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촌일기

山村의 日常과 사랑을 전하는 풀잎편지

山村日記

제갈공명(諸葛孔明)한테 물어볼 수도....

혜 촌 2020. 9. 4.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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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못가 자귀나무 가지가 찢어지면서

밤나무 가지를 함께 끌어안고 쓰러지는 바람에

저 알토란 같은 내 밤이 알밤도 한번 못돼 보고

애송이로 숨을 거두었다.

지가 무슨 "논개"의 후손도 아니면서....

 

하기야 자귀나무 가지가 쓰러지면서 앞에 있는

원두막 위에 넘어지지 않는 것만 해도 다행이지만

찢어지고 쓰러진 알밤 만 한 가마니는 될 것 같다.

 

대봉감을 비롯한 단감에 땡감까지 태풍에 떨어진

감을 전부 주워 모으면 그 또한 알밤 보다 더 하겠지만

이걸 태풍 피해라고 신고하기도 그렇고

안 하기는 더더욱 그렇다.

 

어디 그뿐이랴 어제는 몰랐는데 오늘 보니

뒷마당 창고 지붕이 홀라당 날아가 버리고

파란 하늘이 빙긋이 웃는다.

"욕 보제?....ㅎ" 하며

 

마이삭과 함께 허공으로 날아 가 버린

감, 대추, 밤이야 내가 먹은거로 치면 그뿐이지만

김장배추 어린 모종들까지 뿌리째 흔들어 버려

새로 사 온 모종으로 보식(補植) 할 수밖에....

 

"마이삭"한테는 당했지만

"하이선"한테는 안 당해야 할 건데

죽은 제갈공명(諸葛孔明)한테 물어볼 수도 없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