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촌일기

山村의 日常과 사랑을 전하는 풀잎편지

전체 글 4757

이름까지 잊어버리는 ....

​ ​ 추석 때 집사람과 손녀가 함께 따서 손녀가 가져가겠다던 "뚜깔" 다발을 출발할 때 아차! 하고 잊어버리고 그냥 갔다. ​ 뒤늦게 알았지만 닭 쫓든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라 손주가 학교에서 직접 만들었다며 가져다준 "하회탈" 액자 옆에다 나란히 걸었다. ​ 이렇게라도 손주에게 주고 싶어 하는 할머니 마음을 달래보려고 .... ​ 집사람이나 나나 총기 있기로 다 소문난 사람이지만 요즘 들어 이렇게 깜박깜박하는 거 보면 세월 이기는 장사는 아무도 없는 게 맞는가 보다. ​ 손주들 이름까지 잊어버리는 불상사는 없어야 할 텐데 .... #뚜깔#하회탈액자#닭쫓든개지붕쳐다보는격#할머니마음#세월이기는장사

山村日記 2021.10.01

세월의 방랑자 되어 ....

​ ​ 감나무에 홍시 몇 개가 보이길래 살~살~ 가지를 당겨 내려 두 개를 따 봤더니 꼭지 쪽이 찢어진 채 까만 거 외에는 별 이상 없다. ​ 올해 첫 홍시 맛 제대로 한번 보자.... 싶어서 두 쪽으로 반 쫘악! 쪼개서 먹어 보는데 달콤하면서도 제법 시큼한 냄새가 확~! 올라온다. ​ "에~퉤! 퉤!" 뱉어내고 자세히 보니 까만 그 부분이 상처로 인해 농해 있었던 거였는데 눈으로 보기엔 멀쩡해도 이미 맛이 간 거였다. ​ 어쩐지 저 정도 빨갛게 익을 정도면 벌~써 산새들이 온 가족 만찬을 즐기고도 남았을 텐데 ..... ​ 오곡이 익어가는 가을 오늘도 나는 감나무 밑에서 홍시 떨어지기만 기다리는 세월의 방랑자 되어 헤매고 있다. #세월의방랑자#감나무홍시#가족만찬#시큼한냄세

山村日記 2021.09.29

사랑과 정(情)을 보낸다는 ....

​ ​ 그동안 선비나무인 "회화나무" 밑에서그늘에 가려 빛을 못 보고 있던 "5층 소원탑"을 두 아들 출세하기를 기원하며 햇볕이 잘 드는 현관 정면으로 옮겨 놓았다. ​ 하늘과 자연의 정기(精氣)가 5층 탑 저 구멍을 통해 집 안으로 쏟아져 들어오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1층부터 "수평계"로 일일이 수평을 맞춰가며 .... ​ 수호신인 코끼리 한 쌍과 더불어 수세미 넝쿨에 국화꽃 두 포기가 가을을 알려주는 간이 화단과 더불어 좌 청룡으로 느티나무와 평상을 두고 우 백호로 황토방 아궁이 "정지간"을 둔 절묘한 조화다. ​ 현관 유리창의 "하트"는 자식들 잘되기를 바라는 부모의 마음을 표현한 것으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한결같은 사랑과 정(情)을 보낸다는 징표다. #선비나무#5층소원탑#수평계#코끼리#수세미넝..

山村日記 2021.09.27

총각 때 일이긴 하지만 ....

​ ​ 김장용으로 심은 쪽파를 포위한 잡초들 도대체 이놈들이 무슨 풀 인고? 싶어 하나 둘 뽑다 보니 기어이 한 고랑을 다 뽑고 말았다. ​ 고랑 아래쪽에 한 줄로 쭈욱 늘어서서 벌서고 있는 저놈들이 범인들인데 .... ​ 농사 일이란 게 특별히 무슨 작업을 하겠다고 마음먹고 시작하기란 어렵지마는 그냥 하다 보면 그게 제대로 된 작업일 때가 많다. ​ 장갑도 안 낀 맨손으로 잡초 하나 둘 뽑는다는 게 저기까지만 해야지 하다가도 조금만 더 할까...에서 에이~ 여기까지 했으니 마무리하고 말아야지 .... ​ 진작 이렇게 마무리하는 버릇 들였으면 조금만 더 꼬셨으면 이룰 수 있었던 그 사랑이 아쉽다. 이건 완전히 총각 때 일이긴 하지만 .... #김장용쪽파#총각때#장갑#잡초#사랑#농사일

山村日記 2021.09.26

"삽짝문"이 "배 째라!" 하고 ....

​ ​ 가볍게 한다고 대나무 골격에 조릿대로 만든 "삽짝문"이 "배 째라!" 하고 드러눕는다. ​ 산으로 가는 임도(林道)로 통하는 문이라 실제 사용 빈도는 그리 많지 않은데도 저렇게 드러눕는 건 순전히 속 빈 대나무 탓이다. ​ 속에 든 게 없으니 자연히 빨리 썩기 마련인데다 눈 비에 바람까지 견뎌내야 하니 지놈으로 선 당연히 힘든다고 임무 교대해 달라고 저렇게 어깃장을 놓아보지만 내 몸도 겨우 지탱하는 형편에 임무 교대는 어림도 없다. ​ 다시 한번 찬찬히 살펴보고 그대로 수리해서 쓰던지 아니면 확!~ 뜯어 황토방 아궁이에 처넣어 군불로 사용하던지 둘 중에 하나일 뿐이다. ​ 이참에 제주도 전통 대문 정낭(錠木)처럼 나무 막대기 세 개로 "삽짝문"을 대신해? .... #삽짝문#임무교대#어깃장#황토방아..

山村日記 2021.0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