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촌일기

山村의 日常과 사랑을 전하는 풀잎편지

전체 글 4757

진정한 참 사랑 ....

​ ​ ​ "참 사랑"이란 꽃말을 가진 꽃무릇 "마흔다섯 포기"가 연못 가에서 왕성하게 자라고 있다. ​ 워낙 추운 곳이라 살지 죽을지 몰라 시험 삼아 심어 본 꽃무릇이 이렇게 잘 적응해 주니 고맙고 반갑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에 좀 더 많이 캐다 심었을 텐데 아쉽다. ​ 지금은 철거를 위해 출입이 금지된 내 살던 재건축 아파트 꽃이 지고 난 직후에 옮겨야 한다기에 어정쩡 기다리다 다시는 들어갈 수 없는 금단의 땅이 되고 말았으니 .... ​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라는 "상사화"의 꽃말과 꽃무릇의 꽃말을 착각한 탓으로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했든 아쉬움이 저놈들 볼 때마다 되풀이된다. ​ 참 사랑 .... 이젠 오로지 저놈들을 정성으로 보살피고 가꾸어 한 포기 두 포기 번식시켜 나가는 길만이 ..

山村日記 2022.11.16

내 호주머니 돈이 ....

​ ​ 슬~슬~ 겨울로 가는 길목이라 얼기 전에 김장 무를 다 뽑았다. ​ 가을에 씨 뿌릴 때 "여울이네"와 반반씩 나눠 심었든 비싼 씨앗과 싼 씨앗의 결과는 혹시나? 가 역시나였다. ​ 두 종류 다 무 크기와 잎새 성장도는 비슷했으나 비싼 놈이 조금 통통하고 싼 놈이 조금 길쭉한데 통통한 놈이 단 맛이 조금 강하고 길쭉한 놈은 알싸한 맛이 조금 더 강하다. ​ 취향 나름이겠지만 결론적으론 씨앗을 구입할 때 몇 천원 더 주고도 비싼 씨앗을 사다 심어 면 크기나 맛에 부담 없이 김장도 하고 나눔도 할 수 있겠다. ​ 하긴 세상에 돈 더 많이 줘서 안 좋은 게 어디 있겠나? 내 호주머니 돈이 없는 게 탈이지 .... ​

山村日記 2022.11.14

겨울로 가는 길 ....

​ ​ 어젯밤에 옷 잘 입고 잠든 느티나무가 밤새 옷을 홀라당 벗겨진 채 나목(裸木)이 되었다. ​ 미친 바람이 지 욕심 채우려고 사정없이 벗겨 놓고는 아직도 미련이 남았는지 마당을 빙빙 돌며 서성이고 있지만 속절없이 당한 느티나무는 부끄러움과 추위에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덜덜 떨고 만 있다. ​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든 이 지방 해갈에는 한참 못 미치는 양이지만 그래도 채소들에게는 급한 데로 목 추김 정도는 된 것 같지만 바람 때문에 체감 온도는 완전 초겨울 날씨다. ​ 겨울로 가는 길 .... 옷깃은 여미고 마음은 열어야겠다. ​ ​ ​ ​ ​

山村日記 2022.11.13

산촌 표 진수성찬 ....

​ ​ 서울에서 공부하는 막내가 내일 "혈육의 정"을 돈독히 하기 위해 내려온다는 소식에 냉장고에서 잠자든 도토리묵 재료를 급히 깨워 묵을 만들었다. ​ 도토리 주워다가 방앗간에서 빻고 자루에 넣어 녹말 우려내는 게 힘들어서 그렇지 잘 우려낸 녹말을 냉동실에 넣어 놓았다가 언제라도 필요하면 도토리묵을 쑬 수 있으니 편리하다. ​ 도시에선 잘 먹을 수 없는 먹거리로만 챙겨주고 싶은 부모 마음에 누렁 덩이 호박도 하나 배 째고 박박 긁었다. 호박전이 또 산촌의 별미 아니던가? .... ​ 어디 그뿐이랴 ... 맛 들 데로 다 들은 무나물에 김장 배추 부실한 놈 슬쩍 데쳐서 오물조물 나물에다 된장 푼 배추 시락 국 이만하면 산촌 표 진수성찬인데 집사람은 또 축협에 가잔다. ​ 객지에서 제대로 못 먹는데 몸보신..

山村日記 2022.11.11

산촌의 월동준비 ....

​ ​ 늦가을 해가 다 넘어가도록 월동 준비를 하는데 일 같잖은 일이 시간만 잡아먹는다. ​ 본채 큰 창문 두 개, 보통 창문 하나, 황토방 창문 하나 부엌문 하나, 아래채 창문 하나, 봉창문 두 개 .... 결국 아래채는 10개나 사 온 "양면테이프" 고갈로 미완성이 되고 말았지만 월동 준비치곤 대 공사다. ​ 양면테이프 한쪽이 잘 안 벗겨져 신경질이 나다가도 "보온 뽈록이"가 제대로 붙어주면 흐뭇하고 김장 앞둔 산촌의 월동준비에 내 허리만 아작이 난다. ​ 느티나무 낙엽처럼 떨어져 가는 시간 속에 감말랭이와 이불 빨래만 신나게 마르고 있다. 힘들면 우리처럼 천천히쉬었다 하라고 ....

山村日記 2022.11.10