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촌일기

山村의 日常과 사랑을 전하는 풀잎편지

2023/03 9

저곳에 봄을 만들어 ....

​ ​ 그림같이 장만해놓은 밭고랑을 소낙비가 한바탕 휩쓸고 지나갔다. ​ "비 오기 전에 밭고랑 좀 만들어주라!" 관리기로 고랑은 만들어지는데 비닐까지는 씌우지 못하는 "여울이네"한테 부탁해서 만든 밭고랑이다. 신사임당 한 분을 호주머니에 찔러주긴 했지만.... ​ 극구 사양하는데도 어거지로 찔러 넣어주는 건 이제 맨몸에 호미 하나로 밭고랑 만드는 것도 힘든데 일주일 할 일을 30분 만에 해치웠으니 이 얼마나 속 시원한 일인지 모른다. ​ 한 줄기 소낙비가 그동안 가뭄으로 바짝 마른 흙에다 감로수를 듬뿍 뿌려준 것 같아서 더더욱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젠 비닐 씌워 놓아도 수분이 한동안은 유지될 테니까 .... ​ 됐나? 됐다!로 언제라도 부부간에 읍내까지 나가 저녁식사를 함께하는 "여울이네"같은 이웃이 ..

山村日記 2023.03.12

봄을 먹고 사는 산촌 ....

​ ​ 봄이 왔다. 머위도 새싹을 내밀고 봄 인사를 하길래 봄맛을 느끼려 한 소쿠리 캤다. 살짝 데쳐 된장 무침이나 초장 무침 둘 다 별미다. ​ 봄 같지 않은 고온이 며칠 계속되다가 어제 오후엔 전쟁이라도 난 듯한 천둥소리가 요란하더니 느닷없는 소낙비가 시원하게 내려 주는데 먼지가 폴~폴~ 나는 밭에 힘들여 뿌려놓은 "유박"과 "복합비료"가 단숨에 녹아 밭에 스며들었다. 열흘 이상 걸려야 할 걸 한방에 해결해 준거다. ​ 퇴비와 비료가 그대로 있으면 다시 "로터리"를 쳐 흙과 섞어주어야 하는데 알아서 녹아 스며들었으니 .... ​ 주말에 한 이틀 또 추워진다고는 하나 지금부터가 봄맛을 느낄 수 있는 푸성귀의 잔치가 시작된다. 머위를 시작으로 봄동, 아시정구지. 쪽파, 두릅 ..... ​ 봄을 먹고 사는..

山村日記 2023.03.10

개교 100주년 "소호 분교" ....

​ ​ 동네에 있는 "소호분교"가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 일제 강점기인 1923년 3월 3일 신학문에 목마른 선조들이 "사설 강습소"를 만들어 배우기 시작한 뜻을 기려 뜻깊은 100주년 기념식을 가졌다. ​ 전국에 개교 100주년이 넘는 학교도 드문데 산골 "분교"가 100년이 되는 역사를 가진 것은 전국에서도 처음이라며 지역 국회의원과 교육청 관계자 등 지역 주민 150여 명이 모여 조촐한 기념식을 가진 것이다. ​ 나이 90이 넘은 노인들이 졸업사진을 보며 추억에 잠기고 그 나이에도 선후배를 챙기는 모습에서 오래된 역사를 현실에서 마주하는 것 같아 뜻깊은 날이기도 했다. ​ 지역신문과 방송에서도 대문짝만 하게 비중 있는 뉴스로 방송하고 있지만 동네 개발 위원장으로 초대받아 참석한 내 얼굴도 나오나 ..

山村日記 2023.03.06

정(情)이었으니까 ....

​ ​ "너거 집사람한테 내일 점심이나 같이 먹구로 읍내 나갈랑가 물어봐라" "아이 됐심더!. 밖에 나가서 뭐 먹는 거 좋아 안함더" 사정없이 거절당하고 나니 기분이 묘~하다. 미안키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하고 .... ​ 고로쇠 물을 같이 받고 있는 동네 후배한테 "야! 니 시간 나거든 우리 밭 이거 로터리 좀 쳐 주라!" 지나가는 말로 한마디 했는데 "아 알았심더!" 하며 가더니 바로 트랙터를 몰고 나타나 밭을 말끔하게 갈아엎는다. 그것도 깊숙이 .... ​ 지난해 전천후 몸뚱아리와 호미 하나로만 지어 온 농사 1년에 한번 정도는 땅을 깊숙이 좀 갈아엎어 주어야 흙도 건강해지고 작물도 잘 자란다는데 속 시원히 해결했다. ​ 고맙다고 부부같이 밥이나 한 끼 하자는 제안을 단칼에 사정없이 거절..

山村日記 2023.0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