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촌일기

山村의 日常과 사랑을 전하는 풀잎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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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부랑 길인가 보다 ....

​ ​ 입춘(立春) 지난지 열흘, 내일이 정월 대보름인데 마 그냥 저 산수(山水) 흐르듯이 봄이 오면 좋겠는데 또 추워진다고 오후부터 바람이 차다. ​ 그저께 좀 나 온 고로쇠 물 택배로 발송하고 오늘도 좀 나왔으려나 하고 집수 통을 들여다보니 바닥이 빙긋이 웃는다. "오늘은 없사 옵니다!" .... ​ 하긴 비가 오면 안 나오고, 바람 불어도 안 나오고 너무 따듯해도 안 나오는 까다로운 고로쇠 물 채취 오로지 밤에 춥고 낮에 따뜻해야만 나오니 완전 지 멋대로(?)인 셈이다. ​ 온다는 비는 병아리 눈물보다 적게 와서 해갈은커녕 죄 없는 내 차만 얼룩무늬 해병대 차로 만들어 놓았어도 산수가 아직 저렇게 나오는 것만으로 위안을 삼는다. ​ 아마도 봄이 오는길이 꼬부랑 길인가 보다.

山村日記 2022.02.14

호박들의 무덤 ....

​ ​ 한 여름 가뭄 탓인지 호박이 그렇게 크지도 않고 고만고만한 것들 만 누렁 덩이가 되어 냉방같이 차가운 황토 아래채에 넣어 놓았는데 배추 꺼내려 간 집사람이 난리가 났다. ​ "호박 다 썩어 하나도 못 먹겠으니 버립시다!" 찍 소리도 못하고 내어 주는 데로 저곳에다 버리니 자그마치 열 개가 넘는다. ​ "접시꽃"이 해마다 피는 데다 밭 둑이라 호박이 썩어도 거름이 되기도 하지만 씨앗에 새싹이 나와도 밭으로 옮기기 쉽게 저곳에 버렸는데 보기는 좀 그렇다. ​ 그렇다고 물이 질~ 질~ 흐르는 썩은 호박을 멀리 들고 갈 수도 없어 버린 곳이 곧 "호박들의 무덤"이 될 줄이야 .... ​ 늙기도 설워 라컨데 남의 일 같지가 않은 것이 사람이나 호박이나 다 늙어 죽기야 하겠지만 어떻게 죽느냐도 참 중요한 것..

山村日記 2022.02.13

보나 마나 풍년일 게 ....

​ ​ 내일 비가 온다기에 비 오기 전에 고사리 밭이며 봄 채소 심을 밭에다가 "유박" 퇴비를 뿌리는데 한두 포대도 아니고 죽을 지경인데 .... ​ 지나가던 트랙터가 농장 앞에 멈추더니 인사를 한다. "저 최 00씨 큰아들 임더!" .... 마스크를 벗고 나니 알아보겠다. "어! 어디 간다고 그리 다니노?" 물어보니 지나가는 길이라며 "아저씨! 이 밭 퇴비 뿌리고 갈아엎을 거지요?" "잠깐 제가 해 드릴게요!".... ​ 돌아가신지가 7~8년 지났지만 살아 계실 때는 형님! 동생! 하며 술도 자주 같이 마시든 그 형님 아들이 이렇게 내게 도움을 주겠다고 나선 것이다. ​ 죽은 "제갈량"이 산 "사마의"를 혼쭐낸 건 알지만 돌아가신 그 형님이 아들을 보내 도움을 주는 것 같아서 .... ​ 퇴비 잔뜩 품..

山村日記 2022.02.12

나무꾼 본연의 임무 ....

​ ​ 오늘은 산촌 나무꾼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고자 미리 가지치기 해 놓은 땔나무를 묶는데 제대로 말랐는지 잎도 안 떨어지고 잘 붙어있다. ​ 드물게 긴 가뭄 끝에 일요일 비가 온다니 비 오기 전에 말려 둔 땔감들 챙겨야지 까딱하다간 비 맞혀 썩힐까 싶어 죽을 둥 살 둥 다 묶어 옮겼다. ​ 산더미 같은 장작더미를 쌓아놓고 살지는 못해도 황토방 군불 정도는 넉넉하게 넣고 살아야지 그것도 못하면 산촌에 사는 의미가 없어지기에 집사람 다음 챙기는 게 땔나무다. ​ 다음 주 초에 또 깜짝 추위가 온다기는 하나 이미 산에는 나무들 잔가지에 물이 올라 탱글탱글 부풀어 오르고 있다. ​ 목마른 봄의 길목을 고로쇠 물이 촉촉하게 적셔준다. ​

山村日記 2022.02.11

목마른 그리움 ....

​ ​ 목마른 그리움이야 참고 견딜 수 있어도 집에 물이 딱! 끊어지니 산으로 오를 수 밖에 .... ​ 헥!헥! 거리며 올라가는데 중간지점의 호스가 풀려서 물이 그냥 호스 밖으로 흘러 나가고 있는게 아닌가? 부랴부랴 연결해 놓고 이왕지사 여기까지 올라 온김에 산수(山水)진원지 까지 올랐다. ​ 저 가운데 하얀 돌 밑이 호스 입구인데 낙엽천지인 곳을 깨끗히 정리하고 나니 보기도 좋고 속도 시원~하다. ​ 날씨가 풀리니 "고로쇠"물도 슬~슬~ 나오기 시작인데 여기까지 온김에 고로쇠 호스도 재 정비하고 내려오니 집에 물도 시원~하게 나오고 고로쇠물 집수통에도 똑!똑! 봄이오는 소리 처럼 고로쇠 물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봄의 왈츠 처럼 경쾌하게 .... ​ 고로쇠물 필요하신 분 연락 주시라! . ​ ​

山村日記 2022.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