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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름 가뭄 탓인지 호박이 그렇게 크지도 않고
고만고만한 것들 만 누렁 덩이가 되어
냉방같이 차가운 황토 아래채에 넣어 놓았는데
배추 꺼내려 간 집사람이 난리가 났다.
"호박 다 썩어 하나도 못 먹겠으니 버립시다!"
찍 소리도 못하고 내어 주는 데로 저곳에다 버리니
자그마치 열 개가 넘는다.
"접시꽃"이 해마다 피는 데다 밭 둑이라 호박이 썩어도
거름이 되기도 하지만 씨앗에 새싹이 나와도
밭으로 옮기기 쉽게 저곳에 버렸는데 보기는 좀 그렇다.
그렇다고 물이 질~ 질~ 흐르는 썩은 호박을
멀리 들고 갈 수도 없어 버린 곳이 곧 "호박들의 무덤"이
될 줄이야 ....
늙기도 설워 라컨데 남의 일 같지가 않은 것이
사람이나 호박이나 다 늙어 죽기야 하겠지만
어떻게 죽느냐도 참 중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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