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촌일기

山村의 日常과 사랑을 전하는 풀잎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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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째라!" 하고 ....

​ 배추가 "아야!" 한다 대충 잡아 서른 놈 정도가 발라당 드러누워 "배 째라!" 하고 있는데 "뿌리혹 병"이란다 ​ 하긴 뭐 저놈들 없어도 우리 김장꺼리야 충분하지만 그래도 아까운 건 어쩔 수 없다 모종값도 더 비싼 "항암배추"라서 ᆢᆢ ​ 이 지방에 유달리 비가 자주 온 탓으로 배추들이 햇볕을 적게 봐서 그렇다는 동네 어른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저런 밭이 한두 군데가 아니라니 그나마 다행이다 까딱했어 면 혼자 독박쓸 뻔 했으니까ᆢ ​ 알밤처럼 익어가는 가을 더 이상은 드러누워 시위하는 놈들이 안 나오기를 바랄 뿐이다 무슨 노조에 가입한 것도 아니면서ᆢ ​ ​

山村日記 2023.09.23

벌레 요노무시키!....

​ ​ 가을비가 미친년 널뛰듯 찔뚝없이 내리는 게 하루 이틀도 아니고 열흘 이상 이어지니 김장 채소들은 제철을 만난 듯 신나게 자라지만 그 와중에도 이런 놈들이 몇 놈 자리하고 있다. ​ 날씨가 맑아야 벌레 못 덤비는 약을 칠 텐데 수시로 비가 왔다리갔다리 해서 약을 못 치다 보니 벌레 놈이 아예 배추 한 포기에 자리 잡고 앉아서 야금야금 작살을 내고 있다. ​ 저놈의 벌레는 야행성인지 낮에는 콧베기도 안 보이니 잡아 죽일 수도 없고 빗물에 씻기는 약 칠 수도 없고 뻔히 눈 뜨고 많이 잡숩고 다른 포기에나 옮겨가지 마옵소서 하늘의 뜻도 아닌 벌레에게 통사정하고 있다. ​ 최근 부산, 울산지역에 잦은 가을비가 김장채소에 득이 될지 해가 될지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잘 자라서 좋은 건지 웃자라서 나쁜 건..

山村日記 2023.09.17

꽃무릇이 우후죽순처럼 ....

​ ​ "꽃무릇"이 우후죽순처럼 솟아오른다 매일 지나다니는 연못가인데도 천하에 쓸모없는 잡초에 가려 못 보았다 ​ 우연히 지나든 집사람이 꽃무릇 싹을 보고 부랴부랴 잡초를 뜯어내니 저렇게나 크다 몇 놈은 벌써 꽃 몽우리를 맺고 있는 게 오늘내일 예쁜 꽃을 피울듯하다 ​ 재건축한다고 비워준 아파트 화단에서 더 많이 못 옮겨온 것이 두고두고 후회돼도 이미 열차 떠난 지 오래다 ​ 더 많이 번식시켜 농장 한 켠을 꽃무릇으로 장식하고 싶지만 잡초 때문에도 불가능하니 그냥 "참 사랑"이라는 꽃말로 만족할 수밖에 .... ​

山村日記 2023.09.11

가을 알 밤의 시대 ....

​ ​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라는 영화 제목이 있었던 것 같은데 요놈들이 딱 그 이름에 걸맞을 거 같다 멀쩡한 놈, 벌래먹은 놈, 발가벗기 운 놈 ᆢ ​ 2박 3일로 올해 정년 퇴임하는 지인 부부와 진도에 있는 "소노 호텔엔 리조트"와 "여수 밤바다" 여행을 다녀왔더니 어느새 장독간에 알밤이 저렇게나 떨어져 있다 ​ ​ ​ 정년 퇴임을 위로하는 여행이었는데 그분들의 자상한 배려로 오히려 우리가 더 일상을 보상받고 돌아온 기분이라 흐뭇하다 왕복 800킬로 운전에다 맛있는 집밥 준비까지 ᆢ ​ 저 알 밤 좋은 놈들 중에는 손주랑 아들놈들 몫은 당연한 거 지만 가까운 지인 목록에 여행같이 다녀온 그 지인들 몫도 추가다 ​ 멀쩡한 놈은 선물용으로 벌래먹은 놈들은 발가벗겨 깎아서 밥에 넣거나 영양떡으..

山村日記 2023.09.10

맛있는 가을 ....

​ ​ 가을이다! ​ "밤나무에 알밤이 흘렀어요!..." 장독간에 갔던 집사람이 오랜만에 속세에 전혀 때 묻지 않은 천상의 목소리로 하는 소리다. ​ 두 송이인데 한 알은 벌레가 좀 먹어 버리고 "독수리 5형제"를 들고 왔는데 덥다! 덥다! 호들갑만 떨었지 가을이 이미 코앞에까지 온 줄은 이제 실감이 난다. ​ 몇 년 전만 해도 알 밤 떨어지는 이 시기쯤엔 동네 할배 할매들이 새벽 5시만 되면 후레쉬 들고 밤나무 숲으로 밤 주우러 다니곤 했는데 .... ​ 천국에 가신 분과 요양원에 계신 분, 집에는 계시지만 거동이 불편해서 밤 주우러 갈 분은 아무도 안 계신다. 알 밤 떨어지듯 그렇게 다 한 세상 다 보내고 떨어져가는 게 인생인 걸까? .... ​ 올가을이 맛있는 가을이면 참 좋겠다. 알 밤처럼 ....

山村日記 2023.0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