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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독이 주방 안에서 거실의 골동품 난로와
친구하려고 옆구리를 디리 미는데
문지방 사이의 제주 양배추 즙이 시샘을 한다.
동치미를 담갔는데 바깥 장독간에다 두면
이곳 추위가 보통이 아니라서 잘 익지를 않겠고
부득이 주방 한 켠에 두 자니 자리가 저곳밖에 없다.
해마다 동치미 담가서 예닐곱 명의 지인들에게
나눠주는 게 집사람 연례행사라 올해도 어김없이
잘 생긴 무, 쪽파, 당근, 마른 고추, 배, 절인 풋고추....
청정 무와 깊은 산속 자연수로 정성 들인 동치미라
먹어 본 지인들은 한결같이 기다리는 눈치다.
"올해도 동치미 담그나?" 하고 물어보는 거 보면 ....
골동품 난로를 피웠으면 동치미 장독이 못 들어오고
동치미 때문에 난로 불을 못 피우고....
어차피 어긋난 인연이 여기 또 하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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