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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지 기다림 하나로 흘러 간 시간....
작년 이맘때 김치냉장고로 들어 간 알밤이
딱 1년 만에 밖으로 나왔다.
행여 고운 님 오시면 밤 밥도 하고
군밤으로 황토방의 긴 겨울밤을 채우려 했었지만
"코로나 19"로 뒤바뀐 세상이 이제야
저 밤들을 냉장고 밖으로 불러 내었다.
"햇 밤이 나왔으니 너희들은 자리 좀 비켜라"면서....
그래도 한 톨 한 톨에 새겨진 인연이 안타까워
까맣게 상한 놈들 골라내고 삶았다.
차마 그냥 버리긴 아까워서....
"올해는 우리 밤 만 주웁시다"
해마다 다 먹지도 못하는 밤을 온 산을 뒤져가며
"애탕 개탕" 주워봤자 저렇게 천대받을 거
고생이나 하지 말자는 집사람 충고다.
햇 밤....
오늘도 밤나무 밑을 어슬렁 거리며 기대하는 게
어쩌면 알밤이 아닌 "고운 님"일지도 모른다.
오시겠지 올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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