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촌일기

山村의 日常과 사랑을 전하는 풀잎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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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렁덩이 호박 ....

​ ​ 슬~슬 찬바람이 불면서 추워지기 시작하려는데 본격적인 겨울 준비를 하기 위해서라도 체력 보강(?)을 위해 호박 누렁 덩이 한 놈 배를 갈랐다. ​ 땀방울 같은 액체가 송골송골 맺히면서 단내가 풍기는데 이걸 어떻게 글로 표현할 수 있을까.... 그냥 "그놈 참 맛있게 생겼다"다. ​ 예전엔 씨앗만 들어내고 놋숟가락으로 한없이 긁었는데 요즘은 구멍이 일곱 개나 뚫린 쇠로 된 "긁개"로 긁으니 세상 참 많이 좋아지긴 했나 보다. ​ 집사람이 호박과 소금, 찹쌀가루와 맵쌀 가루 넣고 부침개를 만들어 주는데 맛이 예년과 좀 다르다. 작년에 넣었든 밀가루 대신 찹쌀가루를 넣었다는데 몸에는 좋을지 몰라도 개인적으로는 밀가루 넣는 게 더 맛있다. ​ 해주면 해 주는 데로 먹어야 할 나이인데 이게 맛있니 저게 더..

山村日記 2022.10.24

토정비결 횡재수 ....

​ ​ 신년 초 "토정비결"에 횡재수가 들어있다더니 버려(?) 둔 배 나무에 "얼라" 머리통 만 한 배 한 덩이가 달려 있는 게 아닌가? .... ​ 평소 "환삼덩굴"이 아지트같이 우거진 곳이라 눈길 한번 안 주고 지나다녔는데 오후 밝은 햇살에 뭔가 누런 게 보이길래 가 보니 먹음직한 배 한 덩이다. ​ 오래된 배나무인데다 비탈에 있어 늘 잡초에 묻혀 겨우 목숨만 유지하다가 한 나무는 작년에 죽고 남은 한 나무에서 배 딱! 하나를 달고 있었던 거다. ​ 하긴 뭐 나도 몰랐으니 산새들도 당연히 몰라서 저렇게 크게 자라도록 아무도 눈치를 못 챘으니 달려있지 저게 만약 눈에 띄었어 면 벌써 새들의 밥이 되었을 터 이런 걸 토정비결에선 횡재수라고 하는가 보다. ​ 많이 달렸을 땐 "돌배"였지만 오늘은 "왕거니"..

山村日記 2022.10.21

토종 보리수 수확 ....

​ ​ 올해도 장독간 뒤편의 "물포구"라 불리는 토종 보리수가 슬~슬~ 익어가기 시작해 수확을 해야 하는데 다른 과일같이 한꺼번에 수확을 못하고 익어가는 순서대로 따야 하니 여간 번거로운 게 아니다. ​ 기침 가래나 천식, 숨차는 것 같은 기관지 질환에는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는 하지만 혼자 먹기엔 양이 너무 많다. ​ 작년에도 "물포구"가 필요한 두어 집에 택배로 보내고 나머지는 집사람이 "잼"을 만들어 1년 내내 식빵에 발라 아침식사 대용을 하기도 하였는데 .... ​ 가을이 오면 .... 이 나무 저 나무를 일일이 찾아다니며 1년 동안의 결실을 수확하고 "수고했다"라며 나무를 격려해 주는 일상이 산촌에 사는 행복이자 특권이 아닐까 싶다. ​ @."물포구"가 필요하신 분 연락바람 ​ ​ ​ ​

山村日記 2022.10.20

초상집이 된 호박 밭 ....

​ ​ 밤새 안녕! 이 실감 난다. 일기예보에 오늘 아침이 좀 춥다고는 했지만 설마? 하고 지났는데 "된서리"가 왕창 내려 호박잎이 폭삭이다. ​ 내일쯤 호박잎 따고 애호박 몇 개 챙겨서 호박잎 국이나 끓여 먹으려고 폼 딱 잡고 있다가 된서리로 초상집이 된 호박밭을 이리 뒤지고 저리 찾아 겨우 애호박 세 놈과 서리 안 맞은 호박잎 한 줌 땄다. ​ 요놈의 날씨라는 게 멀쩡하게 잘 있다가도 꼭 뭣 좀 하려고 날 받아 놓으면 꼭 이렇게 사달을 치니 내가 하느님을 안 믿어서인지 조상 묘를 잘 못 쓴 건지 .... ​ 그래도 워낙 평소에 덕(德)을 쌓아놓은(?) 탓에 저 정도라도 건졌으니 2~3일 호박잎 국을 즐기게 됐다. 자고로 "사람은 착하게 살아라!" 했거늘 ....

山村日記 2022.10.19

아름답고 멋진 계절 ....

​ ​ 겨울로 가는 길목 10월도 중순을 넘겼다. 두어 번 서리가 내렸어도 아직은 멀쩡한 듯 버티고 있는 땡감들의 허세도 이젠 감출 수 없게 되었다. ​ 나무에 달린 채 홍시 만들어봤자 산새들이나 좋아하지 20여 년을 키워 온 내겐 덕 될게 하나도 없을 터 시간 나는 대로 생감을 따다 밤낮으로 깎고 말리고 죽을 둥 살 둥 매달리는 이유 딱! 하나 나눠먹기 위해서다. ​ 맑은 가을 햇살에 사흘 말린 감 말랭이 하루 더 말리기 위해 말림판에 붙은 걸 뒤집으며 어쩔 수 없이 입으로 들어가는 달콤함과 쫀득함의 유혹은 뿌리칠 수 없는 본능이다. ​ 매실액과 고추장에 어우러지는 감말랭이 장아찌 맛 손맛이라기 보다 차라리 자연의 맛이고 나눔 하려는 따뜻한 정(情)의 맛이 아닐까 싶다. ​ 가을을 다듬고 가꾸어 나눔 ..

山村日記 2022.1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