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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내가 세상 사는 법을 다시 배운다.
뒷문으로 나가거나 장독간으로 갈 때 반드시 거쳐야 하는 길
그 길에 빨랫줄에 매달아 둔 저 수세미들 때문이다.
처음에는 170이 넘는 내가 고개를 빳빳이 들고
수시로 들락거려도 아무 걸림이 없었는데
요즘은 고개를 자꾸 숙여야 지나갈 수 있다.
이윤즉슨 조그마한 수세미 한 개였던 걸 빨랫줄로 유인했는데
지금은 4개나 달린 데다 처음 달린 놈이 내 팔뚝보다
더 크고 굵게 자랐기 때문에 빨랫줄이 그 무게 감당을 못하고
자꾸 처져 내려오니 갈수록 내 고개를 더 숙여야 지날 수 있다.
별것도 아닌 수세미 하나가 이 나이 되도록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다 겪은 날 보고 자꾸만 고개를 숙이란다.
"내가 낸데" 하고 그냥 지나치려면 저 큰 수세미 뭉둥이가
사정없이 내 머리통을 쥐어박으며 "고개를 숙이시오!~" 한다.
나이가 들수록 고개를 더 숙이고 살아라는
자연이 내게 주는 가르침이 가슴에 와닿는 가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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