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촌일기

山村의 日常과 사랑을 전하는 풀잎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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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흘 남은 올해 ....

​ ​ 추워지기 전에 캐다 놓은 "냉이"가 졸지에 맛있는 튀김으로 변해 밥상에 올라왔다. ​ 어쩐지 냉이를 좀 많이 캔다 싶었는데 다듬는다고 고생을 하긴 해도 저렇게 맛있는 "요리"로 변해서 다시 만나니 반갑다. ​ 국이나 된장찌개에만 넣어 먹다가 바싹하고 향긋한 튀김으로 변신하니 별미다. ​ 이제 나흘 남은 올해 .... 주마등처럼 지나가는 시간 속엔 아픔이 더 많다. 새해가 오면 따뜻한 봄과 함께 기쁨도 곧 오겠지. ​ ​

山村日記 2021.12.27

몸 보다 마음이 더 춥다 ....

​ ​ 춥다. 워낙 추우니까 살아 움직이는 것이라곤 집 지키는 강아지 두 마리와 저 산수(山水) 뿐이다. 꼼짝 않고 있는 나도 죽은 거나 마찬가지다. ​ 벌써 얼어붙어야 할 산수가 아직도 내려오는 건 오로지 해발 800미터에서 내려오는 가파른 경사도 탓인데 저놈들도 중간 두 곳의 완만한 구간이 얼어 버리면 .... ​ 그동안의 경험법칙상 오늘 밤이 고비인데 밤새 안녕! 할까 봐 걱정스럽다. ​ 춥다. 몸 보다 마음이 더 춥다. ​ ​

山村日記 2021.12.26

"메리 구리수 마수" 다 ....

​ ​ 서생원(鼠生員)들이 글을 모르는 게 천만다행이다. 하기야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 다곤 하나 한글 정도 조금 알아서는 저 글을 쉽게 알아채진 못하겠지. ​ 한문으로 된 殺(죽일 살) 자와 나도 무슨 뜻인지 잘 모르는 "스트라타젬"이라고 영어인지 한글인지 아리송하게 해 놓았으니 지놈들이야 죽었다 깨도 모르리라.... ​ 그냥 저거 동족들 그림이 있으니 "아! 우리 먹으라고 둔 별식이로구나" 하면서 동네방네 일가친척에다 사돈까지 불러다 나눠먹고 잔치를 벌인 게 일주일이나 지났다. ​ 놈들이 얼마나 맛이 있었는지 오른쪽 저 한 통하고 왼쪽 통도 두 그릇까지 날름 비우더니 드디어 오늘은 다 안 먹고 남겼다. 이제 어지간히 배가 부르겠지 .... 흐흐 흐흐 ​ 지놈들이 죽으려고 환장을 해도 유분수지 어..

山村日記 2021.12.24

탱자 탱자 하니까 ....

​ ​ 동장군(冬將軍)의 칼날이 얼마나 날카로울지 현재로선 가늠이 안되지만 내일 오후부터 다음 주 초까지 엄청 춥다니까 비상 용수를 챙겼다. ​ 산수(山水)에 의존하며 살아온 28년의 세월 동안 터득한 노하우가 바로 저 물통이다. ​ 식수야 떨어지면 동네에 나가서 물 길어오면 되지만 옥상 물탱크가 얼어버리면 화장실 물이 끊어지니 미리 저렇게 비축해 두는 수밖에 도리가 없다. 저것마저 떨어지면 탈출(?) 해야 하지만.... ​ 겨울이 오면 기름보일러에 LPG 가스를 사용하는 산촌의 난방비도 큰 문제지만 가장 아쉬운 건 역시 생존과 직결되는 물 문제이다. ​ 그래도 봄, 여름, 가을 3계절은 탱자 탱자 하니까 산다.

山村日記 2021.12.23

아무리 몸에 좋다한들 ....

​ ​ 봄부터 여름까지 몇 번 베어 먹다가 꽃대가 올라와서 억세지길래 그냥 버려둔 "부추" 좀 미안스러워 챙겨 보니 잘 살고 있다. ​ 이 추운 겨울이지만 추위는 잡초 속에 파묻혀 견디고 바람은 스스로의 꽃대를 붙잡고 지탱하는데 그래도 힘은 좀 드는가 싶다. 부추 잎이 검푸른 색을 띠는 걸 보면 .... ​ 부추나 냉이 같은 겨울을 견뎌내는 여러해살이 농작물 참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한편으로는 저 검푸른 잎 속엔 생명을 향한 강력한 에너지가 반드시 들어 있을 것 같아 먹어 보고도 싶다. ​ 그렇지만 아무리 몸에 좋다한들 온몸으로 겨울을 견디는 저놈들을 어찌 잘라낼 수 있을까? 저거나 내나 이 겨울을 이겨내야 하기는 마찬가진데 ....

山村日記 2021.1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