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촌일기

山村의 日常과 사랑을 전하는 풀잎편지

山村日記 799

풋고추와 삼겹살

오늘 첫 고추 여섯 개를 땄다. 완전 오리지날 풋고추 이 역사적인 날을 그냥 넘어갈 수 없어 "삼겹살" 좀 사고 상추랑 치커리, 곤달비에 청경채.... 집에 심어놓은 채소는 총집합시켜 목욕재계 한 다음 한 치의 흐트러짐 없는 자세로 위대한(?) 삼겹살을 영접토록 하였다. 그리고 거금(巨金) 들여 장만한 "자이글" 오늘이 돈 값을 해야 하는 날이라 전원 스위치 딸가닥 노릇노릇 삼겹살의 속살에서 육즙이 나올 때쯤 2013년 산 "감국주(甘菊酒)가 흥을 돋운다. 풋고추 여섯 개 수확으로 시작한 집 사람과의 저녁밥 일품요리가 따로 없는 진수성찬이다. 나도 "풋고추"였을 때가 있었는데....

山村日記 2020.06.02

세상에 가장 외로운 꽃

꽃반지 만드는 "토끼풀" 같이 생겼지만 꽃대가 무슨 전봇대 같이 길~쭉 한 게 1미터도 넘는 이놈이 바로 "달래" 꽃이다. 저곳이 원래 달래 심어 둔 고랑인데 달래란 놈들이 봄 제철 지나니까 잎들은 전부 사라지고 저 꽃대 두 개만 달랑 남겨 놓곤 흔적이 없다. 혹시나 싶어 고랑을 파 보니 흙 속엔 동글동글한 달래 뿌리들은 그대로 살아 있어면서도 잎은 전부 감춰 버린 것이다. 동물이나 식물들이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한 생존 수단으로 보호색이나 위장술을 쓴다고 해도 저런 모습들은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 하긴 인간 세상사도 이해 못해 헤매는 판에 자연의 섭리까지 이해하려는 것 자체가 무리지.... 저 달래 꽃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꽃인지도 모른다.

山村日記 2020.06.01

잡초없는 세상

"인자 밭 같네".... 해 질 녘마다 사흘에 걸쳐 밭고랑 풀을 메고 나니 집사람이 칭찬하는 소리다. 잡초 자라듯이 채소들이 자라면 1년에 몇 번이라도 씨 뿌리고 수확할 수 있으련만 자라라는 채소는 깔짝깔짝 자라고 잡초는 우후죽순(雨後竹筍)처럼 쑥~쑥~ 자라니 제초제 안 치고는 감당이 불감당이다. 공터나 울타리 같은 덴 제초제를 칠 수밖에 없지만 채소 키우는 고랑에는 근처도 못 가니 죽으라고 몸으로 때우는 수밖에 없다. 그림 같은 저 풍경이 얼마나 갈지는 비가 오느냐 마느냐에 따라 달라지는데 당분간은 비 소식 없다니까 그나마 다행이다. 잡초 없는 세상을 꿈꾸는 어리석은 농부 마음속의 잡초도 제거 못하면서....

山村日記 2020.05.31

아름다운 인정(人情)

마을 회관 옆 공터에 동네 어르신들이 모여 얼마 전 이 동네로 새 집을 지어 이사 온 박사장 집에서 인사치레로 가져온 음식을 맛있게 먹고 있다. 떡과 수육, 막걸리에 소주에 음료수, 과일 등 차려 온 음식들도 좋지만 코로나 때문에 폐쇄된 경로당에 못 모인 지가 오래된 터라 만남 자체가 즐겁고 좋은 것 같다. 이왕 만난 김에 점심도 먹고 헤어지자며 열 그릇 이상시켜야 배달해주는 "짜장면"까지 시켜 가라앉은 동네 분위기가 모처럼만에 생기를 찾았다. 이사 오면 "이사 턱" 내는 아름다운 인정(人情) 아직도 그 오랜 관섭이 지켜지는 동네에 어르신들의 웃음소리가 5월의 신록보다 더 싱그럽다.

山村日記 2020.05.30

본 줄기와 곁 가지....

몇 포기 안 되는 고추와 토마토지만 제대로 키우려면 "곁가지"는 반드시 따 줘야 한다. 내 머리속에 든 잡생각도 잘라내지 못하는 주제에 채소들 곁 가지 따 주기가 좀 미안타.... 저 곁가지를 그냥 두어도 저 가지에서 고추가 몇 개 달리긴 하지만 빨간 고추 되기는 기대하기 어렵고 키는 안 크고 비만처럼 옆으로만 자라니 득과 실 따지기 보다 그냥 따 버리는 게 좋다. 귀찮기는 하지만.... 토마토 역시 곁 가지에서 달린 열매는 극소수인 반면 본 줄기에 달린 열매는 튼실하고 개수도 훨씬 많은데 조그만 수고가 체소들의 성장에 영향은 큰 가 보다. 본 줄기를 두고 "곁 가지"에 관심을 가지는 어리석은 사람들에겐 명심해야 할 딱! 한 가지 곁가지는 곁가지일 뿐이라는 사실.... 곁가지 없애는데도 노력은 반드시 필..

山村日記 2020.05.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