 올려주고 방석을 받쳐준 것 같이 예쁘다. 원래는 시멘트 블록을 경계석으로 만들어 예쁜 꽃이나 심어둘까? 하였는데 나무 그늘에 자라지를 못하길래 일부러 산에 올라 산죽(山竹)을 캐다 심은 건데 생각보다 잘 어울린다. 젊을 때 진작에 조경(造景) 공부를 좀 했더라면 농장 구석구석을 멋지게 만들었을 텐데.... 나무를 심거나 꽃을 심는 일 1년도 아니고 몇 년을 내다보고 해야 하는 일인데 한 치 앞도 못 보는 인생살이 가당키나 한 일인가? 때로는 자연이 만들어 주는 데로 즐기기만 하는 게 상책 인지도 모른다.

山村日記 2020.05.27

지켜보는 시간....

완전히 맨땅에 "헤딩"하듯 심어 둔 "토종호박" 주차장으로 쓰던 저곳을 다시 농토로 되돌리려고 포클레인으로 뒤집어 놓은 곳이다. 호박을 저곳에 심은 또 하나의 이유 밭고랑에 심었더니 온 밭으로 줄기가 나가 밭 전체 채소들을 괴롭히는 통에 고생한 경험 때문이다. 주차장 하던 저곳을 다시 농토로 만들기 위해선 저 호박이 제대로 자라 줄기를 뻗어줘야 하는데 심은지 열흘이 지났건만 저 모양이다. 살려고 생 고생 중인 게 눈에 보인다. 토종 누렁 덩이 씨앗 키워 10여 포기 심어두었으니 한 포기에 누렁덩이 하나씩만 기대해도 올 가을의 늙은 호박 수확은 풍년인데 기다림의 시간보다 지켜보는 시간의 인내가 더 안타깝다. 기다림의 시간 보다 더 안타까운 지켜보는 시간.... 그 시간들이 모여 그리움이 되는지도 모른다.

山村日記 2020.05.26

마음밭에 꽃

우리 집 작약꽃이 어제부터 피기 시작이더니 하루 만에 대여섯 송이가 한꺼번에 난리다. 저거도 늦은 줄 아는지 급하긴 급하나 보다. 바로 옆 돌 틈 사이의 "수염 패랭이"도 슬거머니 자태를 뽐내기 시작인데 올해까지는 독점적(?) 지위를 누리겠지만 내년부턴 어림 반푼 어치도 없다. 집사람과 둘이서 이곳저곳에서 동냥하다시피 얻어 온 "꽃잔디" "수레국화" "송엽국" "루드베키아" 등등 쟁쟁한 경쟁자들이 줄을 쫘~약 서 있기 때문이다. 말이 쉬워 꽃동네라고 하지만 그걸 꾸미는 일이 이렇게 힘들고 잔손이 많이 가는 줄 몰랐다. 사다 심어면 쉽겠지만 전부 지인들에게 얻어다 심으려니.... 마음밭에도 꽃을 좀 심어야 하는데....

山村日記 2020.05.25

무농약 대파

초봄에 5천 원 주고 사다심은 파 모종 벌써 어엿한 대파로 급하면 바로 뽑아 먹어도 되겠다. 저 정도면 1년 내내 먹을 것 같지만 대파에 농약 많이 친다는 소문을 들은 집사람이 손주들 생각해서 기회만 되면 아들놈한테 나눠주는 바람에 직접 생산한 대파 씨앗을 또 뿌려두었다. 내 입에 들어가는 거야 크게 신경을 안 쓰도 손주들 먹거리는 좋은 것만 먹이려는 할머니 마음 할아비는 찍! 소리 없이 따라야지 우짤 끼고 내 손주들인데.... 무농약 대파로 세계 평화는 못 지켜도 가정의 평화를 지킬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가....

山村日記 2020.0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